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Headline / (94) 3일 출장과 4주 격리

(94) 3일 출장과 4주 격리

(94) 3일 출장과 4주 격리

Macho CHO

machobat@gmail.com

올봄 말레이시아에 열흘 일정으로 출장 갔다가 코로나에 발이 묶여 50일 만에 귀국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적 유행(Pandemic) 선언 및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지속, 상당수 국가의 전 세계 대상 입국 금지ㆍ제한 및 항공편 운항 중단 등 상황이 이어지며 정부는 특별여행주의보를 연장했다. 따라서, 방역당국은 연일 국민에게 불필요한 모임이나 해외 방문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말레이시아 출장 갈 일이 생겼다. 중요한 계약이나 미팅은 전화나 온라인 화상 대면만으론 솔직히 부족하다. 미국ㆍ유럽과는 다르게 말레이시아는 다행히도 통제 잘되기에 큰 불안감은 없었지만 입국하기까지 새로운 절차가 까다롭게 생겨났다.

말레이시아에서 단 3일 일정이지만, 말레이시아 도착 후 바로 의무적으로 2주 격리 및 한국 귀국 후 또 2주 의무 격리해야 한다. 출장 관련 비자, 서류 등은 현지 에이젠시가 진행했다.

말레이시아 이민국 발행 입국허가서, 시설격리 및 비용부담 동의각서(LoU), 여권 복사본과 비행기 표를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접수하고, 3일 만에 입국 허가(Travel Notice)를 받았다. 현지 스마트 폰에 검역 앱(MySejahtera)을 깔고 등록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과정들이 시간을 빼앗는다. 앞으론 해외로 나갈 때 필수로 거쳐야 할 과정일 거 같다.

진짜 한산해서인지 인천공항의 출국 수속은 빨랐다. 항공사 라운지는 승객이 없어서인지 샌드위치 몇 개가 전부다. 불을 밝힌 면세점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이젠 어디서든지 체온 재는 게 의무, 습관화되었다. 현재 인천-쿠알라룸푸르 구간은 우리 국적기만 주 3회 운행하고 있다. 승무원 말로는 약 280여 석 비행기라는데 탑승객은 30여 명뿐. 한국인이 다수다. 이코노미 왕복 비행기 요금도 코로나 이전보다 약 3배 가까이 뛰었다.

여섯 시간 반을 날아 밤 10시 반에 도착한 쿠알라룸푸르 공항도 불과 몇 달 전 내가 떠났던 밤처럼 스산했다. 입국객보다 검역관 및 국군(ATM), 민방위(APM), 자원봉사자(Rela) 등 근무자 수가 더 많아 보였다.

말레이시아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안전입국(MySafeTravel) 사이트를 통해 입국 전, RM 250(약 8만 원)/인 등 검역과 코로나 검사 비용을 미리 결제해야 한다. 교통, 숙박이 포함된 오퍼레이션 코스트가 외국인은 RM 2,600(약 80만 원)/인이다. 이 비용을 내지 않으면 비자가 취소되고, 추방되며,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다른 옵션은 본인이 직접 자가 격리할 호텔을 예약하는 등 좀 복잡하다.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예전같이 입국 후 90일간 체류가 가능하단다.

또, 잠시 방심한 사이 콧구멍을 쑤시는 검사(Swab Test)를 받았다. 몇 달 전, 인천을 통해 귀국 후 구청 앞마당에서 처음 받고 두 번째다. 경찰이 에스코트한 버스로 쿠알라룸푸르 도심지 지정된 격리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새벽 4시가 지나서 객실에 들어갔다.

짐을 풀고 면세점에서 산 술을 맛보니 창문 밖으로 붉게 동이 튼다. 왼쪽 손목엔 분홍색 격리 팔찌가 채워졌다. 이제부터 2주간 팔찌를 빼거나 객실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객실 앞에 하루 세 번 호텔서 조리된 음식과 생수, 음료, 수건 등이 배달된다. 남은 음식, 생활 쓰레기 등은 미리 비치된 노란 색 비닐에 넣어 문 앞에 내놓으면 수거 후 소각 처리한단다.

현지 거래처, 지인 등과 이메일과 전화, SNS 등으로 연락하고, 온라인으로 영화 등을 보고, 온라인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세 끼 식사를 하면 하루가 간다. 그러나, 좁은 사각 호텔방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24시간 생활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곧 느꼈다.

공항서 검사한 코로나 결과 음성이라는 쪽지가 왔다. 양주도 다 마셨다.

지난번 집에서 자가 격리했을 때와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집에선 음악을 틀고 방, 거실, 서재 등으로 움직이고 베란다 화초를 가꾸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면 시간이 갔다.

여기선, 현지 시간 아침 5시에 기상하면, 2시간 맨손체조 등 운동하고, 창문 밖을 구경하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나름 청소를 하며 규칙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사회의 소음이 그리워 낮에 객실 창문을 열어 놓기도 했다. 안 그러면 내 정신이 이상해질 거 같았다. 특히, 비 오는 밤엔 더 했다. 좁은 우리 속의 반달가슴곰이 왜 계속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종일 머리를 흔드는지 이해가 됐다.

일찍 일어나서 계속 움직이니 입이 심심하다. 난 음식을 전혀 안 가리고, 솔직히 제공된 말레이시아식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한편으론 너무 단조롭고 답답해서 주전부리 등을 안 가지고 온 게 후회됐다. 공항에서 대기하며 들으니 입국자 대부분 한국에서 즉석식품 등을 준비했더라.

외부 음식 반입도 가능하다. 단, ‘종교적으로 허용된’ 할랄(Halal)로 조리된 패스트푸드 체인점, 식당 음식만 허락된다. 배달 앱을 통해 객실 하루 1회만, 그것도 오후 3~5시 사이 호텔 격리사무실에 배달돼야, 오후 6시에 주문한 객실로 간다. 고맙게도 거래처에서 다양하게 신경 써줘서 배고프진 않았다.

13일째 날, 격리자들이 검사 공간에 모여 또 콧구멍을 쑤시는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다이어리 날짜에 마지막 X표를 했다. 마지막날, 오전 격리자 모두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았다. 나도 짐을 싸서 호텔을 나서며 격리 팔찌를 뺐다.

말레이시아 내 식당 등 영업시간은 엄격하게 오전 6시~저녁 10시, 재래, 도매시장 등은 오전 6시~오후 2시, 5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여긴 도심 길목마다 경찰과 기관총과 헬멧으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검문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주민들은 경찰 허가증을 소지해야 일정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검역 앱에 이동 인증을 안 하면 RM 1,000(약 30만 원) 벌금도 문다.

유흥업소 등에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안 지켰고, 허가 없이 지역을 벗어난 혐의로 600명 넘게 체포됐단 뉴스가 떴다. 말레이시아는 초창기부터 한국산 진단 키트를 사용했다. 또, 동남아 처음으로 내년 초부터 국민에게 무료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내 병원에서 24시간 전 체온을 잰 진단서가 있어야 인천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지난번 첫 번째 자가 격리는 어렵사리 귀국해서 심적으로 편안한 감정이 앞섰다면, 이번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쨰는 집과 다르게 낯선 고립된 작은 공간에서 감옥 독방같았다. 귀국 후, 세 번째는 다시 내 익숙한 공간에서 생활하니 정신적으론 편했다.

내 인생에서 14일씩 3번, 총 42일간 한정된 공간에서 강제로 혼자 격리된 삶을 체험했다. 얼떨결에 진단 키트로 콧구멍 쑤시는 코로나 검사도 4번이나 받았다. 솔직한 느낌은 ‘언젠가 콧구멍 속 깊숙이 날파리가 날아들어 당황하고 거북했던 때’와 같다.

출장도 마쳤고, 코로나도 음성 판정받았지만, 공항과 보건소 등 최일선에서 입국자를 상대로 검역을 진행하며 24시간 쉼없이 고생하는 의료진, 공무원과 관련 근무자들이 안스럽고 존경스럽다. 그래서, 해외입국자 입장에서는, 해외 방문을 자제하라는 상황에, 나 때문에 고생한 말레이시아와 한국의 방역 당국에게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10월 인천공항을 통해 92,733명이 입국했고, 104,650명이 출국해, 총 입ㆍ출국 수가 197,383명이란다. 작년 10월엔 입ㆍ출국자가 총 5,882,345명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기사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내용 전체 또는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 주십시오.]

소셜 댓글
뉴스프로 후원하기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