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교도소 이야기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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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 최근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나온 강력범죄 전과 4범인 한 출소자가 있다. 그에게서 약 5시간 교도소 내 생활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그가 구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면,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쓰고 영장실질심사 후 미결 수용자로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받고, 판결이 확정되면 (기결) 수형자로 교도소로 이감된다. 교도소로 가면 신원확인 후, 사회 옷을 다 벗고 항문까지 확인하는 신체검사를 마치면 청색 상하의 작업복인 죄수복으로 갈아입는다. 이제부터는 술담배도 못 하고, 국민의 기본권이 엄격히 제한되는 수용자 생활이다.
예전에는 감옥소이라고 했던 교정시설인 구치소, 교도소는 갇혀 있는 수용자들의 권익 보호와 교정교육, 직업훈련 등 사회적응 능력의 배양을 통하여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자 설치 운영하는 시설을 말한다. 국내 55개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120%가 넘는다 (2023년 법무부 교정본부 홈페이지). 대한민국공식전자정부 누리집에 따르면,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 약 51,000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51,414,281명(2023년 3월 기준)의 0.11%, 즉 인구 1,000명당 1명이 교도소에 있다는 말이다.
▲ 흔히 감방이라고 불리는 수용거실 내부다. 수용자는 성별, 연령, 죄명, 범수 등을 고려하여 지정된 거실에서 생활하게 된다. ⓒ 교정본부 홈페이지
캡처교도소는 보통 사동별로 독거실, 4~5명 혼거실, 8~11명 혼거실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수용자는 성별, 연령, 죄목, 범수(형기 수) 등을 고려하여 지정된 거실(감방)에서 생활하게 된다. 운 좋으면 인원수가 적은 방에 배정된다. 처음 배정된 감방에 들어가면 ‘생년월일, 죄목, 범수와 함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이라고 인사한다. 예전엔 신고식이란 악습이 있었지만, 요즘은 어림없다.
사회에서 현역으로 조직폭력배 활동하는 자를 건달이라고 한다. 건달 같은 경우, 그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잡혀 그 지역 교도소로 오는 게 반복되니 교도소 생활에 익숙하다. 그래서, 대부분 건달이 교도소 내 각 감방의 빵장(방장)을 맡는다. 형기가 제일 긴 수용자가 방장을 맡는 게 불문율인데, 건달이 배정받은 방은 건달이 방장을 맡고 기존 방장은 이인자가 된다.
건달들이 방장을 맡는 것을 교도소에서도 좋아한다. 이유는 각 사동과 각 방이 원활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재소자 간에 싸움이 없고, 규칙을 잘 지키고, 교도관 말에 잘 따르니 잡음이 없다. 그러니 교도소에서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교도관도 방장이 불편하지 않게 잘 챙겨주고, 방장도 교도관에게 예의를 갖추고 질서를 잡으니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
감방은 계급사회다. 방장은 수감자들이 돌아가며 물 당번, 방 청소, 화장실 청소 등을 해 교도소가 잘 돌아가게 통제한다. 아니면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가 쌓인 수감자들끼리 사소한 일로 밥 먹다 가도 싸우고 자다 가도 싸운다.
▲ 수용거실 내에는 TV, 선반, 옷걸이, 선풍기, 식기세척대 등이 비치되어 있다. ⓒ 교정본부 홈페이지 캡처
그래서, 말썽 많은 수용자는 가끔 방장이나 건달이 혼내기도 한다. 이런 경우 수용자는 외부나 인권 단체에 신고를 못 한다. 만약 신고하면 바로 소문이 퍼지기에 그 교도소에서 생활을 못 한다. 설령 타 교도소로 이감 가더라도 그쪽으로 편지를 보내 금방 소문이 퍼져 거기서도 형기 마칠 때까지 힘들게 생활하기 때문이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아침 7시, 점심 11시 반, 저녁 5시 나온다. 개인별 군대 플라스틱 식판, 플라스틱 젓가락, 숟가락을 사용한다. 조리 시 에너지, 수도 및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은 1일 3식(1식 3~4찬) 수용자 기준 일 인당 식비가 4천616원이다.
감방 마다 벽에 영양사가 짜 놓은 한 달 치 식단표를 붙여 놓았다. 불고기, 삼겹살 빼고 돼지고기 김치찌개, 짜장밥, 카레라이스 등 웬만한 음식은 다 나온다. 바나나, 사과, 감 등 과일은 일 인당 일주일에 2회, 치즈, 야채샐러드, 식빵, 우유는 3회 나온다. 그 외 먹을거리 등은 개인 돈으로 구입할 수 있다. 소시지나 가공식품류, 사과, 귤, 감 등 과일을 면세로 살 수 있으니 오히려 시중보다 저렴하다.
일요일, 공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30분 운동시간에는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복도에 15개 방이 있으면 앞뒤로 나눠서 야외에서 운동할 수 있다. 물론 안 나가도 된다. 방에서는 취침 시간을 제외하면 누워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일과 시간엔 항상 방바닥에 앉아 있어야 하니 앉아서 자는 수용자도 있다. 인간의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1개월 정도 지나면 다들 적응해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
▲ 수용자들의 교정교화 및 출소 후 자립을 위해 목공, 인테리어, 봉제, 미장, 조적 등 직업훈련과정을 제공한다. ⓒ 교정본부 홈페이지 캡처
개인 별로 군대 담요 같은 침구가 2장이 배급된다. 그래서, 침낭, 모포 등을 사비로 구입해야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전에는 외부에서 구입했는데 워낙 양이 많다 보니 요즘은 교도소 내에서 공장을 운영해 수용자들이 직접 만든 이불, 침낭, 모포 등을 판매한다. 침낭 1개가 4만5천 원이다. 속옷도 삼각, 사각 다 사회 제품과 비슷하게 만든다. 그래서 교도소 공장에서 미싱 돌리는 죄수들은 한 달에 40만 원 정도까지 벌 수도 있다.
사회와 격리된 교정시설에서도 돈 없으면 고생이다. 죄수복도 구치소는 새것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교도소는 새것을 구입은 못하지만 구할 수는 있다. 돈이 많은 경제사범 등은 새 하복, 춘추복, 동복을 암거래하기도 한다.
암거래 수단은 등기표다. 외부와 유일한 통신수단인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체국 익일특급(빠른등기)표가 장당 3,680원이다. 30장 해봐야 조그만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부피도 작지만, 가치는 11만 원이 넘는다. 그걸 교도소 내에서는 돈처럼 사용한다. 등기표로 경제사범이 독방에서 특별한 반찬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경제사범과 주방장을 연결하는 게 사동 도우미들이다.
사동 도우미는 살인범을 제외한 모범수만 지원할 수 있다. 잘 뽑아야 교도관도 편하기에 교도관이 면접 후 결정한다. 사동 도우미가 되면 식사 때 한 동 층(15~30동)을 담당한다. 그래서 기상하면 취사장에서 일하며, 그 외 시간에는 잡일을 하고, 감방에는 잘 때만 들어간다. 잘 먹는 혜택이 있지만, 하는 일은 솔직히 힘들다. 감방에서 손톱깎기 하나를 요청해도 사동 도우미가 직접 주고,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감방을 오가며 모든 잔심부름을 다 하므로 무척 피곤한 일이다.
교정본부는 오전 9시 반~저녁 9시까지 편집한 교화방송 <보라미 방송> TV, 라디오를 각 감방에 송출한다. 오전 9시, 정오 12시, 밤 9시 라디오 방송. 오전 9시 반, 오후 1시 생방송 KBS1, MBC, SBS, EBS1이 편성됐고, 주말에도 생방송 대부분을 볼 수 있다.
▲ 수용자들은 직업훈련 및 공부도 할 수 있다. ⓒ 교정본부 홈페이지 캡처
수감자들은 수감되면 가상계좌를 만들어 외부에서 보내주는 돈을 예금해 의류 등, 음식물 등 일주일에 한번씩 구입하고 싶은 걸 신청할 수 있다. 음료수 등 식품의 정찰제에서 세금이 빠지는 면세니 사회보다 더 싸다. 대기업들은 생산된 제품을 밀어내기 하는데, 그래서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제품 등도 꾸준히 현찰로 잘 팔리는 교도소 납품을 아주 선호한다.
수감자들끼리 간식 등을 구입해 감방에서 서로 나눠 먹으니 돈 없으면 감방에서도 무시당한다. 그래도, 노숙자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일부러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하루 3끼 주고 편안하고 따뜻한 감옥으로 들어간다.
맥심 등 성인 잡지, 서적은 한달에 두 번 수발 업체로 신청한다. 국내 서적 중 금서나 나체 사진 등 외설 서적, 이념 서적만 아니면 책 뒷장에 인쇄된 정가로 구입할 수 있다. 한 교도소에 보통 수감자가 2,000여 명이니 수발 업체는 수익이 높다. 대부분 출판물은 할인 판매하는데,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구입 해 정가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코 고는 수감자들은 따로 모아 같은 방에서 생활하게 한다. 서로 범죄에 연관된 수감자들은 타 교도소로 이감해 분리한다. 질병으로 아프면 보고전을 써 교도관에게 준다. 상태를 판단해 투약, 치료, 수술까지 국가에서 무료로 해준다. 다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다.
방에서 서열 1위인 방장도 연장자에게는 존대어를 쓴다. 하지만, 건달은 위 10년은 무시하고 그냥 말을 놓는다. 건달들은 사회에서 경쟁하던 반대 세력이라도 교도소 안에서는 다 같은 한 식구로 같이 뭉쳐 세를 키운다. 그래야 서로 편하기 때문이다. 족보가 없는 지방 논두렁 건달(동네 양아치)들은 무시당한다. 특수부대 출신, 살인범이라도 특별 대우는 못 받는다. 그러나, 별 3, 4개 등 전과가 많은 빵잽이들은 잘 적응한다.
빵과 요구르트 등 유제품이 나오니 이론상으론 술 제조가 가능하다. 물론 술을 몰래 만들어 마시다 걸리면 ‘징역 깨진다’. 전에야 몰래 담배를 피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절대로 담배를 못 피우고 걸리면 역시 ‘징역 깨진다’. ‘징역 깨지는’ 건 독거실인 징벌방에 들어가는 것. 징벌방으로 가면 가석방도 없고, 실외 운동도 못하고, 교도소 내 일터 취업을 못 나가 돈도 못 번다. 남은 형기 내내 독방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오고 쳐박혀 있어야 한다. 다른 수감자와 싸워도 징벌방이다. 그래서 서로 조심한다.
방마다 달력도 있어 수용자들은 자신의 출소일을 적어 놓는다. 출소일이 가까워져도 다른 수용자를 생각해서 표현을 안 한다. 다들 남은 형기에 아주 예민하기 때문이다. 출소일 새벽 4시쯤 교도관이 와서 조용히 “ㅇㅇ씨 나갑시다” 한다. 그러면, 미리 싸 놓은 자기 짐을 가지고 조용히 방을 나온다.
▲ 종교활동도 가능하고, 사회에서 강사들을 초청해 수감자들을 감당에 모아 놓고 교화 강의를 하는데, 여자 강사들이 당연히 인기 최고다. ⓒ 조마초
교도소 입소 때와 마찬가지로 본인 확인, 지문 조회 과정을 거쳐 입소할 때 입던 옷이나 집에서 가져온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신고하고 교도소 밖으로 나가면 아침이다. 교도소 내에서 사용한 침낭 등 개인물품은 출소할 때는 가지고 가던 타 수용자를 주던 자유다. 원래, 원칙적으로 출소 전날 밤 ’12시 땡!’ 하면 교도소 문을 나갈 수 있으나, 교도소가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출소하자마자 사고 치는 출소자가 생겨 교도소장의 재량에 따라 아침에 출소시킨다.
가석방은 예로, 교정본부에서 ‘이번에 한 3,000명 가석방 예정이다’ 통보하면 각 교도소로 할당 인원수가 오고, 그러면 교도관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교도관 추천서를 받은 형기의 60% 이상 지난 모범수는 가능성이 높다. 1심에서 실형 10년을 받은 흉악범도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반성문을 써 내고, 대법원까지 계속 항소하면 형량이 깎여 5년정도로 감형된다. 그런 흉악범도 교도소 내에서 3년간 무난히 생활하면 가석방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민원으로 교도소를 새로 짓지 못해 수용 능력은 부족하고, 수용자는 자꾸 증가하니 교정기관은 가석방 제도를 활용해 들어온 수 만큼 밀어내기 식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가석방되면 원래 형기가 끝날 때까지 전자 발찌를 찬다.
종교활동도 가능하고, 사회에서 강사들이 와 수감자들을 감당에 모아 놓고 교화 강의를 하는데, 여자 강사들이 당연히 인기 최고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교정·교화는 글쎄다. 문제점은 교도관들이 죄수(수용자)들 때문에 밥 먹고 사니 수용자들이 계속 많아야 하고, 새 사람으로 변해 나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정에 도움을 주는 교도관도 거의 없다.
▲ 강력범죄 전과 4범인 출소자는 정면 얼굴을 공개해도 된다고 했으나, 뒷모습만 공개한다. ⓒ 조마초
수용자들은 재수없게 걸려 교도소에 왔다며 10이면 10명 다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말끝마다 “검사 죽일 놈! 판사 때려죽일 놈! 변호사 씹어 먹을 도둑놈!”이라고 씨부렁거린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것이다. 재판정에서 보면 연차가 낮은 신참 변호사들은 아무래도 판사의 눈치를 본다. 그래서 돈을 더 써도 전관을 따지게 된다.
“교도소에 한 번도 안 간 사람도 많지만, 한번 간 놈은 또 들어간다. 재범률이 높은 이유다. 갈때까지 간 놈들이라 교정·교화도 안되고, 또 잘하면 감형을 받으니 죄를 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웬만하면 (교도소) 안의 인연들과는 안 엮이는 게 낫다.” 그가 헤어지며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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