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All Lives Matter(모든 목숨은 소중하다)”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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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지난 2월 말 미국 조지아주(州) 주택가에서 조깅 중이던 흑인 청년 알배리(Ahmaud Arbery)가 트럭으로 뒤쫓던 백인우월주의자 부자 총에 죽었다. 언론이 들고 일어나자, 그 부자는 석 달이 지난 뒤 살인죄로 체포됐다.
장면 2. 3월 중순, 영장 없이 가정집을 급습한 경찰은 마약 용의자로 오해한 흑인 여성 응급구조사를 총 쏴 죽였다. 911 신고 전화엔 갑자기 들이닥친 침입자들의 총소리와 여자친구가 총맞았다는 남자친구의 비명이 남아있었다.
장면 3. 5월엔 뉴욕 센트럴 파크 개목줄 착용지역에서 개를 풀어 놓은 백인 여성에게 흑인 남성이 개목줄을 이야기하자, 911에 신고해 흑인 남자가 자신을 위협한다고 거짓말하는 영상이 방송에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그 여자는 직장에서 쫓겨났다.
장면 4. 같은 달 말,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市)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질식사했다. 현장에 있던 흑인 여고생이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영상 덕분에 체포된 플로이드의 목을 9분 가까이 무릎으로 눌러 죽인 백인 경찰 등이 체포됐다. 그러나, 기소 죄목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가 되자, 분노한 시민들이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손팻말과 플로이드의 마지막 외침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어).”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플로이드는 마약 소지, 절도, 주거 침입, 강도 등으로 7년 넘게 수감됐었고, 이번에 위조지폐 사용 용의자로 체포되던 중이었다.
6월 5일, 워싱턴 디시 시장은 백악관 옆 길 이름을 공식적으로 Black Lives Matter라 공표했다. 미니애폴리스시는 경찰 해체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 전역과 지구촌 각지에서 약 450건이 넘게 이어지던 시위는 진정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12일 밤, 조지아주, 아틀랜타시(市)에서 또 한 명의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총에 사망한 장면이 CCTV 등을 통해 고스란히 공개됐다. 음주 상태에서 체포에 반항하고 경찰을 때리고, 테이저건을 빼앗아 도주하다 총에 맞은 사건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또다시, 흑백차별 시위에 불을 붙였다.
Black Lives Matter란 비폭력 운동은 2013년 플로리다에서 무고한 흑인 청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이 무죄판결이 나자 해시 태그를 단 #BlackLivesMatter으로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흑인을 향한 불평등한 공권력에 대항해 비무장 운동하는 단체명이 됐다.
1619년부터 1 천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북미로 끌려와 수 세기간 노예 생활을 했다. 흑인 최초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2017년까지 8년간 대통령을 했던 모든 인종이 법 앞에 평등한 나라. 하지만 미국 내 흑백 소득 차이는 크게 벌어졌고, 흑인차별은 점차 심각해졌다.
문제는, 평화시위엔 항상 폭력과 약탈이 따른다는 것이다. 미국 내 시위대 뒤로 많은 상점을 파괴하고, 약탈해가는 대부분은 흑인들이었다. 방화, 파괴, 약탈 등은 사회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다. 흑인들의 비상식적 행동들은 자신들을 권리를 위한 비폭력 평화적 시위의 의미마저 퇴색시킨다.
현재, 미국 국민의 13%, 약 3,600만여 명이 흑인이다(US Census 2019). 그러나, 2018년 미국 내 살인과 강도 사건 용의자 50% 이상을 흑인이 차지했다. 미국 내 흑인 공동체는 상대적으로 학력이 짧고, 실업자와 빈곤층이 많은 하층민이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적대적이고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불만과 적개심을 표출할 기회를 찾기도 한다. 공권력을 적대시하며 피해의식 속에 반감을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린다.
미국 순직자추모단체(Officer Down Memorial Page)에 따르면, 2018년 근무 중 순직한 경찰관 185명 중 53명, 2019년 147명 중 50명, 올해엔 벌써 107명 중 26명 총격으로 죽었다. 흑인 용의자가 대부분이다. 총기 소유가 합법인 나라는 항상 공격 위협에 노출된다. 경찰이 흑인에 선입관을 갖고 과민하게 법 집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껄끄러운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동양인, 특히 한인들을 차별하는 건 흑인들이다. 백인에게 받은 차별을 동양인에게 푼다. 한인들은 백인 지역에서 살며, 흑인 지역에서 돈을 벌지만 흑인을 무시한다고 여긴다. 한인과 흑인 공동체 사이엔 특히 뿌리 깊은 반감이 아직도 남아 있다.
1992년 LA 경찰이 과속한 흑인 남성 로드니 킹을 무차별 구타하는 영상이 방송에 공개됐다. 이듬해 관련 경찰이 무죄가 되며 흑인들이 분개하자, 현지 언론은 한인 상점 주인이 흑인 여학생을 쏴 죽인 사건으로 물타기 해 흑인의 백인에 대한 적개심을 한인으로 돌렸다.
불만을 품은 흑인들의 시위가 동양인 특히 한인 대상 폭동, 방화와 약탈, 총격전으로 이어졌다. 4월 29일 시작돼 며칠간 이어진 폭동으로 50여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으며 로스앤젤레스시와 정부가 보호를 외면했던 한인사회는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보았다.
솔직히 미국 내에서 ‘Black Lives Matter’를 외치지만, 대부분 흑인(아프리칸-아메리칸)과 백인들은 동양인의 지위와 권리에 큰 관심이 없다. 비슷한 일이 벌어져도 “Asian Lives Matter”를 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한,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 간 불평등 및 ‘동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논제에 아직 세계인들의 관심은 멀다.
Black Lives Matter는 지구촌의 이슈가 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검은색 옷차림에 마스크를 낀 내국인, 외국인 등 120여 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1 km 거리를 행진한 후 오른쪽 무릎을 꿇고 침묵하며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그러나, 우리 이웃 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소수민족이 차별과 탄압받고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티벳인, 위구르(Uigur)인, 내몽골인, 홍콩인을 탄압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아이누(Ainu)인과 류큐(Ryukyu)인 차별이 존재한다. 이스라엘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을 더욱 억압하며 괴롭히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말살 정책에 희생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원주민 인디언이 억압받고 있다.
사류에 편승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외치기 전에, 영어 강사로 ‘백인’만을 선호하는 국내 인종차별과 전라도 비하하는 지역감정에 목소리를 높여라. 또,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비하에 대해 침묵시위하고 오른쪽 무릎을 꿇자. 그 다음에 “All Lives Matter(모든 목숨은 소중하다)”고 외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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