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희의 토론하는 대한민국 9]
5차 TV토론, 사드 값은 누가 내야 하나
박수희
출처 : 5차 대선후보 TV토론회 화면 갈무리
미국조차 한국의 차기 정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했던 사드가 하룻밤 사이 기습적으로 배치됐다. 이어 트럼프는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 정부에 청구했다. 당연히 국민들은 이 갑작스런 이슈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5차 TV토론 주제는 경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다. 정해진 발언 순서와 엄격한 시간 관리로 토론 방식도 후보자 입장에서 제약이 컸다. 이런 배경에서 심상정 후보는 첫 발언자인 문재인 후보에게 미국의 10억 달러 청구를 포인트 삼아 첫 질문을 던짐으로써 사드 문제를 테이블로 올려놓았고, 문재인 후보는 사드가 더 이상 안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라고 동조함으로써 토론의 주제를 사드 및 비용 청구에 대한 문제로 확장시키고 이슈를 선점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이든 경제적 문제가 결부되고 내가 비용부담의 주체가 되었을 때 이슈의 비중은 커지고 반감이나 효과 또한 배가 된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진보정당 후보들로서 이 점을 잘 파고들었다고 본다. 문 후보는 공약 설명을 위한 보조 수단을 잘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경제정책 분야는 다른 부분에 비해 숫자나 용어가 자주 거론되고, 폭넓은 계층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주제이다. 정확성, 전문성, 실현가능성이 돋보여야 할 부분에서 차트가 문 후보의 약점을 많이 커버해 주었다. 그런 보조 수단이 있을 때는, 준비해 왔다는 점을 밝히고 성의 있게 제시하는 태도도 내용의 인식에 영향을 준다. 안철수 후보는 그런 점에서 반대 지점에 있었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이러면 안 되고 저러면 좋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4차 산업 이슈를 안철수의 브랜드로 내세우려는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본인의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워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어떤 질문에는 항상 답이 같아서 외워온다는 인상마저 준다. 게다가 답변하는 모습에 전혀 여유가 없다.
거의 모든 답변이 어미에 힘을 준 ~ 습니다. 로 끝나기 때문에 딱딱하고 성의 없는 인상을 준다. 안 후보는 특히, 질문하는 순서에서 상대에 대한 공격보다 자신의 공약을 늘어놓고 제 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4차 산업혁명 공약에 중점을 둔 후보로서 좀 더 스마트함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경제 분야 토론은 유승민 후보가 가장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주제일 것이다. 어제의 토론방식에서 다섯 후보는 시간 총량에서 똑같은 지분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유 후보는 룰을 준수하는 모범적인 이미지와 함께 자신감 있고 차분한 존재감이 돋보였다.
심상정 후보는 3, 4차 때 홍준표 후보와 아예 토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토론에는 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과거사 이슈에 묻힐 것 같았던 홍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기는커녕 상승세가 지속되는 까닭도 있겠고 본인의 공약 제시 보다 막말에 가까운 공격으로 일관하는 홍 후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거짓말쟁이라는 공세를 폈다.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의 막말에 반격을 정확히 해주기 바란다는 말을 또 하게 된다. 길게 말 할 필요 없이 짧게 되돌려 주는 화법, 상대 후보가 같은 지점에 놓여있는 포인트를 반격하여 말문을 막는 연습이 필요하다. 탄핵 정국의 주범인 당 후보 지지율이 아이러니하게도 올라가고 있다. 홍 후보는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모습이다. 진지하고 안정되어 간다.
토론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발언을 할 때에는 전략이 있어야 하고, 그 전략이 돋보일 만한 전술을 구비해야 한다. 문 후보는 유 후보에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적 실정을 지적했다가 유 후보에게 ‘모든 문제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탓이냐’ 는 반론을 들었다. 사실, 건질 것이 없는 질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적 실정을 꼬집으려면 구체적 수치의 제시가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어떤 실정으로 얼마, 어떤 실정으로 얼마, 사드배치 청구금까지 몇 년 동안 총합 얼마의 손해를 끼쳤다고 얘기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1등에게 어울리는 워드도 아니다. 상대가 그 질문에 보인 반응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질문은 더더욱 아니다. 문재인 후보는 한번 남은 TV 토론을 자신의 강점만으로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하겠다.
모 페친이 문재인 후보의 캠프를 방문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 후보는 변호사 출신이면서도 왜 그렇게 속 시원하게 토론을 잘 못하시냐고 애정 어린 항변을 했다고 한다. 이에 답변이, 문 후보가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노동자들을 대변해 왔는데, 이 분들이 체계적이고 조리 있는 얘기보다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감정에 북받쳐 호소하면 그에 맞서 조리 있게 따지고 정리하기보다 주로 들어주고 꼭 필요한 말만 했던 것이 평생 습관이 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사드는 왔고, 영수증도 함께 왔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어도 헤쳐 나갈 파도가 높을 것 이다. 사드를 영수증과 함께 돌려보내겠다는 후보도 있고, 협상 때 없던 말이니 무시해도 된다는 후보도 있다. 누구를 믿어야할까? 경제 문제는 경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 문제는 모든 분야의 시작과 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TV 토론에 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힌트는 있을 것이다. 6차에 걸친 TV 토론이 이제 한번 남았다. 자신이 선택한 후보에게 끝까지 응원을 보내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분명한 기준부터 세우자. 어떻게 만든 기회인가. 다음 정권은 후보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