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빈이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와줬다.”
-컴퓨터너머로 마주한 세월호가족들과 재외동포들
– 4.16해외연대 <세월호의 시간> 북콘서트 겸 줌미팅
편집부
“경빈이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와줬다.”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
컴퓨터 너머로 예은아빠 유경근님과 경빈 엄마 전인숙님이 말했다. 지난 4월, 화상토론을 한 지 7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세월호 가족들과 재외동포들은 3시간 30여분 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지난 화상토론에서는 동수아빠 정성욱님, 박주민의원과 함께였으나 이번 <세월호의 시간> 북콘서트에는 예은아빠 유경근, 경빈엄마 전인숙, 시연 엄마 윤경희님과 미류작가가 함께했다.
한국과 6개국 12개도시에서 세월호참사 이후 세월호가족들과 연대활동을 이어온 4.16해외연대 각 지역 활동가들은 지역 활동 에피소드와 소감, 책낭독, 4.16재단 프로젝트, 특별수사단에 대한 기대와 우려,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와 생생한 최근 소식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사진. 컴퓨터너머 마주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과 4.16해외연대 지역 활동가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은 참사 구조과정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헬기로 병원 이송이 이루어졌다면 살렸을 임경빈군을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참사 발생 5년 만에야 밝혀졌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중간발표 때문인지 검찰은 11월 6일 세월호 참사 재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역없는 진상규명은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지속적인 요구였는데 만사지탄이지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유경근씨는 “수사 시작을 환영한다”며 “무엇을 어디까지 수사하는가가 중요하다. 본질은 왜 침몰했고, 누가 어떤 지시/역할을 했고, 왜 구조를 안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참위와 특별수사단의 공조 체계와 과정에 가족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자의적 수사와 수사 종결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참사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 “국정원, 기무사 등 정보기관, 박근혜 청와대와 김기춘이 어떤 지시를 내렸으며, 숨기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 등 중요한 지점을 짚었다. 그는 “검찰이 수사는 시작했으나 끝내는 것은 검찰 맘대로 못 끝낸다”고 말했다.
경빈 엄마 전인숙씨는 “아이 영상을 보고, (참사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넣고 싶다”라며, “8명 검찰 인원으로 수사를 제대로 못한다. 검찰에만 맡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시카고 세사모의 김수영씨는 매일 아침 차에 달린 노란리본에 “너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할게” 다짐한다며, 가족들에게는 “견뎌주셔서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전했다.
필라델피아 세사모의 이현옥씨는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는 책 속의 구절과 4.16 이후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2017년 4.16해외연대의 서울포럼에서 “해외동포들이 무엇을 할까?”를 묻는 질문에 예은 아빠의 “사는 곳에서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활동하십시요”라는 답을 떠올리며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온 자신의 지난 5년을 반추했다. 또 김태형 씨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 세상의 변화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알게 된 것이 많다”며, “어렵지만 힘을 합치면 진실을 밝힐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진다”고 말했다.
미류작가는 “세상을 알아버렸다. 함께 가고 싶은 세상이 생겼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로 4.16해외연대 지역활동가들의 경험을 정리했다.
일본 동경세사모의 임효정씨는 세월호다큐 ‘그날 바다’ 일본상영회에 550여명 관객이 찾아왔었으나 현재는 활동이 뜸해진 일본 상황을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세월호냐며 공격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사람들에 대해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독일 스튜트가르트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연실씨는 독일 맘카페의 활동경험, 박근혜 퇴진집회 경험, 미대사관 문서 비밀해제 관련 경험을 나눴다.
애틀란타 세사모의 4.16재단 프로젝트인 국제재판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유엔이나 국제재판소에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을 진정 또는 제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변호사들에게 받은 자문 내용은 ‘한국에 있는 피해자가 한국에 있는 정부관계자를 상대로 미국 또는 영국법정, 국제재판소 등에 세우기는 힘들다’였다.
향후 국제피해자연대 단체와의 연대활동, 미국 비밀문서 해제관련 청와대나 사참위에 요구하기, 피해자인권 관련 유엔 발언 추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유경근씨는 재난참사가족들의 연대 활동, 4.16재단과 산업재해 희생자 김용균재단의 협력을 언급하며 유가족들의 연대 목적은 참사를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일본 나고야의 이두희씨는 사참위 웹사이트와 이메일 교신, 트라우마 치유에 대해 언급했다. 미류작가는 “내 경험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못할 때 트라우마가 생긴다”며 “투쟁이 치유과정이며 치유과정은 진실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노쓰캐롤라이나의 유정선씨,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이은상씨, 태국의 박제욱씨는 삶에서 겪는 어려운 점, 동병상련의 경험을 말하며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보스턴의 이금주씨와 시애틀의 지가슬씨가 유가족들과 진상규명 끝까지 함께할 것이고, 화상접속이나마 만나 힘을 얻게 되어 고맙다하니, 전인숙씨는 함께해서 버틸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미류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화상토론은 시연엄마 윤경희씨의 마무리 인사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함께 노래부르기로 마무리 되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4.16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시간을 기억하면 함께 만들어갈 시간을 그려보는 ‘세월호의 시간’은 12월말까지 여러 지역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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