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신사 숙녀 여러분, 기장입니다!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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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가 날기 위해선 수많은 과정이 요구된다. 우리가 막연히 추측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이륙 직전까지 여객기 안팎으로 많은 일들이 톱니바퀴처럼 촘촘히 맞물린다.
탑승구로 조종사와 기내승무원이 들어가면 승객들도 여권과 탑승권을 만지작거리며 탑승채비를 한다. 사실, 승객을 상대하는 상업 비행 관련 산업은 정확하고 정밀함이 요구된다. 빈틈없는 절차와 광범위한 부분까지 정교함이 필요하다.
계류장의 여객기는 말 그대로 백 가지가 넘는 품목들을 하나하나 확인해서 승인이 떨어져야 본격적인 비행에 나설 수 있다. 기내 안전 장비들도 활주로로 나가기 전 작동 여부를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모든 출입구, 기내 소화기와 많은 안전 장비들의 작동 상태와 유효기간 등을 일일이 확인한다. 엔진, 전기장치, 압력 장치 등을 정밀 부품의 작동을 점검한다. 여객기 바퀴는 자체 동력이 없어 토잉카(Towing car)가 유도로(Taxiway)를 따라 지정된 탑승구로 견인한다. 납작한 상자처럼 생긴 토잉카는 승객과 화물 만재 시 총 중량이 500Ton이 넘는 여객기까지 견인할 수 있다.
지상에서는 공항 카운터에서 탑승권이 발권되며 승객의 탑승 과정과 꼬리표 달린 수화물의 여행이 시작된다. 여객기가 지정된 탑승구에 도착하면 미화원들은 재빨리 기내 청소와 소독을 시작한다. 지금 같은 팬데믹 상태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화장실과 조리실은 오염방지를 위해 엄격히 분리해 청소한다.
기내 미화원들은 크게 객실팀, 진공청소팀으로 구분한다. 이들은 좌석 등받이를 세우고, 접이식 테이블을 고정한다. 좌석 주머니 속, 바닥과 좌석을 청소하고 필요 물품, 담요, 시트 교체·정리, 바닥 진공 청소를 담당한다.
미화원들은 운항 일정에 따라 대기와 속도전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비행기가 연착하면 24시간 공항에 대기하기도 한다. 기내 청소는 20분 전후로 끝내야 하는데 여객기 엔진을 끄면 기내가 찜통이 되는 한여름과 냉동고인 한겨울엔 고역이다.
청소가 끝나면, 약 2Ton의 기내식과 음료수를 기내에 싣는다. 기내식은 보통 2~3일전 주문한다. 항공사에 따라 식단과 내용물이 다르며, 종교식, 특별식은 따로 조리해 표시한다.
기내식 작업장 내부에선 조리된 다양한 식단의 음식이 라인으로 이동하며 기내식 용기에 정해진 개수나 무게만큼 담는다. 완제품으로 포장해 기내에 싣기 전까지 영상 2~3도의 냉장실에서 보관해 오염이나 부패를 방지한다.
기내식 업체는 특성상 출입 시 신분증,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한다. 근로자는 위생모, 상·하의, 앞치마, 장갑과 장화를 착용한다. 음식물을 다루니 작업 전 항상 에어 샤워 등으로 불순물을 제거하며, 청결 유지 및 위생관리가 엄격해야 한다.
항공안전규정 상 연료 주입은 승객 탑승 전에 끝낸다. 항공유 공급자와 기술자는 비행에 필요한 연료의 정확한 양을 기장과 계산하고 상의한다. 여객기 양 날개 내부 2~4개의 연료통에 50~100Ton의 연료를 실을 수 있다. 지상요원은 급유기 상태와 비행에 필요한 항공유 품질과 양 등을 확인 후 급유를 시작한다.
기내에서 기장은 모든 비행기 역사와 장비 상태 등과 비행일지 등이 첨부된 서류로 승무원들에게 브리핑한다. 승무원들과 비상사태 시(기내 화재 등 경우) 탈출 계획을 숙지한다. 지상요원은 항공유, 유압유, 엔진오일과 연결된 장비를 확인한다.
기장이 모든 정비가 끝난 걸 확인하면, 여객기의 권한은 지상요원에서 기장으로 넘어간다. 오른편 조종석 부기장은 모든 스위치의 위치 확인, 최신 날씨 정보, 여객기 중량과 계산된 엔진 마력 수 등을 기장에게 보고한다.
겨울철엔, 기장이 기체의 제빙작업 여부도 결정한다. 승객 탑승 전, 비행기 동체 근처에 설치한 특수차량에서 뜨거운 온도의 얼음제거수액을 뿌려 동체에 붙은 얼음을 제거한다.
기장, 기술자, 지상 직원 및 사무장 등이 50여 목록을 확인하고 서명한다. 공항에서 이륙 전까지 ‘그라운드 타임(Ground Time)’ 1~2시간 이내에 여객기 안밖에서 약 50여 명의 지상요원들이 모든 과정을 끝내야 한다.
기장의 승인이 떨어지면, 객실 승무원은 탑승 시작을 알린다. 안내방송과 함께 탑승구 가 열리고 여객기와 터미널을 연결하는 신축식 통로로 승객의 탑승이 시작된다.
승객 탑승 과정이 끝나면 기내승무원은 일등석, 비즈니스석, 일반석 모든 승객이 제자리에 앉았는지 확인한다. 기장이 모든 지상요원이 기내에서 내린 것을 확인하면, 객실 승무원은 모든 출입구를 닫고 이륙을 준비한다.
기장은 기내 승객에게 “신사 숙녀 여러분, 기장입니다!” 환영 인사와 함께 비행시간, 거리, 비행간 날씨, 목적지 도착시간 등을 안내 방송한다. 부기장은 기장의 지시에 따라 공교통관제사(ATC)에게 이륙허가를 요청한다. 기장은 토잉카 지상요원에게 항공교통관제사(ATC)의 통제에 따라 지정 활주로까지 항공기 견인을 요청한다.
관제사의 허가를 받아 비행기가 이륙한다. 승객들은 머리 위 안전벨트 경고등이 꺼질 때까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앉아있어야 한다. 기내에서 승객들은 항상 기장과 객실 승무원의 안전 수칙에 따라야 한다. 안전 수칙 안내는 비상 상황 시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풀고 재빨리 기내를 탈출하는 이해를 돕는다.
비행에는 다양한 전문가의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기장, 객실승무원, 승객 모두가 목적지에 안전하게 착륙할 때까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륙 전 모든 과정은 엄선된 전문가들이 각자 화음을 맞춘 잘 연주된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같다.
여객기 1대당 약 80명의 고용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2019년 약5,000여 개가 넘는 항공사들이 지구 위를 날고 있었다. 직간접 항공업 종사자 수는 국내 약 25만여 명(항공일자리 포털), 지구상엔 약 6천 5백만여 명(ATAG)이다.
항공산업은 국가 경제와 안보를 받쳐주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그런데, 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국제선 여객 수가 전년동기대비 97%나 감소했다.
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6월 항공업계 전망보고서에서 세계 항공업계가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순손실 및 승객감소율만 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54%에 육박한다. 그러자, 항공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코로나 19는 진행형이다. 앞으로, 각 국가의 출입국 절차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 기회로, 새 항공방역규정, 기내 방역체계, 기내쓰레기 배출(2017년만해도 전 세계 여객기에서 배출한 총 기내 쓰레기는 약 5백7만여 Ton이다), 기내 청소 약품 폐해 등도 고민해 봐야 한다. 또한, 앞으로 계속 방역, 건강한 환경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무적으로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안 그러면, 우리는 새 일상(New normal) 시대 이전에 국내외를 비행기로 자유롭게 여행했던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2020년 7월 6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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