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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와 달이 차는 때

(15) 해와 달이 차는 때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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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하면 먼저 기억나는 게 있다. 어릴 적 집 거실 벽에 걸려있던 1일이 한 장씩 인쇄되어 하루가 지나면 한 장씩 찢어가는 얇은 인디언페이퍼 박엽지 달력이었다. 그것도 놀이라고 아침마다 동생들과 누가 먼저 빨리 일어나 어제날짜가 찍힌 종이를 찢나 경쟁했었다. 방학에 시골 친척집에 놀러 가 보니 그런 달력종이들이 화장실에서 재활용되고 있었다. 달력은 1년 동안의 월, 일, 요일과 절기, 각종 행사일 등의 사항을 날짜에 따라 기록한 것이다. 예전 조선시대에 책력이란 달력을 동짓날에 반포했던 것에 유래해서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연말이면 달력을 선물로 주고 받는 풍습이 있다.

인간은 평생 한정된 공간과 일정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연의 시간은 일정하게 똑같이 흐르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 공간 속에서 시간의 법칙과 의미를 맞춰 나갔다. 원시부족들이 한곳에 정착해 곡물을 재배하던 농경사회로 접어들며 인간들은 해, 달, 별 등을 보며 씨를 뿌리고 경작하며 추수를 점쳤을 것이다. 어느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고 또 어느 시점이 지나면 곡식이 영글고 추위가 오니 저장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했을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님 댁에 놀러 가면 달력을 넘겨보시며 푸른달 이레쯤 잡초를 뽑고, 스물아흐레가 지나면 열매가 익는다고 혼잣말하시던 할머님 기억이 난다.

고대사회에서 달력은 백성들에게 하늘의 시간에 맞춰 일상생활과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참고서였다. 그 당시 절기, 의례, 길흉일, 시기, 생산활동, 세시풍속 등을 백성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책력은 농사의 적기를 알려주는 것이라 이것을 백성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농업을 중시하던 당시 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 중 하나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지역적 차이로 인해 중국의 역서曆書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시기와 절후가 맞지 않아 농사일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천문학 연구기관인 관상감에서 천체를 관측하여 해, 달의 운행이나 월식, 일식, 절기와 일상에 필요한 농사, 길흉화복 등을 기록한 책력을 만들어 궁중에 올리면 왕은 각 고을 관아의 서리에게까지 선물로 내려 보내 나눠주곤 했는데, 이것을 ‘동지책력冬至冊曆’불렀고 인기도 높았다. 그래서 조선 초기 약 1만부 정도 만들었던 책력을 후기엔 30만부 이상 발행했었단다.

생활필수품인 ‘종이달력’은 조선시대에 최고의 과학문화가 담긴 천문과학서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달력인 경진년 대통력은 중국 명나라 때 역법이었고, 대한제국기의 명시력은 최초로 음양력이 같이 표기되었다. 19세기말부터 외국과 조약체결 등이 잦아지자 외교문서에 개국 기원과 더불어 태양력인 양력을 같이 사용했다. 그래서 고종은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공포하면서 음력날짜 아래에 양력날짜 병행을 시작했다. 그 후, 일제강점기 시기 7일 = 1주일, 월화수목금토일이라는 새로운 체계인 양력을 강제로 시행하자, 수 백 년 넘게 달의 주기인 음력에 익숙한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조선민력朝鮮民曆’도 이때 만들어진 양력 위주의 달력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정부가 양력설을 공식 명절로 공표하고 음력을 무시했어도, 대다수 국민들은 새해로 음력설을 지내는 등 민간에서는 지금도 양력보다 음력을 선호하고 있다.

기원전 2333년을 단기로 서술한 것은 조선 세종 때 서거정이 만든 ‘동국통감’이 최초이다. 양의 해인 올해는 서기 2015년, 단기 4348년이 된다. 단기檀紀는 우리의 시조인 단군왕검이 개국하여 왕위에 오른 해로 서기+2333년으로 계산하면 쉽다. 몽골침략 이후 7 백여 년간 사라졌던 단군교를 1910년 8월 5일 나철이 대종교로 개칭하며 여세를 몰아 단군기원을 연호로 정했다. 그 이후, 1948년 9월 25일 “대한민국의 공용 연호는 단군기원檀君紀元으로 한다”는 ‘법률 제4호’를 통해 공용 연호로 법률에 의해 채택했다. 그러나, 박정희가 1961년 5.16 군사 쿠테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이듬해 1월 1일 폐지하며 서력기원인 서기西紀가 공용 연호로 채택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단기연호를 병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기를 빼고 단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서기와 우리의 주체성을 살리는 단기를 같이 사용하자는 거다. 분단된 남북의 동질성 회복과 통일을 위해서도 개천절의 의미를 기억해야 하기에 단기 연호 병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명박이정권 당시 법제처는 2012년 7월 8일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기이며 단기를 함께 쓸 경우 불기, 공기도 문제되므로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단기연호를 공용연호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영어로 달력인 캘린더Calendar는 ‘매달의 첫째 날’인 라틴어 Kalendae에서 유래했다. 서기는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이라고도 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로 구분하며 11세기가 지나 유럽에서부터 대중적으로 사용되었다. 올해가 서기 2015년이니 AD 2015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어떻게 계산할까? 신라新羅는 서기+57년, 고구려高句麗는 서기+37년, 백제百濟는 서기+18년, 고려高麗는 서기–917년, 조선朝鮮은 서기–1391년, 대한민국 광복光復은 서기–1945년으로 계산한다. 대한민국은 서기–1948년이니 올해가 정부수립 67년째 해라 한다. 한편,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조직돼 활동했으니 공식적으로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6주년이 된다.

불기佛紀는 석가모니가 태어난 해인 기원전 544년부터 시작하여 1백 년을 1기紀로 계산한다. 따라서, 2015년은 서기+544년=불기 2559년이 된다.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이 ‘부처님 오신 날’로 음력 4월 8일로 ‘초파일’이라고도 부른다. 무슬림들이 사용하는 이슬람력Islamic은 히즈라Hijra로 12개월이 354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선지자 무함멧Muhammad이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해인 서기 622년이 원년이니 올해는 1436~1437년이다. 공기孔紀는 공자가 태어난 해 기원전 551년을 기준으로 한다. 서기+551년으로 2015년은 공기 2566년이 된다. 1997년부터 사용하는 북한의 주체연호는 김일성주석이 태어난 서기 1912년을 주체원년으로 법령화해, 서기 2015년–1911년=주체연호 104년이다. 올해가 일본은 평성平成 27년이 된다. 일본 왕이었던 A급 전범 이로히토의 연호는 소화, 그 아들인 아키히토는 평성, 즉 아키히토가 왕이 된지 27년 되었다는 의미다.

이외, 서기 2015년은 로마사력Ab urbe condita 2768년, 아르메니아력Armenian 1464년, 앗시리아력Assyrian 6765년, 바하이력Bahá’í 171~172년, 벵골력Bengali 1422년, 베르베르력Berber 2965년, 대영제국력British Regnal 63 Eliz. 2~64 Eliz. 2년, 버마력Burmese 1377년, 비잔틴력Byzantine 7523~7524년, 중국력中國曆 갑오년甲午年 4711(4651)년/을미년乙未年 4712(4652)년, 대만력民國 104년, 콥트력Coptic 1731~1732년, 에디오피아력Ethiopian 2007~2006년, 유대력Hebrew 5775~5776년, 힌두력Hindu 비크람Vikram Samvat 2071~2072년/쉬카Shaka Samvat 1937~1938년/카리Kali Yuga 5116~5117년, 완신세력Holocene 12015년, 이그보력Igbo 1015~1016년, 이란력Iranian 1393~1394년, 태국전통력 Suriyakati 2558년 등이 같이 사용되고 있다.

고대 수메르 Sumer Sumerian인들도 현대와 유사한 한 달이 29~30일로 구성된 12개월 음력을 1년으로 사용했단다. 중남미 마야인Mayan과 메소아메리칸 Mesoamerican은 1년이 260일과 365일로 구성된 2개의 달력을 사용했다. 그리스인들 역시 한 달이 29~30일로 12개월이 1년인 달력을 사용했다. 고대 로마인들의 1년은 304일로 10개월이었다. 아즈텍Aztec, 바빌로니아Babylonian, 비잔틴Byzantine, 이집트Egyptian, 프랑스 혁명력French Republican, 고대 아이슬랜드력Old Icelandic, 고대 마케도니아력Ancient Macedonian, 아모리력Pentecontad, 소비엣력Soviet, 스웨덴력Swedish 등도 있었으나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일 년으로 하는 태양력/양력陽曆은 계절의 순환주기인 데 비하여, 지구둘레를 도는 달의 운행 주기를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음력陰曆은 달의 궤도운동의 주기가 바탕이다. 음력의 기본 단위는 ‘달이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이 될 때까지의 시간’인 1삭망월朔望月이다. 계절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음력은 작은 달인 29일과 큰 달인 30일을 교대로 해 평균 29.5일을 한 달의 길이로 삼았다. 태음년은 음력의 12달=29.5일×12=354일로서, 태양년 365.2422일보다 약 11일이 짧다. 따라서 음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1년에 약 11일이 짧으므로, 3년이면 약 한 달, 9년이면 세 달이 다르게 된다. 그래서 음력달력엔 가을이지만 양력달력은 아직도 여름인 경우가 생긴다는 말이다.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 음력에서는 주기적으로 윤달閏月을 넣어 계절과 음력날짜가 맞도록 하였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 태음력을 기초로 하고 윤달을 두어 태양력과 절충한 계절을 세분한 24절기역법인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이다.

세상에는 각 나라와 민족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달력들이 공존한다. 연말이면 외국친구들이 자기 나라 달력들을 보내준다. 달력을 보면 그 나라 문화와 풍습을 배울 수 있는 월, 일, 요일과 절기, 각종 행사일 등이 있다. 한 해 마지막 자락을 배웅하며 집과 사무실의 헌 달력을 내고 그 자리에 빳빳한 새 달력을 건다. 새 달력에 조상의 기일, 가족의 생일, 중요한 날, 출장기간 등과 올해 해야 할일 등을 기록하니 새해는 벌써 이어달리기를 시작했다. 시대에 따라 입체 달력, 디지털 달력이 등장하는 등 시대에 따라 진화되고 있다. 주류회사는 해마다 다양한 미녀들이 아주 시원하게 입은 달력을 소개한다. 박물관달력은 가만히 생각하고 만든다. 작년 말 휴일까지 반납한 13명의 서울시 현직 소방관들과 2명의 사진작가들이 모여 재능기부로 ‘2015 몸짱소방관 달력’이 만들어져 1차로 어린이화상치료성금이 전달됐단다. 많은 분들이 동참해 이 달력이 계속 인쇄되고 계속 성금전달이 이어지길 희망한다. 2015년은 365일로 전체 공휴일은 66일, 3일 연휴 3차례다.

* 명박이는 뼛속까지 친미라기에 미국식으로 성과 이름순서를 바꿔줬음.

* 소비엣력Soviet은 현지발음에 따라 표기했음.

* 소방관달력 문의는 seongyun119@seoul.go.kr 또는 02.3706.1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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