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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타워크레인과 기사

(97) 타워크레인과 기사

Macho CHO

machobat@gmail.com

 

타워크레인은 19세기 초 전동기가 발명된 후,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호이스트(감아 올리는 장치) 기중기 설비로 지브(중량물을 매다는 팔)를 상하로 움직여 수 톤에 이르는 자재나 장비를 일정한 장소로 안전하게 인양 작업을 할 수 있는 ㄱ형과 앞뒤 좌우로 작업하는 T형, 2가지로 크게 나뉜다.

보통 건물 공사는 토목>기초>골조>설비>마감 순으로 진행된다. 골조가 시작될 쯤 타워크레인을 설치한다. 그러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자기 노조원을 채용하도록 현장에서 쟁의행위를 한다. 현장 소장은 타워크레인이 5대라면 2:2:1 정도로 양대 노총 노조원과 비노조원에게 적당한 비율로 안배한다. 파업 등으로 작업에 차질을 안 주는 비노조원이 현장에선 환영 받는다.

지상에서 수십 미터 위의 운전석에서 3톤이상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려면 구조, 양중작업 및 설치 해체 필기, 실기시험을 거쳐 ‘타워크레인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자격증이 있어도 최소 3년 경력이 있어야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데 인맥이 있으면 더 빠르다. 타워 회사와 계약한 비노조원은 회사 수수료를 빼면 노조원보다 급여가 적지만, 그 자리도 경력자 우선이다.

기사는 타워크레인 맨 꼭대기 운전석에서 인양 작업을 한다. 계기판에는 각도, 거리까지 표시되니 정확한 작업이 가능하다. 운전석 바닥도 유리고, 호이스트 끝에 고성능 카메라가 있어 지상 상황이 한 눈에 잘 들어온다.

조선소나 고층 건물을 짓는 건설 현장에서 골조를 올리는 필수장비다 보니 조종 기사는 높은 연봉과 처우 등 대우가 남다르다. 그래서 과거부터 철근, 목공 등이 자재 인양 등을 부탁하며 기사에게 간간이 따로 수고비를 줬다. 그런데 이게 어느덧 당연히 줘야 하는 월례비로 변해버렸다.

파업으로 임금인상이 되듯 담합한 월례비도 해가 가며 오른다. 이 돈을 안 주면 철근, 목공 등 하도급 업체의 자재 인양을 안 하니 현장은 올스톱 된다. 유일하게 높은 상공에서 혼자 일하는 특성상 위험 요소도 높고, 비정규직이라 약 2년 일하면 한동안 일이 없으니 높은 임금과 월례비가 필요하다지만, 대부분 현장 작업자가 같은 상황이라 설득력은 떨어진다.

대한건설기계협회에 등록된 유인 타워크레인이 5961대(2020년 12월 31일 기준), 국토부 통계에 유인 타워크레인 기사는 9890명(2020년 9월 기준)으로 매년 증가세다. 장비보다 기사가 2배 많고 명부의 순서대로 일이 배정되니 2년 정도 일하고 1년 이상을 기다려도 자기 순서가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일부는 뒷돈을 주고 자기 순서를 앞당기기도 한다.

운전석이 없는 3톤 미만 무인 타워크레인은 지상에서 기사가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한다. 유인 타워크레인에 비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지만, 설치·해체가 간단해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쉽게 운용할 수 있고, 월례비나 파업도 없으니 공사 기간을 앞당겨 공사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3톤 미만 무인 타워크레인을 건설기계에 포함하며 20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조종사 면허를 주기 시작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무인 타워크레인은 14대(2013년)에서 1838대(2019년), 면허증 소지자 또한 1명(2014년)에서 6727명(2019년)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그러나 다양한 건설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무인 타워크레인은 불법 개조와 초보 기사에 의한 안전사고가 증가해 작업자들은 상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장비 대부분 중국제로 성능도 부실하고, 부속 하나 고장 나도 중국인 기술자만 직접 교체·수리(일부 업체의 계약조건이 그렇단다)할 수 있다.

최소한 3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유인 타워크레인 기사보다 그동안 허술했던 무인 타워크레인 기사 자격 요건도 올해부터 면허취득 시 교육 이수에 실기시험이 추가된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됐다. 위험표시등, 원격제어기, 풍속계 등 안전장치 장착 의무화와 장비별 전담 기사도 지정했다. 또한, 그 동안 만연했던 현장 불법 개조를 막기 위해 오는 7월부터 건설기계 세부 규격을 정해 적용하기로 했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크게 네 요인으로 나뉜다. 기계 요인은 부품 결함, 와이어 절단, 노후한 중국제 장비 등. 설치·해체 요인은 장비 결함 인지 난이, 작업 수칙 무시, 해체 작업 순서 무시 등. 관리 요인은 점검 불량, 불법 개조 등, 그리고 기사에 의한 작업수칙 미준수, 시야 미확보, 조작 미숙 등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유·무인 타워크레인 모두 제작 결함, 불법 개조·연식 위조다. 초속 15미터 강풍을 버텨야 하는데, 그 이하 풍속에도 부러지고 넘어진다. 교체 안 한 노후한 와이어는 대형사고를 유발한다. 인양 하중을 무시한 채 작업하다 인재사고로 이어진다.

국토교통부의 타워크레인 내구연한 용역발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 가능 연한 7년 9개월은 현장에서 설계기준을 초과해 작업하는 특성상 실제로는 5년 이하다. 그러나, 정부의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합동 안전대책(2017년)’은 이 기간을 20년까지 늘려줬다(경실련 자료).

수입 장비 등록 시 일부 수입업체가 수입면장이나 수입증명서를 위조해 연식을 허위로 등록하는 건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국토부는 수입증명서 이외에 제작사 인증서 제출을 의무화해 연식 부분에 대한 서류 위변조를 방지하는 내용으로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2018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2016년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한 달 동안 총파업을 벌여 전국 현장이 멈췄다. 그러자 노조의 횡포와 비용 증가에 견디지 못한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현장에 무인 타워크레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무인 타워크레인 사용이 급증하며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니 사용을 금지해 달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공사관계자들에겐 자기 밥그릇 지키기라는 시선으로 보인다.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기사 월급은 주 52시간 근무에 수당 포함 약 5백여만 원이다. 거기에 관행적인 월례비 매달 3~5백여만 원(전문건설협회 자료)이 추가된다.

무인 타워크레인 기사 급여는 약 300만 원 선으로 아직은 월례비도 없다. 무인 타워크레인 기사도 노조가 있으나 가입율은 미비하다. 대부분 현장에서 무인 교육을 이수한 철근, 목수 반장 등이 많아 서로 돌아가며 직접 조종하니 별도로 기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외국 유인 타워크레인 기사 평균 연봉을 보면 캐나다는 우리 돈 약 4700만 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00만 원, 일본 5500만 원(erieri.com 참조), 스페인은 보너스 포함 약 4100만 원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7400만 원(salaryexpert.com 참조) 등이다.

복수의 외국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자격 기술에 걸맞은 급여를 받고, 임금 인상 파업을 하는 건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타 공정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월례비를 받고 무인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까지 요구하는 건 매우 불공정한 거 같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의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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