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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넘어 참여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세월호 기억하기

마음을 넘어 참여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세월호 기억하기

 

조민아 (시카고 세사모 회원/세인트캐서린 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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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잊지않는 시카고 사람들의 모임(이하 세사모)에서 주최한 “아이가 상상하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하는 인형탈 만들기” 행사가 6월 25일로 3주의 일정을 마쳤다. 시카고 세사모의 “마음을 넘어 참여로: 세월호 기억하기” 프로젝트가 또 하나 뜻깊은 기억을 만든 셈이다.

사실 이 행사의 기획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카고에 오기 전, 미네소타 대건 안드레아 본당 식구들, 정토회 식구들, 또 지역 주민들과 함께 9개의 거대인형을 만들어 메이데이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사진을 관심 있게 보았던 시카고세사모 식구들이 시카고에도 세월호 관련 상징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어 주신 것이다. 인형작가님을 초대해 큰 규모로 준비할 예정이었으나, 세사모 식구들의 여건, 작가님의 일정, 장소 대여 등등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들이 가로막았다. 이대로 포기할까 하다가 까짓거 열정 있고 성실한 세사모 식구들을 믿고 일을 벌려보자는 배짱이 생기는 거다. 미네소타에서 작가님의 지도로 생전 처음 만들며 익힌 초보 기술밖에 없지만, 대단한 걸작을 만들 것도 아닌데 못생긴 인형탈 하나 정도야 우리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인형탈 만들기는 공동작업이라 함께 마음과 생각과 의견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니, 아이들과 부모들이 어울려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저를 믿고 이 무모한 도전에 함께해주신 세사모 식구들, 이제사 고백하는데요, 저도 사실 자신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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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시카고 세사모

Arlington Heights 의 세사모 사무실(이라고 하면 시카고 세사모 조직이 엄청난 것처럼 들리겠지만, 그냥 물품 보관해 두는 빈방)에서 일찌감치 리허설을 갖고 부족한 부분들을 챙겨 행사를 시작하기 직전, 원불교 교당에서 장소를 제공해준다는 감사한 소식을 들었다. 에어컨도 있고 휴게실도 있고 주방도 딸린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자리를 빌어 교무님들, 교도님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행사 기간 내내 살펴 주시고 맛있는 간식도 주시고…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요).

3주의 행사 기간, 휴식이 필요한 귀한 주말 시간을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온전히 비워, 아기들 있는 가족들은 아기들 살림살이도 모두 챙겨서, 북쪽에서부터 먼 길 달려와, 식사도 간식도 손수 준비해, 종일 풀 쑤랴, 박스 자르랴, 종이 찢고 붙이랴, 아기들 돌보랴… 말이 쉽지, 어지간한 헌신과 희생과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시카고 세사모 식구들, 역사모임 (시카고 역사모임: 생활과 정치) 식구들, 이 불가능한 일을 불가사의할 만큼 기꺼이 해내신 분들이다. 한 도시에 한사람 있기도 힘든 이 귀한 사람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여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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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숨어있던 진보적 가치를 믿는 이들이 모두 기어 나왔다고, 자조 섞인 말들을 하곤 한다. 약속을 굳이 정해 시간을 따로 만들지 않으면 만나기 힘든 미주지역 교포들에게 이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우리는 이제야 만나, 외롭고 서러웠던 서로의 여정들을 위로하며, 어깨를 다독이고 기대며 함께 걷는다. 서로들 생각과 의견의 차이야 당연하지만, 타향에 사는 교포들에게는 이렇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일분일초가 소중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세월호의 기억은 세월호 그 이후로, 그 너머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한다.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그 “너머”를 함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크로노스 (Χρόνος). 헬라어로 객관적 시간, 물리적 시간,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시간이다. 이와 대비되는 시간이 카이로스 (Καιρός)다. 주관적 시간, 단절된 시간, 각자에게 다른 의미와 체감을 부여하는 시간이다. 신학적으로 크로노스는 인간의 시간이며, 카이로스는 하느님의 시간이다. 크로노스가 파열을 일으키고 그 한계를 다할 때 카이로스가 온다. 즉, 크로노스를 지배하는 질서와 법이 파국을 맞을 때, 카이로스는, 하느님의 시간은, 그 틈을 깨고 들어와 하느님 나라를 연다.

세월호는 크로노스의 파국을 보여준 사건이다. 추잡하고 탐욕스러운 자본의 욕망 위에 세워져 스스로를 진실처럼 믿게 하던 매트릭스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진도 앞바다로 침몰했다. 그 비극의 현장 앞에, 절망과 무기력과 죄책감으로 울며 서성이던 우리에게 카이로스는 열렸다, 아니, 매 순간 열리고 있다. 하느님의 시간 속으로, 하느님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 속으로 들어오라고 우리를 부르고 있다.

지난 3주, 우리는 크로노스와 함께 침몰하지 않고, 카이로스를 택했다. 우리가 택한 하느님의 시간은 우리 아이들의 기억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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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는다. 엄마아빠들과 함께하며 머릿속 상상을 소박하지만 현실로 만들어낸 지난 3주를 아이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물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왜 거기 있었느냐고, 무엇을 그리 열심히 함께 하고 있었느냐고. 바로 그 질문을 통해 우리는 카이로스를 살아갈 것이다.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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