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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월호 추모 그림전시회를 참가하고…

[기고] 세월호 추모 그림전시회를 참가하고…
– 22일 열린 시카고 세사모의 세월호 집회
– 2학년 3반 33번 최윤민 언니 최윤아

장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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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 토요일 오후 3시, 시카고 다운타운 밀레니엄 파크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바로 시카고의 새로운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밀레니엄 공원의 조각물 ‘완두콩’ (the Bean)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그림 전시회였습니다. 304명의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과 함께 하고자 행동하려는 시카고 사람들이 다시 다운타운에 모였습니다.

한복을 차려입고 나온 대학생, 일 끝나고 바로 나온 직장인들, 한글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나온 어머니 아버지들,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들.. 이 분들이 직접 손으로 들어 보인 이번 추모 그림 전시회는 더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노란 풍선을 매단 세월호 배 모형을 앞에 놓아 두고, 박예슬 학생이 생전에 그린 그림 다섯점과 최윤민 학생의 언니 최윤아양의 그림 수십점을 전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윤아 양이 보내온 메시지를 번역하여 실은 전단지와 노란 리본을 담은 봉지를 박스에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배치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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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푸른 가을 하늘과 할로윈 축제를 보러 나온 수많은 아이들과 관광객들, 그리고 빌딩 숲 사이에 덩그렇게 놓인 공원 조각물 ‘완두콩’ (the Bean) 앞이 그대로 전시장이 되었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공원이 모두 전시장이 되었습니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게 웬일인가 하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에 쳐다보다가, 아! 세월호~ 하면서 더욱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백인, 흑인 상관없이 인종을 넘어 국경을 넘어 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리고 앞에 놓인 엎어진 세월호 배 모형을 보고, 전시된 그림들을 보고, 전단지를 읽고, 공감하는 마음을 직접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할로윈 축제에 아이랑 함께 나온 한 어머니는 수많은 희생자들의 영정사진들을 보고 눈물을 글썽입니다. 아빠는 딸아이에게 그림에 대해 직접 손으로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예슬이의 그림을 보고 저렇게 소질이 있는 아이가 희생되었구나 하며 안타까워합니다. 윤아의 그림을 보면서는 동생을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먼저 보낸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림을 들고 서서 그들을 바라보면서 그저 그 선한 마음들이 잔잔히 가슴으로 전해져옵니다. 직접 나가서 설명을 하면 ‘아니 왜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니? 2년이 넘었는데…’ 라며 정말 속상하겠다고…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뭐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고개를 젓는 분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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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흑인 아주머니는 이렇게 행동하는 우리들에게 도리어 고마움을 표하며 자기도 트위터에 해시태그 (#sewoltruth)를 붙이겠다고 사진을 찍어가기도 합니다. 또한 다운타운 구경 온 듯한 한인 학생들이 수고하신다고 앳된 목소리고 인사를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갑니다.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학생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어느새 준비해온 그 많은 전단지와 노란 리본들이 모두 다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림을 들고 서서 내내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큰 ‘완두콩’ 조각물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윤민이 언니 최윤아 양이 우리에게 묻는 말이 머릿속에 맴돕니다. 앞으로 가슴 깊이 새기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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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마음을 꺼내 표현하고 계신가요? 마음속으로만 미안해하고, 마음속으로만 가여운 아이들을 잊지 않겠다고 생각만 하고 계시진 않나요? 일상에 숨어, 바쁘다는 핑계로 숨고 계시진 않나요? 마음으로 끝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마음을 꺼내 행동했을 때 비로소 변화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변화 일지라도요. 계속 오늘처럼 자신의 마음을 꺼내 행동해주세요.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도,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에 숨지도 말아 주세요. 그러면 변화는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장광민

세월호를 잊지 않는 시카고 사람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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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최윤아 양이 보내온 메시지

안녕하세요. 2학년 3반 33번 최윤민 언니 최윤아입니다.
먼저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분들과,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멀리서도 잊지 않고 계속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제 그림 전시를 하며,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줄 수 있냐고 부탁을 받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하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은 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많이 아시고, 생각하실 수 있듯, 저는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은 후 힘든 시간을 겪었습니다. 제가 겪은 일들이, 사람들이 너무 무섭고 충격적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숨죽여 울기만 했습니다. 저보다 더 힘들어하는 엄마·아빠를 보며 우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저는 혼자 모든 감정들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그 감정들이 저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울고 있는 가족들을 보곤 차마 그 감정을 꺼내지 못하고 혼자 참고 견디며 그 감정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막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sns상에 친구가 올린 글을 보았습니다.

친구는 세월호참사 이야기를 하며 무능한 정치인들과 이래도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뀌지 않을 거라며 너무나도 쉽게 상황을 진단하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써놓았고, 저는 그 글을 보고 무너졌던 것 같습니다. ‘나 혼자만 참으면 돼, 나 혼자 안고 살면 될꺼야.그래도 다들 알아줄 거야.’ 하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잘못됐다고 느꼈습니다. 한참을 운 후 그 글에 댓글을 단게 저의 모든 활동의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글 내려. 나는 아직도 그 속에서 괴로워하는데, 모두 아는 것처럼 네가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저런 내용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제 댓글을 본 그 아이는 자신의 글이 저에게 상처를 줄지 몰랐다고 하면서 바로 글을 삭제해 주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생각이.. 또 마음이 속에서만 머무르면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요.

혼자 끌어안고 울기만 할 때는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었습니다. 심지어 가족들도 제 상태가 어떤지 몰랐어요. 저 혼자만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마음을, 생각을 표현하자 변화가 찾아 왔습니다. 저는 그 글을 올린 친구에게 사과를 받을 수 있었고, 제 마음을 아프게 한 그 글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작은 일이죠. 하지만 혼자 울기만 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도 합니다.

그 후 저는 용기를 내어 당시 제가 겪은 일들을 글로 써,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저의 글을 봐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부가 얼마나 무능했고,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고 제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저는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많은 인터뷰를 했고, 간담회, 북콘서트, 그림 전시, 네버엔딩스토리 노래 녹음, 도보순례와 피케팅, 서명전에 집회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결국 제 활동은 모두 제 마음을 밖으로 꺼낸 것이었습니다.

그 활동들로 세상이 바뀌진 않았지만 적어도 말하지 않았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봐주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며, 잘못되고 있고 피해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지만 분명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마음을 꺼내 표현하고 계신가요? 마음속으로만 미안해하고, 마음속으로만 가여운 아이들을 잊지 않겠다고 생각만 하고 계시진 않나요? 일상에 숨어, 바쁘다는 핑계로 숨고 계시진 않나요? 마음으로 끝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마음을 꺼내 행동했을 때 비로소 변화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변화 일지라도요. 계속 오늘처럼 자신의 마음을 꺼내 행동해주세요.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도,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에 숨지도 말아 주세요. 그러면 변화는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많이 부족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인사 드리며, 언젠가 웃으며 지금의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모두 행복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기 바라는 2학년 3반 33번 최윤민 언니 최윤아 드림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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