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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93)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Macho CHO

machobat@gmail.com

 

나는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십여 년간 살았다. 한국으로 온 후에도 그때 친했던 이들과는 종종 만났고 소식을 주고받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등 기본 연결고리가 바뀐 일부를 찾을 방법은 요원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범죄인이 아니면 거주지를 정부에 신고할 필요가 없고, 여성은 결혼하면 남자 성(姓)을 따른다. 개명도 쉽고, 연락처도 비공개로 하면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연락할 방법을 고민하다 무작정 오스트레일리아 관련 SNS 등에 지인들 이름과 사연 등을 올렸더니 누군가 한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Reconnect. FREE.”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헤어진 가족, 지인 등을 찾아주는 비영리 공개 온라인 사이트다. 이 사이트 운영자 버즈(Vig)는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형제 자매가 뿔뿔이 흩어졌다. 그 후부터 그녀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고, 마음의 상처마저 혼자서 아물게 해야 했다. 그래서, 헤어진 사람들이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보자 고민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는 재회할 기쁨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6년 전 시작된 Reconnect. FREE는 그동안 5만3천여 명으로 늘어난 잃어버린 퍼즐을 찾는 회원들끼리 서로 품앗이해 이제껏 5300여 만남을 이뤄냈다. 약 10%의 성공률이다. 회원들은 길게는 수 십 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찾았지만, 공백으로 남아있던 퍼즐 빈칸에 딱 들어맞는 조각을 서로가 정확히 끼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퍼즐 빈칸은 이혼, 별거, 졸업, 이사, 입양, 미아 등으로 갈라져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이들이었다. 재회를 거부하는 일부의 응어리도 없지 않았다.

세 가지가 가입 조건이다. 모임의 규칙과 규정을 따른다. 개인관계 외 뒷조사는 안 한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만 찾는다. 또, 회원의 의무가 있다. 스토킹을 안하고, 지인, 가족의 새 가족, 사생활, 미성년자 등의 예민한 정보 노출은 안 된다. 운영자를 통해 실명 노출 없이 사연을 게시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지키며 규정에 따른다.

운영진은 규정에 어긋난 게시물 등을 제한해 건전한 환경을 유지하고, 재회한 회원은 게시글을 내린다. 회원들끼리 합법적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및 선거인 명부(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의무투표제라 투표 안 하면 과태료가 있어 누락이 거의 없다) 등에서 성(姓)과 이름 등으로 찾는다.

운영자 등 일곱 명의 자원봉사자가 견인차 구실을 해, 유일한 비영리 공개 온라인 사람 찾기 사이트로 만들었다. 그리운 이들의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알음알음 가입한 회원들은 비록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가족같이 끈끈해졌다.

우리처럼 전쟁을 겪지 않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 무슨 이산가족이 있을까 하는, 내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사연 없는 눈물 없다.’ 라고, 오래 전부터 개방적인(?) 사회분위기 때문인지 많은 (생물학적) 친모와 친부, 친형제 자매, 이복형제 자매, 친인척과 친구를 찾는 사연들이 올라온다.

친모나 친부에 대한 정보도 (정확치 않은) 성과 이름, 고향, 국적, 생년 정도다. 친형제 자매도 너무 어려 헤어졌기에 기본 정보도 부족하다. 출산 후 입양된 경우는 더하다. 친부가 자식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던 경우도 꽤 된다. DNA 테스트 결과 생각지도 않은 이복형제 자매까지 생긴다.

재회한 사연도 속속 올라온다. 30년 만에 친부 소식을 들었으나 안타깝게 몇 년 전 사망해, 이복동생들과 처음 만났다. 입양된 딸을 40년 만에 찾은 사연도 있다. 30년 만에 고교동창과 재회했다. 재회한 가족, 지인과 함께 성탄절을 보내거나, 여행 갈 계획이다 등등.

수십 년 만에 만났어도 서로를 금방 알아본다. 긴가민가할 때는 DNA 테스트로 확인한다. 헤어졌던 친부나 친모 덕에 이복형제자매란 선물이 생겼다며 행복하게 웃는 사진도 올라왔다. 최근엔, 수십 년 만에 타 주(州)에 사는 친부, 친구 등과 연락됐으나 팬데믹 사태에 화상통화로 마음을 달랬다는 사연이다.

나도 혹시나 이름과 사진 등 지인을 찾는 게시글을 올렸더니 며칠 만에 댓글이 달렸다. 마틴을 찾는 게시글엔 뉴질랜드 본가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는 선거인명부 캡처 댓글이 달렸다. 20년 전 카지노 딜러였던 제이슨은 지금 한 고교 철학교사가 됐다. 아쉽게도 또 다른 두 친구에 관한 댓글은 아직까지도 없다.

제일 궁금했던 페뜨로를 찾는 게시글에도 댓글이 달렸다. “이름과 가족 관계를 보니 당신이 찾는 사람이 맞다면 안타깝지만 우선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7년 전 일간지 부고란을 캡처해 올렸다. 페뜨로는 약 7년 전 건강이 안 좋아 요양한 후 연락하겠다는 이멜을 내게 보냈었고, 그후 내 이메일과 전화에 답이 없었다.

이메일 답이 없었어도, 전부터 종종 말했듯이 부모 고향인 그리스의 한 섬으로 요양을 떠났나 싶었는데… 전에 그가 생일선물로 준 만능 칼 세트를 보며 그를 되새기자 슬펐고 쓸쓸한 미소도 흘렀다.

페뜨로의 자녀들은 그가 내 이야기를 자주 했다며 날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모두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행복한 가정까지 꾸렸다. 분명히 그가 하늘에서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항공 길이 다시 열리면, 오스트레일리아로 가 그의 자녀들과 함께 그의 묘를 꼭 찾기로 약속했다.

덧붙이는 글 | 2020년 7월 22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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