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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나쁜 놈들과 여 통역사

(88) 나쁜 놈들과 여 통역사

Macho CHO

machobat@gmail.com

(사진 설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압둘 라작, 나집, 안탄투야, 아지라 & 시룰)

지난주, 말레이시아 제6대 총리 나집(Najib Abdul Razak)이 부패 혐의를 벗었다. 그는 재임 기간 국부펀드 1MDB에서 650억 링깃(한화 약 20조 원)을 빼돌린 혐의로 2018년 총선 직후, 온 가족이 출국금지 당했었다. 그러나, 아직 해결 안 된 살인교사 혐의가 남아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2006년 10월 19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고급 주택가 압둘 라작(Abdul Razak Baginda)의 집 앞. 한 임신부가 소란을 피웠다. 경찰 조서에서 “난 몽골인 알탄투야(Altantuya Shaariibuu), 압둘 라작의 애인이다. 그가 날 안 만나주고 죽인다 협박해 찾아왔다”.

그 날밤, 그녀의 친구들이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그녀를 강제로 태우고 사라진 차량을 수배한다.

3주 후, 아지라(Azilah Hadri)와 시룰(Sirul Azhar Umnar)이 체포됐다. 통신기록 등 증거를 내밀자 범행을 자백한다. 그들은 경찰특공대(VAT69) 소속으로 나집 부총리 경호원이었다.

납치한 날 밤, 슬랭고르주(州) 정글 숲에서 그녀를 권총으로 쏴 죽인 후, 군용 폭약으로 폭파했다. 수색 끝에 찾아낸 건 뼛조각 몇 개, 머리카락, 살점 등뿐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2년부터 미화 10억 불(한화 약 1조 원) 규모 프랑스 잠수함 구매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부총리 나집의 최측근인 압둘 라작이 협상대표로 나섰다. 그러나, 협상은 처음부터 뇌물과 리베이트 등 잡음으로 지지부진했고, 유부남인 그는 불어 통역을 맡았던 알탄투야와 내연관계가 된다.

법정에서 아지라 경감은 나집 부총리가 직접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 “그 여자는 외국 간첩이다. 임신부라 애걸해도 경찰특공대 폭약을 사용해 없애버려라” 명령했고, “압둘 라작도 우리를 재촉했다. 우리는 나집이 우리를 확실히 보호해줄 거라 믿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나집은 그들의 진술은 야당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모스크에서 수파 락낫(Sumpah Laknat 자신이 거짓말하면 벌하라는 이슬람식 맹세) 의식까지 하며 피해자를 전혀 모르고 살해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나집은 잡아뗐지만, 살해될 당시 그녀는 나집과도 깊은 사이로 임신 중이었다. 살해되기 며칠 전엔, 나집과 알탄투야의 관계 및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나집 부인 로스마가 울부짖는 소리와 물건 깨지는 소리가 부총리관저 밖까지 들렸다.

최고위층, 미모의 외국 모델, 리베이트 등이 엮인 치정사건은 이슈화되기 좋은 소재였다. 알탄투야는 정부 최고위층의 애를 가졌고, 협상 내용 등 비밀유지 대가로 미화 50만 불을 요구했다가 살해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2008년 6월 말레이시아 전직 정보부 요원이 알탄투야는 나집의 내연녀였다고 언론에 주장했다, 번복하고 갑자기 외국으로 사라진다. 5년 후, 다시 나타나 최초 진술이 맞다. 조만간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한 후,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는다.

압둘 라작은 알탄투야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됐지만, 2008년 10월 고등법원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내연관계는 맞지만, 살해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이 먹혀들었다.

2009년 나집이 총리가 된다. 아지라와 시룰은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2014년 보석으로 잠시 석방된다. 이때 시룰은 아들과 오스트레일리아로 날아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다. 부총리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며 현지 언론에 결백을 주장한다.

그러자,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두 사람을 재기소한다. 아지라는 다시 수감됐다. 2015년 말레이시아 연방법원은 시룰의 궐석재판에서 사형을 확정했다. 그 후 인터폴이 적색 수배를 내리자, 외교적 문제에도 해외에서 사형선고 받은 자를 본국에 인도하지 않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그를 이민자수용소로 보낸다.

알탄투야 부친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 대학교수로 은퇴했다. 살던 아파트를 팔아 14여 년간 말레이시아를 오간 경비, 소송, 변호사 비용으로 썼다. 아직도 딸의 마지막 유품들은 말레이시아에 증거품으로 묶여 있고 언제 돌려받을지 모른다.

알탄투야의 가족은 몽골 관습에 따라 딸의 49일제를 하고 싶지만, 14년 넘게 못 하고 있다. 딸의 뼛조각들과 유품 등을 화장한 재를 상자에 담아 절에 안치했으나 보관료를 못 내 몇 년 전 집으로 가져왔다.

알탄투야에겐 두 아들이 있다. 22살 큰아들은 엄마가 살해된 충격에 세상과 담을 쌓고 방에만 누워있다. 6살 터울 막내아들은 소아마비라 기어 다닌다. 그녀는 돈 많이 벌어 막내아들을 외국병원에서 치료해 주겠다고 늘 말했었다.

그녀가 어릴 적 가족은 구소련으로 이주했다. 당시 몽골인들은 공산주의 형제국가인 소련으로 이주하곤 했다. 그녀는 몇 달 만에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주위의 칭찬을 받았다. 영어, 중국어도 잘했고, 불어, 한국어, 일본어도 조금씩 구사했다.

그녀와 가족은 92년 소련이 붕괴하자 몽골로 돌아왔다. 그녀는 18세 결혼해 아들을 낳고 몇 년 후 이혼한다. 그리고 재혼해 둘째 아들을 낳았지만, 남편과 곧 헤어졌다. 그 후, 모델로 활동했고, 통역 일도 했다.

맏딸이 외국에서 죽으며 온 가족의 삶을 파괴했다. 살해지시는 누가 내렸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만 남아있다. 그래서, 빨리 재판이 재개되길 바랄 뿐이다.

2018년 총선으로 말레이시아 독립 후 61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마하티르 신임 총리를 만난 몽골 대통령과 그녀의 부친은 명확하고 조속한 수사와 재판을 요청했다. 야당 총재 안와르까지 나섰다. 종리는 수룰의 사형선고를 철회하고 그의 송환추진을 약속했고, 경찰은 재수사를 시작했다.

2019년 2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법원은 시룰의 정치적망명을 기각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사형선고를 취소할 때까지 추방을 보류했다. 시룰에게는 오스트레일리아가 모국인 말레이시아보다 안전하다.

시룰은 한 언론과 통화에 “분명히 알탄투야 살해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명령한 사람 중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지라는 감옥에서 재심을 위해 새로운 증거들을 모으고 있다. 상관에게 배신당했다며 공개 법정에서 재판해 알탄투야 살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

말레이시아 2대 총리의 장남이자, 3대 총리의 조카로 장관, 부총리, 총리까지 지낸 나집은 아직도 막강한 권력이 있다. 그는 아지라와 시룰의 진술은 감형을 빌미로 현 정권이 나를 정치적으로 음해하려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명망가 출신인 압둘 라작은 현재 법조인 아내, 딸과 함께 영국에서 살고 있다.

프랑스 관계자는 협상은 영어로 진행했고, 알탄투야의 불어는 초급 수준이라고 했다.

16년 전 한 28살 임신부가 이국땅에서 처참하게 살해됐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고, 법은 거대한 권력 앞에선 기대보다 공정하지 못하다. 시간은 약자에게 그리 공평하게 흐르지 않는 것 같다.

3년전 북한국적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암살됐을 때, 세계적인 뉴스였지만, 사주한 자들과 실행한 여자들 모두 결국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알탄투아 두 아들과 부모는 말레이시아 정부, 나집, 압둘 라작, 아지라, 시룰을 상대로 1백억 링깃(한화 약 300억 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첫 심리는 올해 6월에 열릴 예정이다.

태그:##조마초##마초의 잡설 ##나집 ##알탄투야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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