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1,000 간부 수련회
– 노동운동의 중심, 비정규직 운동의 중심이 된 학비
고혜경(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회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6월 29일-30일 이틀간 총파업을 치르느라 ‘1,000 간부 수련회’ 준비가 많이 늦어졌다. 학교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수련회를 해야 할 것 같아 무리해서 잡은 일정이기도 했지만, 사무처 동지들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더 걱정되기도 했다.
작년까지 ‘500 간부 수련회’를 치러봤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1,000명 간부 수련회, 해마다 진화 발전해가는 수련회, 올해는 어떻게 해야 간부들이 실망하지 않고 감동을 하고 돌아갈 수 있는 수련회가 될 수 있을까? 올해 수련회는 어떨까? 하고 기대를 하고 오는 전국의 간부님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사무처 간부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기획안을 짜고 토론을 거쳐 수정하고 수련회를 떠나기 전날까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면서 날마다 야근으로 밤을 지새웠다.
드디어 강원도 영월 동강 시스타에서 1박 2일의 1,000 간부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정말 1.000명의 간부님이 모일 수 있을까 하고 우려했던 마음과 달리 전국에서 속속들이 시간에 맞춰 달려오셨다. 1,000명의 간부님이 강당 안에 꽉 차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설렘과 함께 1박 2일의 시간이 기대되었다.
입소식을 하고 처음 시도해보는 인문학 콘서트 강의가 시작되었다. 4강으로 준비해 2번 똑같은 강의를 통해 한 사람이 2번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배치했다. 역시 간부님들의 강의 평가는 최고였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강의라 더 신선하고 좋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저녁을 먹고 거금을 들여 야심 차게 준비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과 희망을 그린 “분홍빛 인생”이란 뮤지컬 공연이 있었다.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감동 그 자체였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학교에서 유령처럼 차별받고 무시당하며 살았던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나 내 권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그런 내용이었지만 지난 7년간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삭발, 단식 등 해보지 않은 투쟁 없이 다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처우를 조금씩 바꿔 나가기 시작한 우리가 뮤지컬과 겹쳐지면서 가슴이 더 아리고 감동으로 전해졌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문화마당이 시작되었다. 이번 수련회는 울다 웃다 울다가 컨셉인가. 문화마당 첫 순서는 공로패를 시상하는 자리로 노동조합 7년째가 되다 보니 노동조합 초기부터 활동했던 간부들이 하나 둘 퇴직을 앞두고 계신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로 20년 이상을 일하면서 조금이나마 후배들에게 좋은 세상 물려주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투쟁에 앞장서 오신 경북 지부장님과 서울 수석 부 지부장님이 내년 수련회에 함께 할 수 없기에 준비한 자리이다.
선배 간부들에게 바치는 후배 지부장인 대전 지부장님의 편지글 낭독은 선배 동지들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으로 지난 7년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면서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다시 분위기를 바꿔 지부별 문화마당이 펼쳐졌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7년 동안 조직력 투쟁력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문화 역량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서로 경쟁하듯이 노래패, 몸짓패를 만들어 집회 때 다른 가수가 필요 없을 만큼 우리 스스로 집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강원도 지부의 난타 공연 부산과 인천의 몸짓 패 공연, 그리고 경기도의 노가바(노래 가사 바꾸기) 등 다양하게 준비된 지부들의 공연이 간부님들의 마음과 일치되어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되었다.
그리고 이날 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중앙 집행위원들의 댄스 공연이다. 무대복과 한복, 반짝이 옷, 색색의 가발 등으로 무대 위에 올라서 미친 듯이 준비한 댄스를 마쳤다. 노동조합 7년 만에 지도부가 이렇게 망가져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간부 동지들의 그동안 투쟁으로 쌓인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 하랴. 내 모습 좀 망가지면 어쩌랴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역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것으로 문화마당이 끝나고 지부별 뒤풀이 시간을 진행, 서로를 알고 더 끈끈해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1박을 맞이했다.
다음 날은 결의대회로 힘 있게 진행되었다. 노동운동의 중심, 비정규직 운동의 중심이 되어버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쟁취가 눈앞에 와 있음을 총파업 투쟁의 성과를 통해 확인하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가이드라인 발표를 코앞에 두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우리는 하반기 근속수당 인상과 정규직 쟁취 투쟁의 결의를 힘 있게 결의하였다. 1박 2일간 전국 곳곳에서 다른 삶으로 살아가는 1,000명의 간부가 동시에 웃고 동시에 울고 동시에 결심하는 감동의 시간이 또 다른 설렘과 기대를 준다. 먼저 길을 만들어온 발자국 하나하나에 감사하고 존경한다. 그뿐만 아니라 늘 앞장서서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