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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이란의 노르즈가 다가왔다

(96) 이란의 노르즈가 다가왔다

Macho CHO

machobat@gmail.com

 

말을 타고 나무채로 땅 위의 공을 몰아 골대에 넣는 폴로는 승마와 하키를 합쳐놓은 종목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단체 경기다. 이 폴로는 약 2,500년 전 페르시아에서 최초로 시작된 귀족 스포츠다. 불꽃과 냄새를 피워 경배하는 조로아스터교도 페르시아에서 탄생했다. 페르시아는 상인도 유명하다. ‘신의 과일’로 불리는 세계 최상급 석류 생산지도 페르시아다.

페르시아가 지금의 이란이다. 중동 아랍과 서남아시아 사이에 자리한 이란은 문화와 인종도 아랍과 다르다. 언어도 인도이란어파인 페르시아어를 쓰고,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제1외국어로 아랍어를 배운다.

매년 양력 3월 이란에서는 전통 명절 노르즈를 기념한다. 페르시아 달력에 따르면, 21일 새해를 앞두고 조로아스터교에 뿌리를 둔 약 3억명은 2주간 명절 축제를 즐긴다. 페르시아어로 Now은 새(新), Ruz는 날(日)을 뜻한다.

이란인들은 집안 어른의 집에 모이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수박, 석류, 귤 등 과일과 견과류, 전통 과자 등을 먹고, 하페즈의 시 등을 낭송하며 긴 밤을 보낸다. 속이 출출하면 석류, 토마토와 양념으로 요리한 닭고기 스튜와 야채, 고기와 쌀을 버무려 포도 잎에 싼 돌메 등도 곁들인다.

하페즈는 14세기 페르시아어권 전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민족 시인이다. 명절엔 하페즈의 시를 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통 의식이다. 목소리 좋고 문학에 뛰어난 사람의 진행하고, 사람들이 돌아가며 하페즈의 시집을 무작위로 펴 나오는 쪽의 시를 읽는다. 가까운 사람들과 웃고 즐기며 시를 낭송하는 이란 사람들은 자신이 읊는 시구가 미래에 이루어질거라 믿는다. 노르즈에 읽는 하페즈의 시집은 이슬람 경전 코란과 함께 거의 모든 이란 사람들이 집에 한 권씩은 있다.

한때 중동의 강력한 친미 경찰국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도 중동의 파리라 불릴 만큼 화려하고 자유스러운 적이 있었다. 거리와 대학교정에는 서구식 미니스커트와 깊게 패인 브라우스에 긴 머리칼을 휘날리던 여성들이 담배와 술을 즐기며 클럽에서 밤새 춤을 췄고 자유연애를 했다. 70년대 전세계적 오일 쇼크로 석유가 나오던 이란은 막대한 부를 누렸고, 그 덕에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도 성공리에 개최했다.


그러나, 부의 편중으로 빈부격차가 커져 민심이 떠나며, 부패한 친미 팔레비 왕조가 1979년 이슬람 시민 혁명으로 무너졌다. 파리에서 망명 중이던 이맘(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돌아오자 테헤란 광장의 600만 인파는 열광했다. 이슬람 공화국으로의 개헌 투표에 90%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렇게 이란 이슬람 공화국 수립이 선포됐다. 1953년 미 CIA의 공작으로 군사쿠데타를 겪었던 이란은 ‘미국식’을 거부했고, 미국과 단교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로 회귀했고 국기도 바뀌었다. 미니스커트는 거리에서 사라졌고, 여성들은 히잡을 다시 썼고, 남녀공학도 폐지됐다.

우리나라가 오일쇼크일 때 이란의 석유가 숨통를 트여줬고, 그 결과 테헤란 상업지구에 서울로(Seoul Rd),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Teheran Rd)가 생겨 오늘날 양국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가 됐다. 현재,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테헤란 거주 여대생 마에데는 “자유는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 일부 이란 여성들은 히잡을 벗고 술을 마시는 게 중요한 자유의 한 부분이라고, 지금 이란엔 그런 자유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그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니스커트와 술에 자유가 있다고 할 순 없다. 나에게는 내 조국에서 교육, 일, 삶, 토론 등을 할 수 있는 게 자유다. 그리고, 이런 자유를 갖게 해준 이란에 감사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이란의 핵 개발 속에, 현재도 미국 등 서방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계속되며 긴장감이 흐른다.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은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테헤란에서 스친 일부 여성들은 밝게 염색한 머리에 화려한 스카프를 뒤로 반쯤 걸쳐 멋을 냈고, 여성의 절반이 직업을 가질만큼 성 평등 정책을 누리고 있다. 또, 빵집 앞에서 전통 빵 난을 굽는 걸 서서 쳐다보면, 낯선이에게 난을 선뜻 건네 줄만큼 인정이 있다. 한국과 이란의 거리는 약 6,653Km(구글 지도 참고)로 생각보다 그다지 멀지 않다. 우리는 미국 영화 아르고(Argo. 2012)나 인피들(Infidel. 2019)처럼 지극히 편향된 미국적, 서방적인 창문을 통해 이란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란인들이 즐기는 노르즈는 3000년이 넘는다. 이란에서는 종교와 상관없이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전통적으로 즐기는 정신적인 민족 축제이자 명절이다. 노르즈는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인도 북부 등 이란인들이 사는 나라에서도 즐기고 있다.

올해 노르즈는 3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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