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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우리 손으로 말해요. 수화는 꽃보다 아름다워!

(51) 우리 손으로 말해요. 수화는 꽃보다 아름다워!

-지난 12월 31일 제10차 ‘송박영신’ 촛불집회 때 청각장애인 자유발언을 수화로 통역

S. Macho CHO

rok-hid @ inbox . ru

수화는 손 수(手)와 말씀 화(話) 또는 수어(手語), 즉 음성으로 언어를 표현할 수 없을 경우 손짓으로 표현하는 언어 방법으로 주로 농아의 언어 표현 수단이다. 중국에서는 수지 언어(手指語言), 영어도 Finger language, Handspeak, Signed language라고 한다. 오직 자유롭고 섬세하게 손을 사용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소통수단이다.

인간은 음성언어가 발달하기 전부터 수화를 사용했을 것이다. 간단하게 얼굴을 찡그리거나 상체를 돌리거나 손가락 모양이나 손짓으로 그 뜻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또 눈짓과 입 모양으로 그 뜻을 더하기도 했다. 수화는 경건함을 이유로 침묵하는 종교인들,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 의사전달 상대자가 청각장애인일 때 의사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수화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 시작됐다. 수화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5세기경 플라톤의 크라튈로스(Cratylus)에 언급됐다. 소크라테스는 ‘만약 우리가 목소리나 혀가 없이 타인에게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면, 농아인들이 하듯 우리도 손, 머리와 신체를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수백 년 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다른 종족과 언어가 달랐지만 생활 환경이 비슷해 동물이나 자연 사물을 손짓으로 표현하며 길고 복잡한 내용도 의사소통이 가능했었다.

수화는 사물, 행동 등을 표현하는 수단 체계로 발전하지만 18세기 중엽까지 농아인을 위해 새롭게 개발하려는 의지는 없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신부 샤를 미셀이 농아인들이 의사와 소리를 낱말로 표현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여러 모양을 만들어 프랑스어 한 자씩 표현하며 개발해 체계를 잡아 프랑스 수화가 된다. 1816년 미국 한 농아학교 설립자가 이 프랑스 수화를 도입해 미국 수화로 개발하여 오늘날 미국과 캐나다의 50만 명 이상의 농아인들이 사용하는 북미의 4번째 대중 언어로 발전시켰다.

수화통역사 박미애

현재 많은 국가에서 언어만큼 복잡하고 체계적인 여러 형태의 수화가 개발돼 발전해왔다. 각 나라의 수화들은 그 나라의 언어보다는 오히려 다른 나라의 수화와 공통점이 많다. 이유는 단어 자체의 뜻보다 전체적인 개념으로 1960년 중반 미국의 한 물리학자가 소리만을 표현하는 신호 언어(Cued speech) 체계 수화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 40여 개국 이상에서 채택한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는 독순술(讀脣術)과 손짓이 함께하는 체계다. 국제 언어연구 교육기관인 에스놀로그(Ethnologue) 2013년도판에 따르면 현재 지구 상에 14 계열에 137개 수화가 있고 그중 몇은 합법적 지위도 얻었단다.

농아인(聾啞人)은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을 통칭한다. 국내엔 1946년 농아인의 재활 및 자립을 도모하고 완전한 사회참여와 실현을 목적으로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가 설립됐다. 농아인의 날은 최초 조선농아협회가 설립된 6월과 귀 모양과 비슷한 숫자 3을 결합해 매년 6월 3일로 제정했다. 특히 매년 ‘전국 농아인대회’를 개최해 국내 농아인들의 사회적 지위 확보와 역량을 널리 알리는 기회의 장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국내 청각장애인 수는 약 27만여 명, 언어장애인은 약 18만여 명이다.

농아인들은 필담, 수화, 구화를 대화 수단으로 삼는다. 농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수화통역사가 되려면 현재 전국 약 195개 수화통역교육기관인 수화통역센터에서 평균 2~3년간 공부해야 그나마 시험에 응시할 실력이 된다. 만 19세 이상 내외국인이 한국어의 이해, 장애인복지, 청각장애인의 이해, 수화통역의 기초 등을 1차 필기, 2차 실기에서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받아야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2016년 현재 국내 수화통역사 자격증 소지자는 약 1,480명이다. 한국어/영어 등을 동시통역하는 국제수화통역사는 국내에 약 3~4명이란다.

수화통역사 황선희

지난해 11월 제 17회 장애인 영화제가 열렸다. 장애인 영화 관람 편의 지원을 위해 2000년부터 해마다 진행한다. ‘영화, 마음이 가까워지는 거리’라는 슬로건으로 한국농아인협회 등 5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과거에는 ‘한글자막’, ‘화면해설’이 없어서 청각장애인들은 영화를 즐길 수 없었다. 또한, 장애인들은 영화관 좌석의 접근성도 떨어져 극장을 가거나 관람에 제약이 많았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시작한 것이 ‘장애인 영화제’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장애누리)가 있다. 장애누리는 2004년부터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세월호 촛불집회, 전국 노동자대회 등 다양한 민중집회에서 농아인들의 귀와 입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작년 말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촛불집회)에 청각장애인들의 정보권을 위해 수화통역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시민단체의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농아인들도 수화통역과 음성통역을 통하여 행사의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재능기부로 봉사하고 있다고 박미애 간사는 말한다.

지난 12월 31일 제10차 광화문 촛불집회 때 어쿠스틱 밴드 ‘신나는섬’의 공연에서도 보는 사람까지 흥겹게 만든 이는 최황순 수화통역사였다. 이어진 ‘신대철과 전인권’ 공연의 수화통역사 황선희 씨는 10년 넘는 경력으로 취미로 시작해 공부해서 자격증을 땄단다. 비장애인들은 쉽게 느낄 수 있는 현장 음악을 청각장애인들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매주 6~9명의 수화통역사들이 찬바람 속에서 곱은 손을 녹여가며, 또 조명에 손가락이 안 보이면 온 몸으로 수화통역을 이어간다고 수화통역사 기명진 씨는 덧붙인다. 촛불집회 현장에 참가하는 농아인 수는 약 40여 명 그러나 인터넷 방송을 통해 더 많은 농아인들이 촛불집회를 눈으로 즐기고 있다.

수화통역사 기명진

수화통역사들은 집회 전 미리 선곡을 받아 준비하지만 집회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공연에서 수화통역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무대 위 왼편 끝에서 정면의 관객과 카메라를 바라보고 수화를 하는 수화통역사는 공연 진행 상황을 잘 못 보고 요란한 스피커 음향 때문에 연사의 말이나 노래 가사를 놓칠 수 있다. 그래서 무대 아래 바로 맞은편에선 다른 수화통역사가 무대 위 수화통역사와 마주 보고 말이나 가사 등을 동시에 수화로 전달해 주는 미러 통역(Mirror interpretation)을 하고 있다. 보통 7~9명이 몇 시간 동안 찬바람을 맞으며 서로 통역을 이끌어 가며 긴장하다 보니 다음날이면 온 몸이 파김치가 된다고.

수화를 쉽게 동영상으로 배우고 싶다면 국립국어원의 한국수어사전을 방문해 보자. 또 청각장애인 강주해 목사의 저서 ‘농아인 그는 누가인가?’는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수화도 언어라 지역마다 다양한 사투리와 욕, 연령대에 따라 줄임말 등이 있단다.

주말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은 화면 오른편 아래 작은 창의 수화통역사에게 채팅 창으로 응원의 댓글을 보내자. “손끝이 밖으로 향하게 펴서 모로 세운 오른손으로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편 왼 손등을 두 번 두드린다.” 이 손동작이 표준 수어로 ‘고맙다’는 뜻이라는 장애누리 수어재능기부팀은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

수화통역사 최황순

수화로 통역한 지난 12월 31일 제10차 ‘송박영신’ 촛불집회 때 청각장애인 자유발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농인 김세식입니다.

박근혜 퇴진 집회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수화통역이 없어서 참석을 안 했습니다. 듣지 못해 참석해도 갑갑해서입니다. 하지만 수화통역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 나오기 시작했는데 오늘이 4번째입니다.

처음에는 수화통역 창이 너무 작아서 답답했는데 요즘은 약간 커져서 조금 좋습니다. 솔직히 저 작은 창마저 없다면 저는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기에는 답답함이 있어 함께 이야기하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솔직히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의 증세 없는 복지국가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약을 지키기는커녕 박근혜와 그와 관계된 사람들만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있었더군요. 그 과정에서 억압받고 죽어나간 것은 저와 같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광화문 지하역사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 앞에는 장애인등급제 때문에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살려 달라’고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불에 타서 돌아가신 송국현 님을 비롯한 12명의 영정사진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도 저처럼 목소리가 아닌 온몸으로 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외친 건 아닐까요?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그러한 외침을 외면하고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렇게 뛰어다니던 문형표가 결국 체포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박근혜와 그 하수인 문형표의 잘못된 복지정책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다시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이 모두 감옥에 가면 그분들의 한이 조금 풀리실까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세상이 바뀌어야 합니다. 다시는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처럼 그런 일들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세상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을 위하여 앞으로도 촛불과 횃불을 들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계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집회 때마다 화면 옆에 작은 수화 창이 보이실 겁니다. 저 수화 창이 불편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저 작은 수화 창이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창이 작아질수록 세상과 단절되어 정보의 숨통이 조여 오는 느낌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국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들고, 그런 광장에서 ‘이게 나라다!’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퇴진 집회를 이끌어가는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구호를 외치고 끝내겠습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장애누리 수화 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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