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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희의 토론하는 대한민국 – 8] 4차 TV 토론, 리더십을 드러내려면

[박수희의 토론하는 대한민국 – 8]

4차 TV 토론, 리더십을 드러내려면

박수희

2017년 대선 후보 jtbc 초청 토론 화면 갈무리

 

8시 40분에 시작된 4번째 생방송 TV토론이 마무리된 시각은 오후 11시 30분에 가까웠다. 뉴스룸을 브릿지로 각 후보 분장실 스케치 분 부터 시작하면 방송사는 꽤 오랫동안 시청자를 TV앞에 묶어 놓은 것 같다. 오늘 토론회는 주관 방송사가 jtbc라는 것, 또 사회자가 손석희 앵커라는 것 때문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100여명에 가까운 방청객이 있어서 즉석 질의응답 시간을 기대했으나 그런 시간은 애초에 할애되지 않았다. 스탠딩 토론에 스탠딩의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방청객의 존재감이 아쉬웠다. 실시간 팩트체크 역시 카카오톡을 따로 열어야 했다.

팩트체크란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사실을 공유하기 위함인데, 따로 카카오톡이라는 매개를 필요로 하는 점이 안타까웠다. 카카오톡이 불가능한 여러 시청자 계층을 고려하더라도 화면 상단이나 하단에 팩트체크 항목과 결과가 보여 지고 자세한 사항만 카카오톡을 참조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3차 토론이 끝나고 안철수 후보는 SNS 상에서 조롱거리가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오늘 토론에선 다시 학습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론 회차가 짧은 간격을 두고 진행된다는 점이 안철수 후보에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시간 총량제는 문재인 후보에게 아쉬운 시스템이다. 공격이 한 번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3차 때부터는 질문을 다 받고 답변하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이 전략은 잘 쓰면 오히려 리더처럼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질문이 이어질 때 후보가 순서를 정해주거나 정해지는 순서를 메모해 놓고 다시 순서대로 이름을 불러서 듣는 방법이다. 요점은 마치 토론회를 통제하는 것 같은 권위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 때문에 허둥대거나 자르거나 도망가는 듯한 이미지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정책토론본부장 불러서 들으라는 말은 잘못되었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회이다. 토론에서 상대가 나에게 실수할 때 내가 보이는 방식은 나를 결정할 수 있다.

바른정당의 기치는 합리적 보수이다. 합리적 보수의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갖는 사람들인가? 그들은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할 것 같은가? 그럴 때 발끈하면 안 된다. 화내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바른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인드에 답이 있다. 유승민 후보는 완주를 약속했다. 바른정당으로 부동층을 끌어오는 방법을 다시 한번 고민하면 좋겠다. 무조건 1등을 공격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그러나, 홍준표 후보라면 얘기가 다르다. 김대중 노무현의 오마주라고 여기는 문재인을 깎아 내리고, 과거사를 끌어내어 문재인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화를 내고 고함을 질러 문재인을 압도해야 지지자들의 표를 지켜낼 수 있다.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는 것조차 매너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 앞에서든 할 일은 하는 패기로 비쳐질 것이다. 그래서 홍준표 후보의 정책에는 컨텐츠가 없다.

1차부터 4차 토론 동안 내내 같은 얘기와 같은 공격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홍준표 후보를 방어하는 것이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아젠더에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홍준표 후보는 3차에서 일심회 사건, 4차에선 동성혼 문제를 들고 나왔다. 동성애를 찬성하느냐고 묻는 말에 문재인 후보는 동성혼 합법화할 생각 없습니다, 라고 짧게 즉답했다. 홍준표 후보가 동성애 반대하느냐고 재차 묻자, 차별은 반대합니다 라고 짧게 답했다. 상대의 질문의도를 파악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순발력 있게 답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문 후보의 답변은 잘못 들으면 오해할 여지가 있다.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문재인 후보는 화법에서 두 가지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첫 번째는 YB(Yes, But) 화법이다. 상대 말에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그 다음 이런 저런 이유로 생각이 다름을 입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성애에 찬성합니까 라는 질문은 새로운 어젠더이므로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번 확인하는 것도 전략이다. 동성애에 찬성하느냐구요? 네, 그렇습니다(Y). 그런데 동성혼합법화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B). 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짧게 자르듯이 아니다, 반대다 하고 마는 것은 성의 없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럴수록 이유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질문을 무시하고 잘라버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오늘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돋보인 부분은 유승민 후보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유승민 후보의 칼퇴근 공약에 대해 좋게 평가하고 대통령이 되면 채택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토론은 이래야 한다. 좋은 것은 좋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날이 선 비판도 빛나는 것이다. 토론 분위기를 리드하는 인상을 주고 신뢰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부분은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4차에 걸친 대선 후보 토론을 보면서, 우리의 토론문화는 대체 어디까지 와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4차까지 이른 오늘 토론 역시 사회자의 수차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상대 비방이 아닌 의제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다. 또, 질문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상대를 지목하고선 자신의 정책얘기를 늘어놓고 마지막에 제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장면도 자주 재현됐다. 상대의 정책이 잘못되었으면 왜 잘못되었는지, 어떤 부분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지를 분명히 해서 상대의 약점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 좋은 토론이다. 상대가 인정할 때까지 너는 왜 이렇지 않느냐로 물고 늘어지는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일 뿐이다.

그렇다 보니, 손석희 앵커조차도 타이머 역할과 중재자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대선토론에서 사회자는 직접 팩트체크를 한다. 밝혀진 사실에 승복하고. 색깔론 공세가 사라져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한 대선후보는 언제쯤 나올까. 늘 같은 얘기가 반복되다보니 4차 토론에선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드, 학제, 지난정부 등등 늘 같은 부분에서 같은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같은 사안이라도 매번 포인트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각 후보는 진정성을 가진 현실성 있는 공약을, 상대후보는 상대공약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현실 때문에라도 시청자를 위해 좀 더 신선한 토론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 4월 28일로 예정된 5차 토론에 다섯 후보가 모두 나오게 될 지도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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