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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희의 토론하는 대한민국 5] 2차 TV토론을 앞둔 대선주자들을 생각하며

[박수희의 토론하는 대한민국 5]

2차 TV토론을 앞둔 대선주자들을 생각하며

박수희

TV라는 매체는 보여 지는 것이다.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자신감이라든가 인격, 성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보여준다. 그런 TV로 대선주자들을 본다. 토론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됨됨이를 보고, 지식을 보고, 말투를 보고, 표정을 보고, 대처 능력을 본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미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이 내 선택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지를 본다. 계속 밀어줄만 한 지 확신하기 위해 본다. 마치 내 가족을 TV프로에 내 놓고 남들이 어떻게 봐줄까 하는 마음으로 본다. TV 속 토론하는 대권주자들은 그런 유권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남의 마음까지 훔쳐 오겠다는 생각보다 내 식구가 TV속의 내 모습을 보고 내일 남들에게 어떻게 말할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거 봐, 틀림없잖아! 라고 가슴을 내밀면서 큰 소리 칠 수 있는지, 그래도 두고 봐야지 하고 먼 산을 바라볼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1차 토론의 관전평을 한 마디로 한다면 “유승민의 발견”이다. 태도, 발언, 억양, 표정 등 모든 면에서 안정되어 있고 확고하며, 질문이나 대답에 막힘없고 뚜렷한 소신을 보여주었다. 반 여권의 유권자도 호감을 가질 정도의 토론 실력을 보여준 점에서 가장 성과를 올린 후보라고 하겠다. 사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사드를 찬성하는 유승민 후보의 입장이 이해될 만큼 확고한 입장을 논리적이고 차분한 태도로 피력했다. 유승민 후보는 당의 입장에 흔들리지 말고 앞의 토론에서도 이런 태도를 견지하면 좋겠다.

심상정 후보 역시 달변에다가 확신에 넘치는 당당한 모습이 돋보였다. 아쉬운 점은 좀 더 부드러운 여유가 더해지면 좋겠다는 점이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다. 심상정 후보의 강함에는 왠지 절박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의 웃음은 어색했다. 특히, 홍준표 후보가 노대통령의 뇌물수수사건으로 공격할 때, 예의 웃음 띤 얼굴로 책임지셔야 합니다 라고만 두 번 응수했다. 사실유무를 떠나 홍준표 후보가 자신의 유권자를 대변하는데 성공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그렇지 못했다. 부드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단호함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 답변에 웃는 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 홍준표 후보에게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홍준표 후보 지지자에게 정확히 알려준다는 마음으로 답변했어야 한다. 그게 문 후보 지지자의 마음이다. 문재인 후보가 빛난 부분은 따로 있다. 시간이 제한된 토론에서 사회자가 문 후보에게 “28초 남았습니다”라고 할 때, “26초 입니다”라고 정정한 부분이다. 정직함에 근거하는 인간적 호감을 주었다. TV토론은 이런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인간성의 디테일함, 평소의 모습이 부지불식간에 나온다. 그러나, 대답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두 번 묻는다거나, 눈동자를 굴리고, 손짓을 한번 하고 반 박자 늦게 대답하는 모습의 반복은 불안함을 주었다.

홍준표 후보는 왠지 모랫바람 부는 중원에서 거리낄 것이 없다는 자세로 칼 한자루 마음껏 휘두르는 무사 같았다. 벨 것은 없었지만 내 편을 확고하게 하기는 충분했을 것 같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습니다”라고 말한 배포를 기억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이정희 후보에 비한다면 지지기반이 엄청 두텁다. 그만한 지지기반을 가진 주자다운 여유와 내용을 가지면 좋겠다.

후보들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선거 구호처럼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것은 허황되고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구체적이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는 사람에게 확신과 믿음을 준다. 질문을 할 때는 내가 우위에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좋다. 상대의 대답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라 상대가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나를 보여주는 질문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의 교육공약에 대해 질문한다면 내가 교육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이 확고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맥락 없는 질문, 말꼬리를 잡고 다투는 듯한 모습은 관전하는 시청자, 유권자들에게 아슬아슬한 불안감을 남길 뿐이다.

인신공격, 네거티브 등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흠집을 남긴다. 문재인 후보가 아무리 웃으며 말했더라도 안철수 후보에게 “적폐세력과 손잡지 않았느냐”라고 하는 질문은 새롭지도 통쾌하지도 않다. 문 후보는 현재 1등이다. 1등답지 못한 질문이다. 물론, 그 질문에 안철수 후보의 대응은 더욱 미흡했다. 안철수 후보가 저 질문에 여유 있는 웃음으로 포장된 뼈있는 대답 한마디였다면 상승기류를 타던 차에 그 효과는 배가 되었을 것이다.

후보들은 앞으로의 토론에서 철학과 공약, 비전으로 승부했으면 좋겠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1등이니만큼 공격도 많아질 것이다. 1차 토론에서 보여준, TV토론을 의식한 듯한 일관된 말투와 일관된 표정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1등의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도 강하고 단호한 모습을 기대한다.

앞서 말했지만, TV토론을 보고 유권자가 180도 지지후보를 바꾸는 일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호감을 갖고 있다면 확신을 줄 수는 있다.

2차 토론은 스탠딩 토론이니 체력이니 팽팽한 기싸움으로 일찍부터 관심이 모아졌다. 벌써 오늘이다. 앉아서 하든 서서 하든, 토론은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알아야 할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 다시한번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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