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 上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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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란의 미친 짓을 끝내야 … 비열한 인간들의 국가전복 음모 … 지금은 전시라 어떤 용서도, 관용도 없을 것 …. 촛불을 든 좌파 좀비들이 마지막 발악 … 폭력과 혁명 … 애국의 피로 … 미친 발악 중 … 폭력과 혁명의 … 빨간 피를 빨아먹는 좌파좀비들 … 폭력, 투쟁, 혁명으로 무장한 좌파 좀비들 일망타진 해야 … 좌파좀비들은 더욱 격렬한 투쟁을 … 타도 종북! … 한줌박에 안 되는 저 종북의 가당치도 않은 난동 …. 거짓 나팔에 미친년 널뛰듯 춤을 춘 언론 … 적들은 회심의 미소를 … 반종북연합전선…”
악에 받친 북한 로동신문 사설이 아니다. 탄핵반대 집회에 ‘창간준비호’, ‘호외’, ‘특집호’ 등으로 대량 유포된 ‘뉴스타운’, ‘뉴데일리’, ‘프리덤뉴스’ 등 신문 형태의 4~6쪽 유인물 내용이다. 급조돼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틀리고 사실관계도 없이 조잡한 사진합성으로 탄핵반대집회를 옹호하고 촛불집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작은 사설에는 ‘좌파 좀비’란 단어가 20번 넘게 나왔다.
“촛불과 태극기가 충돌해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 것이다 … 빨갱이들 다 죽여라! … 공산당 귀신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 이 개새*, 내 앞에 나타나면 눈*을 뽑아서 부엉바위에 갖다 던져버리것다 씨*놈아!”, “오늘 내가 일부러 소주 두 병 먹고…. 모가지 딱 비틀어 버리고 구속될 랍니다 … 남창들과 사기꾼집단들 … 헌재 결정에 복종하면 노예다!” 군가가 요란한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 무대에서 남녀 연사가 마이크에 내뱉은 발언들이다. 나이든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미국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성가대 복장의 개신교 신자들은 대형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도로를 행진하며 찬송가를 부르고 목사는 “주여, 보톡스 안 맞은 자 있습니까?”라며 소리친다.
대한민국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집회 또는 시위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집회에 대항해 서울 광장에 박근혜를 옹호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대부분 박사모 등 친박 단체들로 구성된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촛불 대신 태극기와 미국 국기를 흔들며 세력을 키웠다. 작년 말 주최 측 주장 72만 명은 서울 대한문 앞과 청계광장 등에서 ‘송화영태'(送火迎太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아들임)를 외치고 애국가와 군가를 부르며 태극기와 미국 국기를 앞세워 탄핵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국기(國旗)는 한 국가의 얼굴이자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상징이며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 된다. 그래서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상징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애국지사와 국민이 민족혼의 상징으로 태극기를 들고 항일운동을 벌이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올림픽 등 각종 국제경기의 시상식에서 게양되는 태극기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하나 된 자부심과 애국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최근 태극기가 특정 집단이 사용하면서 태극기를 모독한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탄기국 집회참가자들은 ‘미국 국기’, ‘박근혜, 박정희 사진’,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행주치마 의병대’, ‘태극기가 휘날리면 촛불은 꺼진다!!!’ 등을 조잡하게 합성 인쇄한 태극기를 몸에 두른다. 항상 이들의 집회 후엔 더럽혀진 손 태극기가 쓰레기통이나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다. 그래서 태극기를 모욕하고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형법 105조에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 손상 등을 행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 명시돼 있다.
오죽하면 지난달 말, 광복회가 ‘3•1절! 태극기의 의미 광복회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최근 집회에서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의 남발로 특정 목적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매우 우려된다. 태극기에 구호를 새기거나 태극기 봉을 휘둘러 폭력 행사, 재판정에서 난데없이 태극기를 펼쳐 드는 기행 등 일련의 행동 등은 태극기의 신성함을 근본적으로 해치는 행위다”고 발표하자 광복회가 종북좌파라며 탄핵반대지지자들의 욕설 전화가 광복회에 빗발치고 있다. 많이 보이는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을 선포하라!’는 손팻말은 형법 90조 2항 내란 선동죄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할 수 있다.
몇 주간 탄기국집회에 직접 참가해 봤다. 서울 한복판 세종대로에 경찰버스로 줄을 세워 약 200여 미터 사이에 촛불과 갈라놓았다. 양쪽 인도를 제외하곤 비무장지대인 셈이다. 서울광장 앞 탄기국집회는 오후 2시부터 정치인들의 발언 등 1부, 행진, 2부 등으로 보통 오후 5시면 해산한다. 대한문 앞과 청계광장에서 소형 스크린 무대 차량 몇 대를 세워놓고 진행한다. 김진태. 조갑제, 조원진. 문상현, 정미홍 등 연사는 확인 안 된 선정적이고 거친 내용으로 선동한다. 생뚱맞게 정동춘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도 연사 중 하나다. 사회자는 말끝에 할렐루야를 외친다. 군가와 옛날 노래가 크게 울려 퍼진다. 체계화된 진행이 아니다. 초창기 최순실이 억울하다고 했다가 요즘엔 죄인이라며 오락가락한다.
청계광장 쪽은 주최 측에서 깔아놓은 플라스틱의자는 절반도 안 채워졌다. 임대업체는 500개 가져왔다는데 1/3은 빈자리로 남아있고 추워 그런지 근처 건물 앞에 서성이는 노인들 다 합쳐도 400여 명 정도. 물론 박사모나 나름대로 보수라 우기는 자발적 참가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단체로 동원된 듯하다. 앞 유리에 박사모, 탄기국 부산 00 호라고 쓴 전세 버스에서 내리며 한 남자가 길도 모르니 멀리 가지 말고 떠날 시간과 차 번호를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한쪽에선 단체로 이동하는 듯 지명과 번호를 쓴 노란색 작은 푯말을 높이 들고 있다. 시청, 남대문, 서소문 등 근처 주도로 및 이면도로엔 전세 버스가 200여 대 넘게 주차돼 있다. 번호판은 대부분 남쪽이다. 기사에게 물으니 아침 7시 출발했단다. 왕복만 10시간이라 오후 5시 출발해도 도착하면 밤 11시라고. 대차 비용은 45인승 기준 요즘 하루 90만 원 선. 비용은 누가 냈냐니까 그냥 미소로 답한다.
문재인 후보, 이재명 후보, 박원순 시장, 고영태 등이 난도질당한다. MBC와 정규재TV 운영자가 주필인 한국경제신문만 진정한 애국 언론이라고 주장한다. 이정미 재판관, 강원일 재판관, 손석희 JTBC 뉴스 사장, 각 언론사, 방송국은 모두 죽여버려야 한다고 소리 높인다. 반기문, 황교안을 대통령으로 뽑아 계엄령을 선포하고 좌파를 죽여버려야 한다고 침을 튀긴다. 대다수 집회참가자는 일반적 상식과 거리가 먼 광신도같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식하며 고집스럽다. 베레모에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중년 남녀들이 집회를 돕는 일명 켈로대원이라며 거리 곳곳에 서 있다.
인도 쪽 몇 군데 탁자에서 ‘진행’ 표식을 단 중년 서넛이 비닐 태극기, 손팻말과 소책자, 날짜 지난 신문 형태의 유인물 등을 나눠주고 있다. 유인물에 광고한 태극기 배지와 태극기 스티커, 미국 국기는 왜 안주냐니까 ‘늙은이들이 자꾸 집어가서 숨겨 놓았다’며 주위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내 손에 쥐여 준다. 탁자 위엔 후원함도 있는데 슬쩍 들여다보니 천 원짜리 두세 장뿐이다. 후원금을 묻자 ‘노인네들 돈 없어’한다. ‘돈 받는다메’하자 가만히 있더니 어디서 나왔냐고 묻는다. ‘선동탄핵 원천무효’, ‘조중동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탄핵 무효’, ‘엉터리 특검 해체하라’, ‘조작날조 좆티비씨’, ‘나라가 망하고 있다! 불교도여 앞장서자!’, ‘촛불선동 종북발톱 태극기가 박살내자’ 등이 손팻말 내용은 호전적이다.
태극기는 그렇다 쳐도 미국 국기, 그리스 국기, 이스라엘 국기, 오스트레일리아 국기까지 보인다. 왜 미국 국기를 흔드냐고 물으니 ‘미국은 형제나라니까’, ‘우리나라를 도와줬으니까’, ‘트럼프가 박근혜를 존경한다’. ‘저쪽에서 주길래 그냥 받았는데’ 등 다양하거나 답이 없다. 그럼 그리스 국기, 이스라엘 국기, 오스트레일리아 국기는 왜 흔드냐니까 그냥 누가 줬단다. 3•1절에 그게 이유가 되냐고 더 묻자 갑자기 신경질 내며 빨갱이냐고 몰아붙인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한국전쟁 때 그리스와 오스트레일리아는 군대를 보냈고, 이스라엘은 물자를 지원했다. 탄핵반대 팻말을 든 한 무리의 흑인들이 보였다. 우리말과 영어로 물었으나 어색한 미소만 짓고 답을 안 하고 사라졌다.
대부분이 노년층인 참가자들 사이로 가물에 콩 나듯 학생들과 젊은 사람이 보인다. 손글씨로 ‘탄핵반대 박근혜사랑해요’ 팻말을 든 초등학생과 중학생 남매는 엄마와 경북 쪽에서 왔단다. 담임선생님은 정치적 이야긴 절대 안 하고 한 반에 34명인데 박근혜 지지하는 애는 3명뿐. 그래서 학교에서 3명하고만 논단다. 아침, 점심은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김밥 등으로 때웠단다. 왜 박근혜를 좋아하냐 묻자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여는데 아이들 엄마가 나타나 나를 경계하자 입을 닫는다. 또 다른 초등학생은 박근혜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그냥 아빠랑 왔단다. 경상도 말씨의 20대 남자는 그냥 박근혜는 여자 대통령이라 당하는 거라며 억울하단다. 기독교인들과 애국세력이 무조건 좌파를 죽여야 한다고 다른 이가 덧붙인다. 30대 여자는 ‘왜 그러세요?’ 날카롭게 반응하며 대답 안 한다.
무대 사회자는 골목에 있지 말고 자꾸 도로로 나오라고 재촉한다. 촛불집회와 달리 방석 없이 그냥 몇 시간을 추운 도로에 서서 무대를 바라봐야 하니 노년층 참가자들은 따뜻한 근처 식당, 골목 등에 쭈그리고 앉는다. 공공화장실 개방목적으로 서울도서관과 시청별관 문을 열자 그런 사람들로 시장처럼 북적인다. 도서관과 휴식 공간에는 술 취한 노인들이 이용자들과 마찰을 빚고 조용해 달라는 관계자에게 삿대질과 쌍욕을 해댄다. 한 남자 노인은 자기는 서울시에 세금 낸다며 전시물을 마구 흔들어 훼손한다. 윗층에서 한 여자 노인이 박원순 시장을 욕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또 다른 여자는 빨갱이라며 한 학생의 멱살을 잡아끈다. 전시된 세월호 추모작품은 누군가가 칼로 찢었다. 막무가내 흡연과 취식으로 불쾌한 냄새를 풍긴다. 여성자원봉사자들에게 핑계를 만들어 시비를 건다. 내가 참다못해 ‘왜 소란 피워 시민들에게 피해 주냐 당장 나가라’ 하자 노인들이 빨갱이라고 눈을 부라린다. 경찰이 배치됐으나 난동에는 소극적으로 대했다.
태극기와 미국 국기를 든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서울광장 근처 식당 등은 손님은 거의 없다. 들어가 이유를 물으니 ‘저 노인들은 돈 없어 안 먹어요. 그리고 시끄러운데 누가 오겠어요. 저쪽(촛불)이랑 틀려요. 분위기도 그렇고…’하며 ‘촛불집회 때는 명동까지 줄 서서 먹었다’며 씁쓸하게 웃는다. 지난주엔 웬일인지 식당에 사람이 꽤 들락거렸다. 식당 주인은 시끄럽고 냄새나고 술 취해 다른 손님들에게 시비 걸고 음식 먹고 돈 안 내고 도망간다며 전혀 안 반갑단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에도 몰려와 앉아있거나 직원들에게 시비 걸고 술과 도시락 등 외부음식을 가져와 먹고 냄새 풍기며 쓰레기를 버려 싫단다. (계속)
*자료사진은 초상권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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