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사각 시멘트 닭장, 우리의 아파트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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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정의는 건축법상 5층 이상의 공동주택을 말한다. 작년 이맘쯤, 국내 아파트 거주 가구 수가 1,000만을 넘었다. 총 주거지 비율에서 절반을 넘은 것이다.
일제강점기 1932년 서울 충정로에 국내 최초로 5층짜리 임대아파트가 세워졌다. 해방 이후 최초는 1959년 종암아파트였다. 1970년 6개월 만에 완공된 신촌의 와우아파트는 한 동이 부실 공사로 무너져 7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한강에서 퍼 올린 모래도 흐르는 물로 씻어 지었다는 일제강점기 때 지은 건물은 아직도 튼튼하다. 시멘트 강도도 낮고, 과학적 배합비율 없이 감으로 타설했다. 시멘트의 수화반응이 잘 되게 기한을 엄수했단다. 외국은 100년 이상 된 공공주택이 많은데, 우리는 40년 넘은 공동주택을 찾기 어렵다. 서울 아파트 재건축은 30년 연한이 지나야 한다. 그러면, 아파트는 어떻게 지을까?
최초 발주처가 공사를 발주하면, 시공사를 선정한다. 건설사인 시공사는 하청업체를 선정해 토공사와 건축공사를 맡긴다. 관할지자체의 착공승인을 받으면, 건축법에 따라 현장사무실, 경비실, 시험실, 급수시설, 휴게실, 화장실, 샤워실 등 공사에 필요한 제반 시설과 울타리 등 가설공사를 한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건설일용근로자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해야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현장은 보통 아침 7시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난다. 모든 근로자는 첫날, 신분을 확인 후, 질환과 혈압을 검사하고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질병이나 (외국인)비자 문제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작업자는 지문·얼굴인식으로 출입을 확인한다.
아침에 다 같이 모여 체조, 인원 파악, 구호를 외치는 건 한국, 일본뿐이다. 업체가 계약한 함바식당에서 작업자에게 아침, 점심을 제공한다. 안전모, 안전벨트, 형광조끼, 안전화 및 안전 장구 등도 업체가 준다. 외국은, 아침, 점심 자기 돈으로 사 먹는다. 안전 장구도 근로자가 준비한다. 물론, 작업 강도는 아직 국내가 훨씬 높다.
기초 터파기, 파일 박기, 발파, 되메우기 등 토공사와 기초 공사가 시작된다. 포크레인으로 파낸 흙을 덤프트럭으로 배출한다. 지하 수 십 미터 파 내려가는 골조 공사는 현장도 복잡하다. 계절의 영향도 많이 받고, 소음, 먼지 등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철근은 인장력, 콘크리트는 압축력이 강해 건물의 뼈대가 된다. 엮은 철근에 일정한 크기나 형태의 기초 거푸집을 짜 설치한다. 콘크리트 타설 (공구리 치는) 날, 공장에서 섞은 시멘트, 모래, 물, 첨가제 등 배합물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미콘 트럭에 실려와 펌프카의 압송관을 타고 거푸집으로 쏟아진다. 예전엔 사람 손으로 시멘트먼지 속에서 작업했기에, 그때부터 공구리 치면 삼겹살을 먹는 유래가 됐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시멘트는 일본 발전소에서 폐기되는 석탄재 쓰레기 등을 수입해 값싸게 만든 거다. 발암물질이 들어있어 국가 간 이동이 엄격히 금지되지만, 환경부는 시멘트 업계 눈치를 보며 뒷짐지고 있다. 그 사이, 이 시멘트로 국내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타워 크레인 기사는 월급 외 철근, 자재 등 현장에 필요한 중량물을 타워로 옮겨주며 부가 수입을 올려 월 천(만원) 기사라 불린다. 그래서, 경비 절감 차 무인 타워 크레인이 등장했다. 3일 정도 교육받으면 바로 리모컨으로 타워를 조종하지만, 조종 미숙, 장비 부실 등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민노총과 한노총은 철근, 형틀, 타설, 타워크레인 등에 자기네 조합원이 일할 수 있도록 행사한다. 예로, 현장에 외국인 팀이 형틀을 한다면, 며칠간 시위해 자기네 조합원 팀도 일하도록 절충한다. 한편, 조합원 거의 없는 사이비 노조나 지역 언론 등도 일자리, 금전을 요구하고, 민원을 넣기도 한다.
노조에 가입비를 내면, 일자리를 찾아주고 매달 20일 이상 일하면 1회, 전국노동자대회, 조합총회, 창립일, 노동절, 설, 추석 등 유급휴일이 생긴다. 건설노조 덕에 건설 현장의 고질적 문제들과 근로자 권리가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노조의 불합리한 이권 개입과 쟁의 남발 등 부정적 그림자도 있다.
도면에 그려져 있는 건물의 평면을 실제 바닥과 벽체 등에 먹물로 위치를 잡아주는 먹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먹 작업에 따라 건물 내외부 벽돌을 쌓는 조적 및 실내문 목창호 가틀 조립, 단열재 시공 등 창호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전기공들이 전선 등을 연결하는 전기 박스와 배관 등을 설치한다.
갬폼과 유로폼 등 지상 골조 공사는 형틀 목수가 작업한다. 한 층을 올리는데 1~2주가 필요하나,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양생이 덜 된 상태에 몇 일 만에 또 층을 올려 부실 공사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
현장에서 정규직은 시공사 현장소장과 팀장급 간부, 자재관리부 정도다. 대부분은 대기업 유니폼을 입었지만 단기 계약직이다. 그 외, 하청업체와 인력파견업체 계약직, 인력사무소 일용직들이다. 경험 없는 젊은 초보자 시공사 건축기사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하청업체 반장들이 종종 대립한다.
건설 현장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해마다 건설 현장에서 500여 명의 노동자가 안전사고로 죽는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토목공사 150억 이상인 현장엔 안전관리자를 근무케 했다. 안전감시단은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하는지 감시하고 순찰한다.
화장실, 발코니, 옥상 방수 등 방수공사와 화장실 등 타일 까는 작업이 뒤따른다. 그리고, 난방 배관 설치, 바닥 층간소음 완화 차음재 시공, 바닥 기포콘크리트 타설 등 바닥 미장을 하는 온돌 공사가 따른다. 이쯤, 각 세대방화문 철창호 작업이 들어온다.
한편에선, 합판과 석고보드를 붙여 천장 마감 및 몰딩하고, 단열재와 석고보드 등 내장합지, 마루 귀틀, 걸레받이 등과 벽체, 천장 도배, 합지 마감공사, 문짝 설치, 유리공사 등과 보일러 엑셀관 설치 등 세대 내부 바닥 공사를 한다. 주방가구 및 수납장 설치, 거실 가구 공사 등으로 마무리한다.
외부에서는, 놀이터, 공원, 외부 조형물 설치 등 외부 경관 및 나무 심기 등 조경공사를 한다. 마지막으로, 입주 청소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이 피하는 타설, 형틀, 뿜칠 등 고된 작업에 많다. 불법체류자라면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당행위에 시달릴 수 있다. 국내 건설현장 경험이 많고 우리말 잘하는 중국인 반장 밑에서 외국인이나 가끔 내국인이 일한다. 그래서, 현장 내 외부에는 안전 수칙, 사고 예방 및 명절 기원 등이 한글, 한문,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 스리랑카어 등 몇 개 국어 현수막으로 내걸린다.
불안정한 급여체계나 작업환경에 청년층은 외면한다. 그러니, 아파트는 외국인들 손에 올라가는 것이다. H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라도 실제론 무명의 중소건설사와 외국인이 지은 것이다. 아파트 건설 현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민원과 안전과의 싸움이다.
문재인 정부는 23번째 부동산 안정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쥐닭 정권 때와 다르게 은행이자가 역대 최저치다. 그러니, 잉여자금이 주택으로 몰리는 것이다. 토건족과 다주택자들의 기득권 수호에 정책은 오락가락한다. 땅값을 고려한다 해도 서울 아파트값은 지방보다 몇 배가 높다. 자재와 인력, 디자인, 공사 기간 등 차이는 거의 없는데 말이다. 수도권 아파트 값이 분명히 반으로 떨어져야 하는 이유다.
[2020년 8월 4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기사입니다.][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