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입니다’ 토론토 상영 관람기
-‘노무현입니다’, 해외 곳곳에 퍼져나가길
– 노무현이라는 이름, 그 자체로 아픔이었으리라
Kelly Lee
Photo Credit Kelly Lee
얼마나 울어야 하는 걸까 걱정이 앞섰다.
먼저 이 영화를 본 지인들의 조언은 ‘손수건을 꼭 준비하세요’, ‘마치면 조용히 술 마시러 가게 됩니다.’, ‘실컷 울 각오하고 가세요’ 등이 일색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의도적으로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피하는 버릇이 생겼다. 접하는 모든 온라인상의 소식들은 가슴을 치며 울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런 내게 이 영화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영화였다. 그럼에도 봐야만 하는 영화였다.
영화가 미국에서는 이미 배급이 되어 상영된 도시도 있었는데 캐나다에서는 소식이 없어 주위 지인들과 함께 공동체 상영이라도 진행해보자 하던 터에 토론토 한국 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 결정되었다는 최낙용 PD님의 연락을 받고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보게 되었다는 감사함에 지인들과 단체관람을 했다. 아마 토론토 지역에서 세월호나 박근혜 퇴진에 함께했던 많은 분들을 거기에서 다시 보게 된 것 같다.
많은 이들에게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아픔이었으리라.
개인적으로 해외에 살면서 외면해왔던 내 조국 한국의 정치사속에 그의 이름이 있다는 것만 알다가 노사모, 노짱, 노빠 등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건 역시 세월호 이후의 일이었다.
한국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거나 직접 함께한 다른 이들에게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었다면 내게는 우리 나라도 그런 대통령이 있었는데 난 그걸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는데 오는 안타까움이 더 컸다. 그가 있던 그 시간 속 작은 귀퉁이에서라도 함께 하고 싶었던 욕심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 상영 전 영화 소개를 해주던 사회자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토론토 한국 영화제 상영작들 중에 이 영화에 가장 많은 관객들이 왔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놀라운 성공을 하고 있고 이 영화가 전 정부하에서는 몰래 만들어졌어야 했었다는 배경 설명까지 더해줬다.
영화는 노무현과 함께 했던 사람들의 회고 인터뷰로 이어졌다. 왜, 어떻게 그와 함께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얘기하는 개개인의 인터뷰는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보여줬고 간간히 나오는 우리가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그 인간적인 모습들은 관객들의 안타까운 탄성을 자아냈다.
개인적으로는 16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노사모들의 절박함, 그리고 그들이 이뤄냈던 승리감…그리고 이뤄낸걸 한 순간에 잃어버린 그들의 아픔. 그 모든 과정들이 지난 몇 년 동안 함께하던 우리 촛불들의 모습들과 오버랩 되면서 그들의 간절함이 그대로 전해져 많이 울었다.
아마 그때 노사모들의 뼈아픈 후회들이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의 밑받침이 되었으리라 생각하게 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10대 아들과 함께 김미경 씨는 아들이 “8살때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참석했던 거 기억나는데 그땐 그 많은 사람들이 왜 우는지 몰랐는데 이제 알겠다”고 하더라며 아들과 함께했던 감동을 전해줬다.
또 함께 한 지인 황 영숙씨는 “세월호 사고 나고…정말 뭐라도 해야 하고.. 하고 싶어서…그 마음 주체를 못할 그때가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특히 민주정부 들어서고 어쩌면 이쯤에서 좀 놓아도 되지 않을까…지겹다..하는 마음이 점점 커진거 같아요…그런 마음을 반성하게 되었구요. 영화가 진짜 주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그냥 미안함이 끝이 아닌 각자의 절박함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을 던지게 되었다”고 뒤풀이에서 얘기해줬다.
한인 2세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러 왔던 재키 리씨는 “영화를 본 후 남편이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며 이 영화가 부부 사이에 공감하게 되는 한가지를 더 추가하게 되었다며 감사해했다.
영화 후미에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 보낸 이들의 심정을 말하는 인터뷰에서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내 자식들만큼은 깨어있는 시민이 되도록 그렇게 키우겠다는 어느 아빠의 다짐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그게 남겨진 우리들의 과제.
노무현 대통령과 평생을 함께하며 그의 뜻을 이어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년 연설에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고 그의 뜻을 이어받는 데 그치지 않고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말씀처럼 우리는 노무현 덕분에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았고 이제 그 깨어있음의 실천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
영화는 슬프기만 하리라던 내 걱정과는 달리 그가 남긴 숙제가 뭔지 다시 다짐하며 동시에 우리는 어쩌면 그 숙제를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는 일말의 안도감에 마음 편하게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지난주에 정식 극장에서 ‘노무현입니다’가 상영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곧 워싱턴에서도 일정이 있다고 하고 호주 시드니에서도 영화 상영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과 더 많은 해외 도시들에서 공동체 상영을 의논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무쪼록 되도록 많은 해외에서도 이 영화가 많이 상영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함께 깨어있는 시민들이 더욱 많아지게 되고 함께 가는 길을 만들어 가도록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