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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2014년 베를린: ‘세월호를 기억하는 베를린 행동’

11월 15일 2014년 베를린: ‘세월호를 기억하는 베를린 행동’

독일 베를린에서 정옥희 기자

지난 6월 세월호참사 다큐영화 촬영차 한국에 머물고 있을 당시 단원고등학교를 방문했다: 텅 빈 교실들, 한여름인데 플라스틱 커버로 덮힌 천장의 선풍기들, 먼지가 부옇게 쌓인 책상들, 시들어버린 하얀 국화꽃들, 4월에 멈춰버린 달력, 누군가 분필로 칠판에 써놓은 한마디: “과제: 돌아오기!”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장난치고, 졸고, 수다떨고, 다투고, 깔깔깔, 아하하 하는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데, 교실은 먼지와 침묵으로만 차 있었다. 문득 책상 밑에 놓인 분홍색 무늬가 있는 새하얀 운동화 한켤레가 눈에 들어왔다. 수학여행 가기 전 잊고 간 실내화였을까? 딱 이 아이만 신발을 수학여행 전에 교실에 두고 갔었나? 누구의 신발이었을까? 가수가 꿈이었던 예은이 신발이었을까? 친구들에게 너무나 소중했던 경주의 신발이었을까? 아빠의 사랑을 듬쁙 받았던 세영이 신발이었을까? 용기를 내어 수학여행이 끝나면 좋아하는 오빠에게 고백을 할까하고 가슴을 두근거렸던 소녀였을까? 나는 과연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던 소녀였을까? 친구하고 다투고 속상해 했던 소녀였을까? 나는 어른이 되면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소녀였을까?

곱고 고운 여자아이 신발을 보는 순간, 이 여자아이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숨이 막혔다. 소녀의 체온을 독일에 돌아와서도 잊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혼을 잊을 수가 없었다.

유가족들을 상대로 자식 팔아 돈벌려한다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비인간적인 비방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아주 오래전에 그만둔 예술작업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체온이 느껴지는 신발들로 설치미술을 한다면, 이로써 이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체온이 느껴지는 신발들을 보며 아무 설명,설득 없이도 이들이 유가족들의 가진 슬픔, 아픔, 분노를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숫자 만큼의 신발을 보는 순간 이 참사의 잔혹함을 한눈에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4년 10월 18일, 베를린)

베를린에서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베를린 행동’이라는 이름 아래 교민과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에서 매달 세번째 토요일에 만난다. 이는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열려 있는 자리다. 혼자서 희생자 숫자의 신발을 모으기에는 너무나 벅차 신발설치미술 실천을 엄두도 못내고 있었던 차에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모이는 베를린 교민 그리고 유학생들이 이 설치미술을 위해 몇 주 동안 신발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 켤레, 두 켤레, 세 켤레, 그들은 열심히 뛰어 다니며 신발을 모았다. 멜리사라는16세 딸을 둔 시모네 대미르씨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이 정부로부터 아이들의 죽음에 관한 모든 질문들에 답을 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하며 딸의 신발을 주었다. 나이드신 교민 한분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특별히 예쁜 신발들을 모았다고 했다.

10월 18일 모두 신발로 가득찬 봉지들을 들고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으로 모였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위한 책상, 배너, 종이배를 준비하며, 설치미술을 시작했다. 차곡 차곡 모두 함께 294켤레 신발들을 10줄로 나란히 놓았다. 배에서 죽어 나온 희생자들을, 그리고 아직 나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들을 생각하면서. 단원고 2학년에 1반부터 10반까지의 열 반을 생각하면서.

 

10은 특별한 숫자다. 서양이나 동양에서도 똑같이 10은 완성, 달성을 의미하며 또한 다른 차원에서의 새로운 시작의 의미라고 한다. 이 설치미술은 아이들의 죽음이, 모든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잔혹한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이윤보다는 생명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말이다. 또한 유가족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채로 좀 더 안전한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험했던 슬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그들의 참사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위한 싸움이 한국사회를 일깨울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말이다.

(2014년 11월 15일, 베를린)

토요일,11월 15일에도 베를린 교민, 유학생들은 또다시 함께 모여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며, 함께 신발설치를 했다. 이번 달에는 이제서야 찾게된 지현이를 생각하며 295켤레가 광장에 놓여졌다. 지난 달처럼 이번에도 세계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 독일 사람들, 남녀노소 구별없이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오가는 중 신발설치에 발길을 멈추었다. 유가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기나긴 싸움에 관해 듣고, 신발들을 보며, 아이들의 허망한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많은 이들이 서명을 했다. 당연히 우리도 유가족들에게 우리의 연대를 보여줘야 한다고 하면서. 카메라 앞에 서서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마음으로 함께합니다라고.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을 꽉 채우는 신발들을 보며, 우리에게 와서 “이 신발들은 무엇을 의미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끊임 없이 있었고 신기해서 신발설치미술을 사진찍는 사람들, 신발을 배경으로 재미 있어하며 단체사진이나, 셀카를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에게 다가가 세월호 참사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면 조용해지는 눈길에서 이들도 유가족들의 아픔과 분노를 공감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할 수 있었다.

베를린에 여행온 관광객들에게 파는 옛 소련 군대 털모자를 익살맞게 머리에 쓴, 대낮부터 벌써 술이 거나하게 취해 손에 맥주병을 들고 떠들석하며 법석을 떠는 대여섯명의 혈기 왕성한 영국청년들이 신발설치미술 옆에 서서 큰소리로 요란을 떨었다: “야, 여기 신발 장사 하나보다.” “야, 이게 너에겐 딱이다” “야, 이것 가지고 가도 되겠다” “하하하” 하며 시끄럽게 요란법석을 떨었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당신들, 이 신발설치미술이 무슨 뜻을 가진 줄 아세요?”하며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해주었다. 300여명이 죽었고, 대부분이 학생들이었다는 것. 유가족들은 슬픔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벌써 여섯달 넘께 싸우고 있다고. 설명을 하니 시끄러웠던 술취한 청년들이 점점 조용해진다. 머쓱해 하면서, 소란을 피운 것을 민망해 했다. 한명이 다시 한번 우습게 소리를 시도했다: “그래도, 나한테는 한 켤레 팔 수 없나?” 그러니 옆에 있는 청년이 “야, 입 닥쳐!”하며 나에게 “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천치예요. 우리도 서명할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들을 생각하니, 질문이 생긴다. 유가족들의 진실을 위한 싸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사람들에게, 유가족들이 자식들을 팔아 돈을 벌려고 한다고 말하는 한국사람들에게, 유가족들의 의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한국사람들에게, 일베, 서북청년단, 어버이 연합 등의 한국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도 아이가 있습니까? 형제가 있습니까? 친구가 있습니까? 조카가 있습니까? 당신들도 슬픔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당신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잃은 마음을 아십니까? 살릴 수 있었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해야 했던 심정을 아십니까?

그리고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당신들의 답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픔과 분노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유가족들의 단 하나의 간절함은 사랑하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꼭 밝혀주고 싶다는 것에 그들도 공감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심장을 옳은 자리에 가지고 있다”라는 독어 표현처럼 심장이 옳은 제자리에만 있다면 외국인이라도 느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마음의 공감은 사실은 세상에서 제일 당연하고 너무나 쉬운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가족들을 이해못하고, 조롱하고 욕하는 당신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는 당신의 심장은 지금 가슴 어느 자리에서 뛰고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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