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믿쉽니까! ④ 구세군(救世軍 The Salvation Army)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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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도심 번화가에서 보이는 빨간 군복 코트를 입고 종을 치는 무리와 빨간 자선냄비는 우리에게 연말이 왔음을 일깨워준다. 이들이 바로 구세군이다. 공식 영어 명칭 The Salvation Army는 ‘구원하는 군대’를 뜻하지만, 동양권에서는 한자로 救世軍, 즉 ‘세상을 구원하는 군대’라 승화시켰다.
영국에서 중산층 이상 개신교 신자들이 거지나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에 못 오게 막고 멸시하자, 1865년 7월 2일 감리회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가 예수의 아가페적인 사랑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며 런던 동부 빈민가에서 구세군을 창설했다. 초기부터 구세군은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복지시설 운영과 빈민 구제 활동 등 사회봉사 위주로 선교했다.
구세군이라는 명칭에서 보듯 군대식 체계로 교회는 영문, 성직자를 사관, 신학교를 사관학교, 교인을 병사라고 부르는 개신교의 한 종파다. 사관끼리만 결혼할 수 있고 부부 사관으로 사역해야 한다. 조직은 구세군국제본영 대장-사령관-지방장관-사관-정교-부교-병사/군우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조직 중 하나인 군대의 효율적인 체계를 활용하여 봉사의 효율성을 높이려 조직과 체계만 군대에서 따왔다. 구세군 제복도 군복과 비슷한 형태로 각 나라나 지역별로 다르다.
대한민국구세군 정식 명칭은 구세군대한본영이다. 대한민국, 북한, 몽골, 캄보디아, 중국 연변 자치주 등이 선교담당 지역이다. 1907년 윌리엄 부스가 일본 선교여행 중 만난 조선 유학생들이 조선사회의 개혁을 위해 선교를 원하자 이듬해 호가드(Robert Hoggard)사관 부부를 조선 땅에 파견한다. 당시, 쇠락한 나라의 국민은 서양식 군복에 군대식 용어를 쓰는 구세군을 조선을 위해 강대국이 보낸 군대로 여겨 많은 관심을 가지고 호응해 참여한다.
서울 서대문구 평동에 본부를 두고 1909년 첫 기부금 모금제도 시작했고, 호가드 사관 부부가 한국을 떠나던 1916년에는 구세군영문 78개소, 사관 87명과 교인 4,800여 명으로 한국 구세군의 기틀을 마련했고 최초 여자실업관도 건립했다. 1920년 조선 선교사관 이도식(Williams Richards) 서기장관이 39세로 순직하자 당시 캐나다 동군국의 사령관이던 그의 부친이 아들을 추모해 44평의 기념관을 헌납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 아현교회가 되었다.
이후, 금주, 금연운동, 여자 빈민 무료숙박시설, 윤락여성을 위한 여자관, 미혼모시설 등 여성복지사업을 시작했다. 1928년 일제강점기 산미증식계획 수탈로 국민이 굶주리자 한국 최초의 서울 명동에서 자선냄비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구세군 종합병원, 영동종합병원도 개원했다. 그러나, 1941년 신사참배반대 등을 이유로 일제가 명칭도 구세단으로 바꾸고 일본구세단에 편입시켰다가 결국 1943년 강제 폐쇄한다. 그러나, 해방되며 한국구세군으로 새롭게 부활했다. 한국전쟁 후, 노인복지사업, 피난민/수재민 구호 사업, 무료급식소 운영, 의료선교회 등을 시작한다.
1977년부터 사회복지법인 구세군복지재단, 부녀복지관, 부평훈련원, 부평고등공민학교, 부평 직업훈련학교, 구세군 장학회 등을 설립한다. 이후, 북한 요구르트 공장 설립, 심장병 어린이 무료 수술 사업, 푸드뱅크 시작, 장애인복지시설, 첫 온라인 자선냄비 등과 자선냄비본부, 미혼모 자립 지원 프로그램 ‘카페 레드마마’ 를 시작했다. 2015년 국제구세군 150주년 국제대회, 네팔 지진피해 돕기 특별 거리모금 등 활동을 이었다. 한국구세군은 개척 초기부터 빈민을 위한 사회사업에 적극적으로 힘썼고 지난 100여 년 넘게 국내외 어려운 사람들의 영혼과 삶을 돌보는 일에 봉사해 왔다.
구세군에서는 구세군교리문(The Salvation Army Doctrine)으로 신앙고백을 한다.
1. 우리는 신구약성서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이루어졌으며 성서만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실천의 표준임을 믿는다.
2. 우리는 유일하시고 완전하신 하나님만이 만물의 창조자, 보존자, 통치자이시며 예배의 참 대상이심을 믿는다.
3. 우리는 하나님 안에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가 있으며 권능과 영광으로도 동등하심을 믿는다.
4.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 신성과 인성이 합하여 있으며 그는 참 하나님이시고 참 인간이심을 믿는다.
5. 우리는 인류의 시조가 본래 죄 없이 창조되었으나 그들의 불순종으로 모든 사람이 죄인이 되고 전적으로 타락하여 정결과 행복을 잃고 하나님의 진노의 대상이 된 것을 믿는다.
6.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난받으시고 돌아가심으로 인간의 죄를 대속하셨으니, 누구든지 그를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음을 믿는다.
7. 우리는 하나님께 회개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성령으로 새로 나는 것은 구원에 필요한 것임을 믿는다.
8.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은혜로 의롭다 하심을 얻으며 믿는 자마다 그 안에 증거를 갖게 됨을 믿는다.
9. 우리는 구원의 상태 지속은 그리스도 안에서 순종하는 믿음을 계속 가져야 함을 믿는다.
10. 우리는 “온전히 거룩하게 되는 것”은 모든 신자의 특전이며 “저들의 심령과 영혼과 육체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까지 완전하고 흠 없게 지켜주실 것”을 믿는다.
11. 우리는 영원한 생명, 육체의 부활, 세상 끝의 총 심판, 의인의 영원한 행복과 악인의 영원한 형벌을 믿는다.
첫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1891년 성탄이 가까워져 오던 연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울렸다. 갑자기 천여 명의 빈민과 이재민이 발생하자 조셉 맥피(Joseph McFee)란 구세군 사관은 며칠 밤낮을 이들의 식량문제로 고민하다 옛날 선원 시절 영국 리버풀에서 빈민을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는 주방에서 사용하던 큰 솥을 오클랜드 부두에 내걸고 ‘이 솥을 끓입시다(Keep the Pot Boiling)’라고 써 붙였다. 얼마 후 빈민과 이재민들에게 무료 급식할 충분한 성금이 모였다.
미국 서해안에서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활동은 미 동부 끝까지 이어져 6년 후 보스턴에선 무려 15만여 명의 불우이웃에게 무료 급식이 제공됐다. 덕분에 1901년부터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대규모 구세군 자선냄비 행사를 해마다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매해 연말 자선냄비 성금으로 약 4백5십여만 명의 급식을 돕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고민하던 한 구세군 사관의 깊은 마음이 매년 추수 감사절과 성탄이 가까워지면 전 세계에 나타나는 구세군 빨간 자선냄비의 시초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당시 조선구세군에 의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자선냄비가 등장해 해방 전후 혼란기와 한국전쟁 등 몇 년을 빼곤 90년 가까이 매년 연말 사랑의 기부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보통 12월 한 달간 전국 약 380여 곳에서 모금에 들어간다. 한번 정해진 자선냄비의 모금장소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구세군에 의하면, 서울 잠실 롯데월드 지하 입구가 전국에서 모금액이 가장 많았고 서울역 광장, 청량리역 광장, 서울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순이었단다. 폐품수집으로 번 돈, 저금통, 무기명 채권, 현금, 외화, 수표, 금붙이, 헌혈증, 치킨 쿠폰 등 지난 2016년 총 모금액은 77억 원이 넘었다.
국내에서 빨간 자선냄비에 들어간 돈은 모두 그날 오후 지역 우체국에서 보관하고 다음 날에 개봉된다. 그리고 모두 전산처리하고 입금돼 모금액이 언제 어떻게 사용됐는지 투명하게 다 공개된다. 또한, 구세군은 한국 구세군 자체 감사, 중앙정부 감사, 세계 구세군 감사 등 여러 감사를 철저히 받는다. 행정자치부에서 정해준 기준은 모금액의 5%를 자선냄비 모금 경비지출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끔 일선 담당자들의 착오 등으로 문제가 생기지만 사소한 액수다. 행정 당국의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길에서 모금하는 행위는 2015년까지 국내에서 구세군이 유일했다.
구세군 마크는 영국본부에 저작권이 있어 도용하면 처벌당한다. 또한, 영국의회의 설립 인가로 이단 시비는 없다. 타 종파를 사칭하는 이단은 많지만, 구세군을 사칭하는 이단 종파는 아직 없는 이유도 구세군의 대표적인 특징인 사회사업이 중앙정부 감사 대상이며, 타 개신교 종파와 달리 구제 사업, 군대식 체제와 군복 등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구세군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150년 이상 활동하고 있고 1947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에서 특별협의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를 획득한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이다. 한국구세군에 따르면 국제군세군은 현재 128개국에서 2,187,192명이 26,503개 사회사업시설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16,000개의 전도 센터와 3,000여 개의 사회복지단체•기관•학교•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구세군은 동성애를 반대한다. 이것은 신학적인 문제이므로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동성애 혐오도 명확히 반대하고 있다.
구세군대한본영은 신재국 사무총장과 김필수 사령관이 지휘한다. 기획국, 인사국, 업무국 3개국 아래 전국에 10곳의 지방본영과 230여 곳의 군영, 군국자문위원회를 비롯한 5개 위원회와 정보통신실 등 5개 실, 구세군연수원, 백화수련원 등 기관과 150여 곳의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여성사업부, 사관학교와 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충청도가 가장 교세가 크다. 장로회, 감리회, 성공회, 루터회, 정교회, 하나님의성회 등과 함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 교단이다. 가톨릭 사제들처럼 담당 영문에 순환 근무 방식이며, 재정, 회계, 성금 사용명세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건전하게 운영하고 있다.
국제구세군은 규모와 재정자립도 등을 기준으로 해마다 등급을 분류하는데, 2015년 구세군대한본영이 최고등급을 받았다. 2008년엔 한국에 구세군이 들어온 100년 기념으로 우정사업본부 공식 우표가 발행되었다. 그리고,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소재 구세군100주년빌딩도 100년 기념으로 2008년 1월 착공했다.
아가페적 사랑이 신조인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 종소리는 우리가 모든 이들에게 이웃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7년 구세군 군국표어는 ‘미래로 나가는 공동체’.
“성문으로 나아가라. 나아가라. 백성이 올 길을 닦으라. 큰길을 구축하고 구축하라. 돌을 치워라. 세계 만민이 다 볼 수 있도록 깃발을 높이 세워 놓아라 (Pass through, pass through the gates! Prepare the way for the people. Build up, build up the highway. Remove the stones. Raise a banner for all the nations to see.)” – 이사야(Isaiah 62:10) www.salvationarm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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