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독서토론은 왜 수다가 될까 – 1
박수희
< 사진 출처 : 티스토리 블로그 >
우리나라에 토론이라는 단어를 보편화하는 데 기여한 것이 바로 독서 토론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독서 토론은 누구나 부담 없이 토론에 입문하는 국민토론으로서의 순기능과 아울러, 여럿이 돌아가면서 자기의 느낌이나 주관을 설명하는 것이 곧 토론이라는 오해를 심어주는 역할도 한 것 같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감상을 나누면서, 한 권의 책에 반드시 하나의 울림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분명 독서토론의 큰 묘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서로 감상을 나누는 것이 수다가 되고 때로 걷잡을 수 없이 범위를 넘나들 때,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데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독서토론이 감상을 나누는 좁은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독서 토론 교육의 부재 때문이다. 책을 읽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데 비해 독서 토론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후 활동은 독서 태도와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 체계화된 독서 토론 교육은 질 높은 독서 습관을 함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독서토론 교육이다.
둘째, 근거의 부재 때문이다. 토론은 질문과 반론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독서 토론에서 내 주장의 근거는 해당 텍스트가 되어야 한다. 만약 ‘그것은 검다’라고 쓴 문장을 읽으면서 뭔가를 느낀 것이 있다면, 그 근거는 반드시 해당 책 속의 어느 부분 때문이라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주로 이 부분에서 개인의 지식이나 경험담 또는 공유되지 않은 텍스트 등에서 근거를 끌어오기 때문에 수다가 된다.
셋째, 토론 주재자의 부재 때문이다. 토론 주재자는 적절한 질문과 규칙에 따른 부드러운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 토론에서 대부분은 발제자가 대표로 책의 내용에 대해 다루고 싶은 내용을 발제하고, 그에 대한 지식과 소감을 곁들여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럴 경우, 발제의 질도 중요하지만 발제자 외에 책을 꼼꼼히 읽지 않게 되기도 한다. 또 발제자의 주장이 먼저 강하게 제시되다 보니 반론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넷째, 질문의 부재 때문이다. 우리는 습관처럼 책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 한다. 좋은 책들은 교훈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문제는 텍스트에 대한 지나친 주관화이고, 통제 가능한 토론 규칙의 필요성을 간과하거나 모르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이상 독서토론이 수다가 되는 대표적인 몇 가지 경우를 들어 보았다. 내 세계관과 시야의 확장을 위해, 좁은 인지편향의 굴레를 벗기 위해, 그런 내면의 균열을 기꺼워하는 경험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 독서라니, 독서토론은 이제 가벼움을 벗어나 좀 더 본질적인 경험이 되게 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도 독서 토론이 읽은 책 목록의 과시를 위해서라거나, 친목 도모를 위해서라거나, 내가 가진 인지편향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서점가는 그 어느 때 보다 불황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책을 즐기는 방법을 몰라서 아닐까? 책을 팔기 이전에 책 읽는 방법, 제대로 토론하는 방법을 먼저 팔면 어떨까?
다음 번엔, 제대로 된 독서토론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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