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인도양에서 빛나는 모리셔스(Mauritius)의 기적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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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이야기다. 교내 카페테리아에 키가 크고 예쁘장하던 아프리카 인도 모리셔스계 아가씨가 있었다. 새침데기였지만 내겐 어렵던 Mauritius란 발음을 교정해 주기도 했고, 지나가며 내 말총머리 꽁지를 툭 치는 장난도 하고, 종종 내 접시에 미트파이 등도 더 얹어 줬고, 생일이라고 뽀뽀도 해줬다. 그때 난 모리셔스란 나라와 사람을 난생 처음 알았다.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갑자기 새로운 신혼여행지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인도양에 떠있는 섬나라 모리셔스 공화국(Republic of Mauritius)이다.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에서 약 900km, 인도 끝에서 남서쪽으로 약 4,000km 떨어져 있다. 모리셔스는 본섬 이외에 카르가도스카라호스 제도, 로드리게스 섬, 아갈레가 제도가 있다. 전체 면적은 제주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약 130만 여명이다.
국명인 모리셔스는 네덜란드에 점령된 후 네덜란드 오라녀 공작 마우리츠(Maurits)의 이름에서 따와 라틴어 Mauritius로 한 것이다. 처음 유럽인들이 이 섬을 발견했을 당시 무인도로 도도(Dodo)새만 살고 있었다. 그러나, 16세기 말 네덜란드인들이 정착하며 천적이 없고 먹이도 풍부해 몸이 크고 날지 못했던 도도새를 인간들의 잡아먹어, 결국 인간들이 처음 발을 디딘 지 80년도 안 되어 멸종해 전설 속의 새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도도새를 세상에서 가장 순진했던 새라고 믿고 싶어한다.
모리셔스는 동인도회사의 지배를 거쳐 영국 식민지에서 1968년 독립했다. 영국 무력강점 기간 동안 끌고 온 인도계 사탕수수 노동자 덕에 인구 약 130여만 명 중 70%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지에서 온 인도계 후손이며, 아프리카에서 건너 온크리올 27%, 중국계 약 35,000명, 그 외 프랑스인 등이다. 그래서 종교도 과반수가 힌두교, 3분의 1정도가 가톨릭, 무슬림17%, 그리고 소수의 불자가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식 언어고, 프랑스어가 변형된 크리올어는 전 국민의 반이 사용한다. 라틴어로 ‘Creare(만들어진)’에서 파생된 크리올어(creole)는 크게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식 등으로 나뉘며 15세기 후반~17세기 유럽인들이 배로 항로를 개척해 신대륙에 상륙하고 무역을 하던 대항해시대 각 대륙 식민지에서 두 언어가 혼성돼 생겨나 토박이 말로 굳어진 피진어다.
수도는 섬 북서쪽에 있는 포트루이스(Port Louis)다. 가장 높은 건물이 모리셔스 은행이고 두 번째가 모리셔스텔레콤이다. 차이나 타운도 있다. 시내에서 약 1시간 걸어 오르면 812m 르푸스(Le Pouce)산 전망대에서 포트 루이스와 북쪽지역이 잘 보인다. 시내 워터프런트는 미니 유럽 도시 같다. 그러나, 이 근처 식당 등은 관광객 상대라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싸다. 즉석에서 짠 사탕수수 음료도 재래시장보다 워터프런트 등에서는 3배 비싸다. 일본인들은 십수년 전 벌써 거쳐갔고 마주치는 동양인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한국 관광객 덕분에 한국식당도 보인다. 모리셔스에도 KFC점포가 20곳이나 있다.
다른 주요 도시들도 다 북쪽에 있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작가 마크 트웨인이 여기를 여행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포트루이스 근처와 동쪽에 휴양하기 좋은 여러 국제 등급의 분위기 좋은 리조트와 빌라가 있다. 그랜드베이(Grand Bay)엔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상점, 식당, 술집, 나이트클럽 등이 몰려있다. 모카마운틴(MokaMountains)에서는사륜구동이나 말을 타고 약 450만평의 국립공원에서 사자, 치타와 얼룩말 등 사파리 관광도 가능하다. 아프리카 원산지로 껍질의 섬유질로 밧줄과 의류를 만드는 바오밥 나무도 보인다.
남쪽 해안은 검은 화산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동쪽 해안은 깨끗하고 아름답다. 블루베이(Blue Bay)는 파란 바닷물과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주말에는 주민과 관광객으로 바글거리니 한가한 주중이 편하다. 인도양 한복판이니 참치, 가다랑어, 상어 등 큰물고기들이 쉽게 잡힌다. 암초와 수백 년 전 침몰한 범선 등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도 눈을 호강시킨다. 11월부터 4월 물속이 가장 맑다. 최근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스쿠버다이버들이 작살로 물고기를 싹쓸이해 원주민과 마찰하는 꼴도 없다. 자연을 지키고 다 같이 공존하려면 먼저 기본적인 개념이 필요하다.
모리셔스의 풍광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닷속 폭포(Underwater Waterfall)’다. 모리셔스는 지질학적으로 최근에 형성된 대륙붕 위에 있는데, 모리셔스 섬 주변의 수심은 200m를 넘지 않다가 이 대륙붕을 넘어서면서 1,000m로 갑자기 푹 꺼진다. 이때 모리셔스 섬 주변의 모래가 해류에 의해 바닷속으로 밀려들어가며 폭포처럼 보여 단순한 침식 작용이 만들어낸 신기한 광경이다.
쇼핑은 제품이 다양하지도 않고 가격도 유럽과 비슷하고 잘 깎아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탕수수재배를 한 덕에 설탕 품질이 아주 좋다. 모두 영국과 프랑스로 수출돼 2차 가공 후 유명상표를 달고 고가에 팔린다. 여기선 각설탕 제품과 럼(Rum)주가 유명하다. 다른 나라와 달리 설탕제조 후 남는 찌꺼기가 아닌사탕수수로 바로 제조해 맛이 좋은 럼주가 있다. 그 중샤마렐(Chamarel)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대표 럼주다. 병과 상표 디자인도 세련됐다. 바닐라맛, 커피맛 등 다양한 럼주에 각설탕을 넣어 마시면 훨씬 부드럽다. 럼주에 코코넛 물, 콜라, 얼음과 라임 한 조각을 넣어 칵테일로 마셔도 풍미가 있다. 인기 있는 피닉스 맥주(Phoenix Beer)는 동네 가게 등이 싸다.
모리셔스 음식은 샤프론, 계피, 바질, 백리향, 커리 등등 많은 향신료와 식자재들이 수세기 동안 프랑스,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 다양한 요리법을 거쳐 독특하다. 특히 인도에서 건너온 녹두나 렌틸콩으로 만든 달(Dal)과 돌 푸리(Dhollpuri), 로티(Roti)는 값싸고 대중적이다. 비라니(Biryani), 고추빵 인디언 마쌀라바다이(Indian Masala Vadai), 채소고기튀김 사모사(Samosa) 등도 입맛에 맞다. 강황, 커리는 육류용, 해물용, 채소용 등 수백 종류로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 덥고 습한 기온에서 음식의 변질도 막고 맛의 풍미도 살려주지만, 뇌에도 좋아 평생을 먹는 인도사람들은 치매에 거의 안 걸린단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생활 수준이 높고 성공적으로 발전한 나라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이며 학생들은 교통비까지 지원받는다. 아프리카대륙 대다수 국가와는 달리 정치도 부폐없이 안정되어 있다. 그러니, 국민은 목소리 높여 촛불 들고 거리로 나올 이유도 없다. 큰 행사로 해마다 4월~11월사이 200년이 넘은 역사의 챔프드마(Champ de Mars) 경마대회에는 하루에도 3만여명이 몰린다. 경마는 떠들썩하니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큰 볼거리 중 하나다. 그러나, 비선실세 딸이 승마로 명문대학을 부정 입학한 후진국형 사건은 찾아 볼 수 없다.
사람과 만나면 악수를 하거나 친하면 ‘봉주르’하고 포옹 후 양 볼에 키스를 한다. 인도인을 만나면 두 손을 모아 고개숙이며 ‘나마스떼’ 한다. 손님은 항상 환영받고 자기 집에 온 손님에게 음식과 음료를 극진히 대접하고, 손님은 주는 대로 맛있게 다 먹는 게 예의다. 식사 시 인도식은 오른손가락으로 음식을 비벼 집어먹고, 보통은 포크와 스푼으로 먹는다. 모스크를 방문할 땐 남자는 긴 바지, 여자는 긴 치마를 입고 머리를 스카프로 가리고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기후는 열대 해양성기후. 포트루이스의 7월 평균기온 20℃, 1월 평균기온 26℃로 타 아열대지역에 비해 쾌적하다. 우기인 1월~3월이후엔 높은 하늘, 강한 태양, 그리고 건조하고 화창한 여름 날씨다. 공기가 맑다 보니 아침 6시에도 햇볕이 강렬해 모자와 선크림이 꼭 필요하다. 소나기가 그친 후에 선명한 무지개가 자주 보인다. 치안은 좋은 편인데 어디서나 밤에 돌아다니거나 불법 택시를 조심하는 건 상식이다.
인천서 홍콩까지 4시간. 홍콩에서 에어모리셔스(MAU)를 타고 9시간 반 후 익일 아침 7시 포트 루이스 SSR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싱가폴, 말레이시아 경유 등 노선이 여러 개 있다. 환전은 공항이나 시내나 비슷하고, 30 MUR(모리셔티안루피) = U$ 1다. 시차는 모리셔스 오후 2시 = 한국 오후 7시로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16일 무비자 체류가능.
2011년 영국 가디언지는 미국 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모리셔스의 기적(The Mauritius miracle)’을 기사로 다뤘다. 천연자원도 없고 인도양 외딴 조그만 섬나라가 완벽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80% 가까이가 부동산 거품 없이 자기 집을 소유하고 사회보장 제도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가상의 적을 만드는 국방비 지출은 낭비라며 그 예산을 국민복지로 돌렸다. 50여년전 사탕수수만 경작하던 조그만 섬나라는 알찬 내실로 2012년 세계민주주의 지수 18위로 대한민국보다 우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70년대초부터 모리셔스의 디에고 가르시아와 카고스 제도 주민을 강제로 추방하고 여기를 불법 비밀 군사기지로 사용하며 UN 및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이다. 두 나라는 모리셔스 공화국의 합법적 소유권을 인정하고 지난 수십 년간 불법점유를 사과하고 불법 점유비용을 지불하고 빨리 철수해야 한다.
2015년부터 모리셔스공화국 최초의 여성 과학자이자 여성 대통령은 아프리카 풍토병 및 난치병 치료제 연구로 여성과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을 받은 아미나구립 파킴(AmeenahGurib-Faki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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