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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미군 주둔, 미국 국익에 도움 되지 않아”

논평] “미군 주둔, 미국 국익에 도움 되지 않아”
-덕 벤다우 수석 연구원, <재팬 타임스> 기고 통해 주장

Wycliff Luk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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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벤다우 연구원(출처 : 케이토 연구소 홈페이지)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제기되 주목을 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두뇌집단인 케이토(CATO) 연구소의 덕 벤다우(Doug Bandow) 수석 연구원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화) 일본의 영자 신문 <재팬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한국의 대미 방위 의존이 미국에 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덕 연구원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 근거는 대략 다음과 같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을 강화할수록 군사력을 증강 배치해야 하는데,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지역이 아닌 곳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건 군사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실제로 군사도발을 감행했을 경우 미국의 군사력이 제압할 수 있지만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인해 ‘끔찍한(horrendous)’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덕 연구원은 이 같은 논리를 펼치면서 “분쟁지역인 한반도에 영구적인 군대 주둔은 안 될 말”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과 유럽에 집중했던 미국의 힘을 아시아에 재분배하겠다는, 이른바 ‘아시아 회귀 전략’을 내세운 점을 감안해 볼 때, 덕 연구원의 주장은 무척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미국은 이미 한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이뤘던 1970년 중반 이후부터 한국의 안보역할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1979년 6월 방한한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적으로 북한보다 훨씬 부강한 남한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그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시점을 현재로 돌려보자. 남북한 격차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남한의 우위다. 덕 연구원은 칼럼에서 “한국은 인구에서 북한에 비해 두 배, 경제력은 40배 이상 우위에 있다”고 적었다. 그뿐만 아니다. “한국은 북한의 주요 군사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가로챘고, 이에 중-러는 더 이상 북한을 위해서 싸우지 않으려한다”고 지적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남한의 우위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덕 연구원은 “스스로의 선택”이라며 한국의 대미 안보의존을 비판했다. 사실 이 같은 지적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미국이 안보 공약에 대해 수정을 가하려 할 때 마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결연한 의지로 이 같은 시도를 번번이 무산시켰다. 지난 해 10월 한미 간 쟁점이었던 전시작전권 이양시기를 당초 2015년에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시킨 것이 가장 가까운 예다.

미국, 전략적 판단 따라 한반도에서 발 뺄 수 있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언급할 때 ‘혈맹’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은 글로벌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뤄왔다. 그때그때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한반도 정책을 결정했다는 말이다.

한국은 미국이 전 세계를 무대로 펼치는 위험천만한 전쟁게임에 끼어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베트남전 참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파병은 그렇게 해서 이뤄졌다. 명분은 한결같았다. “한국전쟁 때 한국을 구해준 미국을 돕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국익만이 지상가치이고, 어제의 적이 오늘 동지가 될 수 있는 냉혹한 전쟁터다. 한미 동맹이라고 해서 국제정치의 냉혹함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한반도는 언제는 남북이 충돌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화약고이고, 미국은 복잡한 남북관계에 얽히지 않으려 발을 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잠깐 덕 연구원의 칼럼 한 대목을 인용해 보자.

“그동안 한국 정부는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어진 미국의 어리석은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미국에 ‘보답’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이 작게 기여했다는 점이 지구상에서 가장 불안하고 위험한 군사 대립 와중에 있는 한국에 항구적인 안전보장과 미군 주둔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덕 연구원의 칼럼은 지난 8월 남북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미국의 개입 가능성마저 현실화되자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같은 주장이 미국의 정책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동북아 새판짜기에 한창이고, 한국은 중요한 하위 연결고리다. 따라서 미국이 당장 한반도에서 발을 빼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복잡한 남북 관계에 개입을 꺼려한다는 건 분명하다. 미국은 자국민, 특히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미군 병력의 안전에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북 간 갈등에 개입하는 일은 되도록 자제해왔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은 ‘혈맹’ 운운하며 미국을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이런 태도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접어들면서 더욱 노골화됐다. 그러나 남북이 대치하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적절히 관리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임무는 오로지 우리의 몫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와 군이 “미군이 주둔해야 한반도 안보가 보장된다”는 사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덕 연구원은 칼럼 말미에 “자국 방어를 위해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리 정부와 군 수뇌부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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