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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시즌 2 유감

(10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시즌 2 유감

대한민국에는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토요일 늦은 오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예능과 연예인 신변잡기 프로그램 홍수 속에 밋밋하지만, 은근히 시청자들이 중독된 맛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인데요. 매주 토요일 19:10~20:05 방송하는 KBS 1TV의 인기 있는 시사교양 기행 프로그램입니다.

드라마 <TV문학관>, <태조왕건>, <야인시대>, <아이리스>, <아버지가 이상해>, <태종 이방원> 등 45년 연기 인생의 국민배우 김영철 씨가 국내 방방곡곡 주택가 골목, 시장, 거리 등 소단위 지역의 동네 주민과 지역 특색을 소개하는, 두 발로 ‘동네를 한 바퀴’ 도는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2018년 7월 18, 25일 2차례 파일럿 방송으로 선보였다가 시청자의 반응이 좋아지자 동년 11월 24일에 정규 편성으로 지난 7월 2일 자로 177회까지 방송했죠

판문점선언 1주년 생중계, 뉴스특보, 2020 도쿄 올림픽 중계 등 9회를 제외하곤 결방 없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평균 시청률이 7~9%대로 한동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습니다.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에 매회 방문지역 그림지도, 스냅사진 등 안내와 [알려드립니다] 게시판에는 방문했던 장소 및 상점 등의 정보를 담아 시청자의 이해와 편의를 돕고 있고요. 소개됐던 상점 등은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해 한동안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니 프로그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죠?

시청자들이 김영철에 조용히 빠져든 이유는 친숙한 동네 아저씨가 돼 마을 길을 걷다, 주민과 구수한 입담을 섞고, 불쑥 들어간 곳에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주인의 인생사를 듣고 맞장구를 치고 손을 잡아 줍니다. 카리스마 있는 왕, 두목 등 선이 굵직한 연기자답지 않게 종종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지 않고, 하굣길에 마주친 어린 학생들과도 스스럼이 없어 농을 주고받는 국민 아저씨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밍밍한 냉면 국물 맛에 서서히 중독되듯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튀는 것 없이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양념과 재료가 구수하게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안티도 안보이고 [시청자 소감]의 댓글들은 마치 동네 사랑방 분위기가 납니다. 올해로 41주년이 된 KBS1 <전국노래자랑>의 고(故) 송해 씨처럼 주말마다 전국 구석구석 사람 냄새를 찾아 걷다 보면 40년 이상 가는 장수 프로그램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 방송종사자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벤치마킹하라고 하기도 했죠.

그런데, 삽입 곡명을 묻거나 시청평이 대부분이던 [시청자 소감]에 갑자기 지난달 말 김영철 하차에 대한 의견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김영철 4년 만에 하차! 란 언론보도와 이런저런 추측성 기사가 보이더군요.

그러자, 6월 30일 KBS는 공식 입장을 통해 KBS 1TV 교양 프로그램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2022년 7월 9일 178회를 끝으로 김영철이 진행을 맡은 시즌 1을 마감하고, 후에는 ‘김영철’을 뺀 <동네 한 바퀴>란 새 제목과 새 진행자로 시즌 2를 시작한다네요. 새 진행자는 씨름선수 출신 방송인 이만기랍니다.

문제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의 [시청자 소감]에는 이민기를 환영하지 않는 글이 대부분입니다. “이만기 씨가 이 프로에 어울립니까.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떨어지고 이제 2년 후에 출마하시려고 슬슬 이미지 메이킹하려고 하십니까. 1회부터 쭉 봐온 애청자입니다. 글 쓰려고 KBS 회원가입까지 했네요. 정치권에 얼씬거리는 사람을 왜 이 프로에 투입합니까. 그렇게 사람이 없습니까? 제발 다른 분으로 바꿔 주세요. 너무나 좋아하는 프로인데 잃고 싶지 않네요.”

이유는 전에 이만기가 욕설 글을 SNS에 공유한 사실 때문이네요. 이민기는 2016년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경남 김해을)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재정 경기교육감을 겨냥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세력을 빨갱이라고 과격하게 표현한 페이스북 글을 공유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종북감시단’ 소속인 하ㅇㅇ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이재정 교육감의 사진”과 “빨갱이는 보이는 즉시 사살하라. 법은 빨갱이들에게 인권 타령마라. 보이는 대로 때려죽이는 것이 최선책. ㅇ마니 ㅇ따리 ㅇ쎄들아”며 이 교육감을 욕설과 함께 거칠게 비난했던 글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만기가 해당 글을 그대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누리꾼들의 실망스럽다는 반응과 비난이 거세지자 이만기의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은 얼마 후 삭제됐습니다. 이만기는 후보자 유세 중 상대방 김경수 후보를 종북으로 몰며 색깔 공세를 펼쳐 논란도 있었죠.

SNS상에서 자신의 신념이나 동의하는 내용은 나누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빨갱이”, “때려죽이는 것” 등 거친 욕설을 공유하는 것이 대학교수이자 국회의원 후보였던 사람이 할 행동이었냐는 것이죠. 그래서 그가 이번에 KBS 1TV 대표적 교양 프로그램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시즌 2의 진행자가 될 자질이 있냐는 것입니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좋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합니다. 공영방송도 재원이 필요한데요, 상업 광고와 정부 지원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죠. 그래서, KBS는 한국전력공사가 매달 징수하는 전기요금에 TV 수신료 2,500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국민이 알고 있으라는 듯 프로그램 말미에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수신료로 만들었습니다”란 자막을 답니다.

잠시 건 한 번이건 간에 논란이 있는 이만기의 진행을 반대하는 <동네 한 바퀴>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소리를 KBS가 외면한다면, 수신료 징수의 당위성이 사라지고요, 시청자들의 시청 반대에 김영철 없는 <동네 한 바퀴>는 얼마 못 가 폐지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KBS의 주인은 “반강제로 ‘수신료’를 꼬박꼬박 내는” 시청자들이니까 말이죠.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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