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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라마단 무바락!

(107) 라마단 무바락!

Macho CHO

machobat@gmail.com

오래전 외국에서 공부할 때다. 같이 어울리던 친한 레바논계 무슬림 여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점심 먹자니까 “내일부터 당분간 낮에 못 먹어.. 라마단이 시작되거든.”이라고 해서 라마단이 무엇인가 물어봤다.

라마단(Ramadan)은 이슬람 달력의 가장 성스러운 9번째 달이다. 고대 아랍어 어원으로 “아르-라마드” 즉 “타는 듯한 무더위” 의미다. 꾸란의 바까라(Surat Al-Baqarah 2:183)에는 “너희 선임자들에게 단식이 의무화된 것처럼 하나님을 믿는 너희에게도 단식은 의무라 자제함을 통하여 의로워질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서기 610년경 대천사 가브리엘이 카라반 상인인 무함마드에게 나타나 전한 하나님(Allah)의 말씀을 아랍어로 기록한 이슬람교 경전이 “꾸란(Quran)”이라고 무슬림은 믿는다.

▲ 꾸란은 현재까지 114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47개 언어판으로 출판되었다. 꾸란 한국어판은 이슬람력 1417년(서기 1996년)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이슬람·이슬람 기금·선교 및 교육부 지도감독 하에 메디나 소재 파하드 국왕 꾸란 출판청에서 발간해 배포하고 있다. ⓒ 조마초

이슬람교의 가장 중요한 기본 5가지 의무는 사하다(Shahada): 하나님과 예언자 모하마드 외에 신이 없다는 믿음, 사라(Salah): 하루 다섯 번 기도, 자캇(Zakat): 무슬림의 의무적 자선·기부, 하지(Hajj): 최소 한 번의 성지 순례, 그리고 사암(Sawm): 일출 전부터 일몰 전까지 단식이다.

서기 624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도시인 메디나에서 최초의 라마단 축제가 시작되었다. 꾸란에 라마단은 “몸과 마음에 불순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금욕하고 단식하는 한 달”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금욕은 이성 간 육체접촉, 음란한 생각, 불손한 행동 등을 금기한다.

또한, “흰 실이 검은 실과 구별되는 낮 동안은 음식을 먹으면 안 되고, 부부끼리 잠자리를 같이하지 말 것이며 사원에서 경건한 신앙생활을 하라.”고 했다. 물론 어린이, 임산부, 수유 중인 산모, 생리 중인 여성, 당뇨병 등 환자는 단식의무에서 제외된다. 또 특수작전 중인 군인,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단식을 못 하거나 단기간 집에서 멀리 떠나서 있는 자도 예외다. 예전에는 고향에서 100km 거리라 했는데 글로벌 시대인 지금은 바다를 건너 타국 정도로 해석하면 쉽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도 후에 못 한 일수만큼 단식을 실천하거나, 헌금, 기부 등으로 갚아야 한다.

▲ Pew Research센터에서 조사한 무슬림 인구 지도다. 색이 짙을수록 무슬림 인구가 많다. ⓒ Pew Research

따라서 무슬림들은 한 달간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음식, 물, 흡연, 심지어는 침도 삼키지 않는다. 금식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금욕을 실천하는 명예로운 신앙심의 표현이자 모든 건강한 성인 무슬림들의 의무라는 뜻이다. 라마단은 비무슬림인 우리에게도 고통받는 이웃과 빈곤한 이웃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라마단 동안 무슬림의 하루는 해뜨기 전 새벽에 수후르(Suhoor)를 먹고, 첫 기도 파즈르(Fajr)를 한 후, 해가 떠 있는 낮 동안 3번의 기도를 하고, 일몰 후 기도 마그렙(Maghreb)이 끝나면 물과 말린 대추야자로 위를 달랜 후, 가족, 지인이 다 같이 모여 저녁 이프타르(Iftar)를 먹는다.

예언자 모하마드가 금식 후 첫 음식이 말린 대추야자라고 믿는 모든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 식사 전 꼭 말린 대추야자를 먹는 게 전통이다. 수천 년 전부터 중동에서 재배된 대추야자는 아주 달아 영양이 많고, 소화가 잘되며, 원기를 회복하고, 금식으로 허약해진 신체에 당분을 공급한다. .

▲ 라마단 기간 중 백화점, 마트나 바자, 노점 등에서 가장 많이 파는 게 말린 대추야자다. 그런데, 요즘은 대추야자 가격이 싸지도 않아, 상품 1kg에 우리 돈 약 4만 원. 보통 대추야자는 그루 당 연간 100~120kg을 수확하며, 약 6m 높이 야자나무 그루당 우리 돈 약 200만 원에 거래된다. ⓒ Open Food Facts

원래 단식은 무슬림만 하는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의료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수술 등에 금식을 한다. 또한, 단식투쟁 등으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정치적일 때다. 그리고, 종교적이다. 가톨릭에서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 통상 한 끼를 금식하고 있다. 개신교 중 루터교회나 성공회 교인들도 기독교 전통상 절기에 따라 금식한다. 이슬람교의 사촌 격인 유대교는 월요일과 목요일에 금식한다.

라마단 기간 중엔 거리와 빌딩, 상점, 가정에 파누스 등(Fanus Lantern)을 장식한다. “파누스”는 원래 그리스어 φανός(빛, 등불)가 어원이다. 파누스 등은 수백 년간 내려온 라마단의 상징이다. 원래 이집트에서 라마단 기간에 신비한 색깔의 파누스 등을 밤거리에 밝히며 시작되었다. 역사적으로 “세상의 빛”,”어둠 속의 빛” 등 희망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이슬람교 성스러운 달 라마단의 상징이 되었다.

▲ 라마단 기간 중엔 거리와 빌딩, 상점, 가정에 파누스 등(Fanus Lantern)을 장식한다. ⓒ Ibrahim

이슬람력은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보다 약 11일이 적어 354일이다. 달 자전의 주기로 계산하기에 라마단 날짜는 해마다 바뀐다. 그래서 라마단 때 일출, 일몰 시각도 매일 이슬람 종교 기관에서 발표하고, 각 지역 이슬람 기관이 전파한다.

계산해보면 33년마다 라마단이 겨울철에 온다고 한다. 낮도 짧고 금식도 수월하다. 그러나, 해가 길고 날씨가 무더운 여름에 라마단이 시작되면 더 고통스럽다. 하루 금식 시간이 보통 12시간이 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약 19억 명(2020년 기준)의 무슬림들이 4주간 단식을 시작하는 거대한 축제를 시작한다. 올해 대한민국 라마단 시작은 3월 22일 일몰 후부터다. 그리고, 그레고리력 2023년 3월 23일이 이슬람(Hijri)력 1444년 아홉째 달인 라마단 1일이다.

서국 국가와 보수적 및 개방적인 여러 이슬람 국가에서 라마단을 20번 가까이 경험했다. 서구 국가에서는 금식하는 사람이 소수니 큰 부담이 없는데, 거의 모두가 금식하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처음에 가장 고민이 낮 식사 시간에 무슬림 지인, 거래처와 만나면 어떻게 하나였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어렸을 적부터 라마단 금식에 익숙하기에 라마단 동안 비무슬림이 식사하고 물을 마셔도 무감각하다. 그렇다고 금식 중인 무슬림 바로 앞에서 음식을 먹는 건 예의가 아니다.

라마단 기간 상류층, 고위층 중 극소수는 이런저런 핑계로 외국 출장 가거나 금식하지 않는다. 외국 손님인 나를 접대한다는 핑계로 고급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한 현지 지인들과 헤어져 탄 택시 안에 음식 냄새가 풍겼다.

▲ 라마단 때도 금식 중인 무슬림 요리사들은 종일 음식을 만들어 아프타르 식사용으로 준비하고 있다. 낮엔 조용하던 도시가 이잔이 들리고 해가 떨어지면 활기차고 음식 냄새가 코와 입을 자극한다. ⓒ 조마초

힘없는 얼굴의 택시 기사는 일몰 즈음엔 승객이 몰려 미리 이프타르 음식을 사 놓았단다. 모스크에서 저녁 기도를 알리는 이잔(Ezaan) 소리가 들리자 이제 저녁을 먹을 수 있다며 날 보고 웃는다. 차창 밖으로 음식을 사러 길게 줄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반 서민들은 우직하고 충실하게 종교적 규율을 잘 따르고 있다.

라마단 기간에 어디를 가든지 다들 기력이 약해 보인다. 특히 여름철 늦은 오후가 그렇다. 그래서 조립한 제품을 사거나, 수술, 중요한 계약을 하지 말라는 반농담이 있다. 종일 굶었으니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시대다. 라마단에 무슬림에게 뭐라고 축하할까? 라마단 기간 무슬림들은 동성끼리 포옹하며 “라마단 무바락(Ramadan Mubarak’)!”, “라마단 카람(Ramadan Kareem)!”이라고 축하한다. 무바락은 ‘축복’, 카림은 ‘풍요로운’ 뜻으로 비무슬림에게도 대중적인 “라마단을 축하한다!”란 일반적인 인사다.

▲ 라마단 때 저녁이면 가족, 친지, 지인들과 함께 이프타르를 즐기며 도심의 야경을 만끽한다. 쿠알라룸푸르 도시 전체가 화려한 파누스 등처럼 빛난다. ⓒ 조마초

한 라마단 유머를 소개한다.
“마크와 톰 두 남자가 중동 사막을 여행 중 길을 잃었다. 뜨거운 사막 모래 폭풍 속에서 며칠을 물과 음식을 못 먹어 탈진해 쓰러졌다.

그때 모래폭풍이 걷히며 저 멀리 모스크가 보였다. 마크가 “저 모스크에 가서 우리가 무슬림이라고 하면 무슬림들이 먹을 걸 줄 거다.”라고 하자, 톰은 “난 배고파도 무슬림이라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라고 했다.

어쨌든 둘이 기어서 겨우 모스크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자 무슬림 한 무리가 나와 그들을 환영하며 이름을 물었다. 마크는 잽싸게 무슬림 이름을 생각해내 ‘무하마드’라고, 톰은 ‘톰’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무슬림들은 톰을 진수성찬이 차려진 넓은 식탁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마크를 돌아보며 두 손을 잡고 “무하마드 형제여! 라마단 무바락!”하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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