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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겁박자가 아닌 조정자로 나서야

문 대통령 겁박자가 아닌 조정자로 나서야
-트럼프의 유엔 막말 연설 막아설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뿐
-북의 ‘완전한 파괴’는 ‘남의 완전한 파괴’로 이어져
-한국판 쌍중단, 쌍궤병행 밝히고 조미 평화협정 끌어내야
-베를린 구상 실천 위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선제적 제안 필요

이하로 대기자

유엔에서 말 폭탄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북 압박을 놓고 한미일이 완벽한 공조를 자랑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기점으로 아베 일본 수상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북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의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를 언급했다. 물론 ‘미국이 위협받으면’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그렇다할지라도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인 유엔총회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방적이고 독선적이며 저급한 말폭탄을 쏟아내며 북을 겁박했다.

트럼프는 북을 “타락한 정권” “깡패국가(rogue state)로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미국은 강력한 힘과 인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아무리 미국의 앞마당이라는 유엔이라지만 회원국가와 그 지도자를 직접 언급하며 완전파괴 운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미국의 패권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폭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트럼프의 이날 연설은 하루 전인 18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에 중대위험 없는 대북 군사옵션 있다”는 발언에 이어 트럼프가 북을 더욱 더 강경하게 겁박하는 모양새다. 즉 남을 볼모로 잡고 있어 북에게 선제적 타격을 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북에게 남의 피해 없이 북을 타격할 수 있고 그것도 완전한 파괴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매티스로부터 트럼프의 말폭탄까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북의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는 곧 남의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를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지금까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이 없다는 미국 본토가 어느 부분 ‘destroy’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다. 트럼프의 북에 대한 경고가 최고 수준에 이른 지금 우리들이 무서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북의 김정은도, 북의 미사일도 아닌 바로 오늘 북의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를 언급한 트럼프다. 트럼프이 종잡을 수 없는 파괴적인 성정이 만에 하나 저지를지도 모르는 행동이 우리 민족을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에 이르게 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것이 현실이다.

다음날 일본의 아베 수상은 역시 유엔에서 연설의 80%를 북한 문제에 하며 “대화 말고 압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연설이 있은 이틀 후인 21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가졌고 트럼프의 극악협박 발언 이후여서 세계의 이목은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에 대한 기존의 압박과 제재를 호소하며 “북한이 타국을 적대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며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모든 나라들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에 한술 더 뜨는 식의 평양초토화 같은 식의 발언은 나오지 않았고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기존의 대한민국의 행보를 유지하는 것이어서 획기적 전환을 바랬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럽지만 트럼프의 겁박 발언을 부추기는 발언이 아닌 점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세계의 시선은 이제 22일에 있을 이용호 북 외무상의 연설에 쏠리고 있다. 북은 이 외무상의 연설을 통해 트럼프의 겁박에 대한 물러서지 않는 맞대응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이 외무상은 트럼프의 발언을 ‘개 짖는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개가 짖는다고 행렬이 멈추지는 않는다’며 굽히지 않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제 현재 같은 주장들이 되풀이 된다면 북미 간의 대결 국면은 풀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각 당사자들의 주장에 변화가 오지 않는 한 한반도 긴장국면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트럼프는 유엔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게 북과의 경제활동을 끊으라는 압박을 노골적으로 하는 등 북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말로만 본다면 한반도에는 전쟁직전에 내몰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한반도 위기가 최고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대의 위기가 최대의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 이야 말로 북미 간에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적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북에 대한 기조는 미국과 철저하게 보조를 맞추거나 또는 미국보다 한발 더 나가 북을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고 이로 인해 국내 지지자들로부터도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그러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보조 맞추기로는 북미 문제와 남북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지어 문재인 맨으로 알려진 대선캠프 자문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으로부터는 아베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의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 발언이후 나온 청와대의 발언은 지금까지는 실망스럽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이 미국 및 세계의 언론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고 심지어 미국 보수의 대표 신문인 워싱톤 포스트에서까지 트럼프의 연설을 깡패두목 같다고 비난하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의 “국제 사회와 유엔이 당면한 평화와 안전 유지와 관련한 주요 문제에 대해 확고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트럼프의 발언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세판단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이 각국의 우려와 비난을 함께 자아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이 나면 그 피해의 가장 큰 당사자일 대한민국 정부만 오직 트럼프의 발언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트럼프의 확성기가 되는, 트럼프의 발언과 정책을 뒷받침하는 정책으로는 조미 문제는 물론 남북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남북문제를 화해모드로 전환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조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은 꿈도 꿀 수 없는 실정이다. 조미 대결의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에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서는 중재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국면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제시하는 획기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흘려보냈다. 이는 뒤이어 있을 트럼프와의 한미 정상회담도 여전히 한미공조를 단단하게 한다는 식으로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문대통령이 이 위기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운전대를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제안해야 한다.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이 민족의 공멸을 막기 위한 그 어떤 획기적 제안을 한다 해도 문 대통령에게 뭐라 할 국가는 없다. 즉 트럼프의 유엔 기조연설 이후 고조된 트럼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문대통령에게 한반도 대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킬 명분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대통령이 전쟁을 막기 위해 미국의 가랑이를 기는 일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운전석에 앉을 때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대결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과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절충하는 일이다. 이는 중국이 제안한 ‘쌍궤병행’과 ‘쌍중단’이다. 쌍궤병행이란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고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군사훈련을 함께 중단하는 것이다. 이중 ‘쌍궤병행’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보장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쌍중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쌍중단’에 대해서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초청 만찬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은 국제법 위반이자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것으로, 합법적인 한미 군사훈련과 교환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은 쌍중단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은 올해 6월 계춘영 인도 주재 대사를 통해 “미국 측이 잠정적이든 항구적이든 대규모 군사훈련을 완전하게 중단한다면 우리 또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쌍중단을 제안한 바 있다.

사실 쌍중단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미국의 주장대로라면 유사시 미국의 전략자산은 불과 2시간 30분 내지 4시간이면 괌에서 한반도에 전개되어 북을 초토화 시킬 수 있다. 즉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한다 해도 그 군사훈련이 방어용이라면 미국의 전략자산만으로도 방어와 억제효과는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부정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과감하게 쌍중단을 수용하며 남북대화 및 북미 대화 중재를 제안하고 나서면 꽉 막힌 한반도 대결국면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쌍궤병행’이니 ‘쌍중단’이니 하는 것들이 중국의 제안이라 그대로 사용하기가 거북하다면 우리식으로 제안을 다시 포장하면 될 일이다. 사실 ‘쌍궤병행’과 ‘쌍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운전대를 양보할 것을 요구할 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자신이 촛불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문대통령은 “지난 겨울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이야말로 유엔정신이 빛나는 성취를 이룬 역사의 현장이었다”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촛불 정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라며 “나는 지금 그 정부를 대표해 이 자리에 서 있다”고 했다. 그 이틀 전인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있던 날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서양협의회(Atlantic Council)가 수여하는 ‘세계 시민상(Global Citizen Award)’을 받는 자리에서 “나는 먼저 이 상을 지난 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께 바치고 싶습니다”라며 “나는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입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촛불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촛불정신으로 돌아올 것을 부탁하고 싶다. 아니 촛불을 믿고 당당하게 가라고 말하고 싶다. 촛불 혁명 대통령으로 촛불을 들었던 그 국민들이 무엇을 원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촛불이 원하는 것은 사드의 확장 배치도 아니고 평양초토화도 아니며, 북을 완전히 파괴하는 일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촛불은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원하고 민족 공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 공존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은 종속된 한미 관계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동등한 한미관계를 원하며 핵도 미사일도, 전쟁연습도 폭격연습도 중단된 평화로운 한반도를 원하는 것이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고조에 이른 트럼프의 발언을 보며 역설적이게 북미가 곧 대화모드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이 요지부동 자신의 갈 길을 갈 것이 분명한 이상 대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들 전망한다. 나아가 외형적으로 미국이 굴욕적인 모습을 피하겠지만 미국이 북에 손을 드는 것과 다름없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면이 올해 내로 올 것이고 한국이 지금처럼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에만 머무른다면 북미 대화국면으로 전환 될 때 한국은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금처럼 앞장서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북 제재에 동참하라 권유하며 북을 압박하고 평양초토화 운운하는 등 북과의 대결 구조를 선명하게 한다면 남북 대화 국면이 열렸을 때 그야말로 남북 대화가 이루어지기 보다는 북이 문재인 정부를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게 될 수도 있는 등 많은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 늦기 전에 북미 간에 대화국면으로 돌아서기 전에 한국이 먼저 남북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북과 미국 간의 대결국면에 중재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되찾아 와야 하는 것이 지금 촛불대통령 문재인이 해야 할 일이다.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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