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5월은 노무현의 달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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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무현이란 얼굴을 알게 된 건 외국에 있을 때였다. TV 뉴스에서 ‘신기하게도’ 잠깐 한국 소식을 전하는데 당시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에게 질문하던 그의 모습이었다. 그리곤 2002년 말 대선후보 TV토론 때 이회창 등 타 후보가 보인 비웃음과 선거 전날 밤 정몽준 집 앞에서 발길을 돌리던 그의 모습에 나는 지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2002년, ‘낡은 정치 청산론’을 들고나온 노풍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16대 대선에서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
조중동의 1면 기사는 언제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앞뒤로 잘라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것이었다. 각 무리는 매일 대통령을 물어뜯기 바빴고 모든 부정적 결과를 그의 탓으로 돌렸다. 매춘부들과 식당업주들까지 솥뚜껑을 들고나와 못살겠다며 그를 비난했다. 가난한 배경의 상고 출신 대통령, 이 사실만으로 가문과 학벌로 평가하는 한국사회에서 대통령 노무현을 무시하거나 싫어하거나 자들이 많았다. 기득권세력들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익과 인연으로 어우렁더우렁 칡넝쿨같이 엮인 구정물에 갑자기 굴러들어 온 모난 짱돌이 영 못마땅했다.
방송속보를 보고 알았다. 담담하게 노 대통령의 서거를 발표하던 문재인 실장의 표정. 서울시청 대한문 앞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급조한 영정사진에 조문했다. 모양새를 갖추려던 약식 천막은 경찰들에 의해 강제로 철거되고 그나마 늦게 도착한 시민들은 빽빽이 둘러친 경찰 버스 때문에 이동하기도 힘들었다. 모두 과연 자살이 사실일까 혼란스러웠고 주저앉아 우는 사람들과 새벽까지 조문 행렬들은 이어져 분향 객은 49재 전까지 100만 명을 넘었다. 강남을 비롯해 전국의 시민 분향소가 분향 객들을 맞았고 애도의 쪽지, 적극적인 의사 표현의 대자보, 피켓과 노란 리본들이 주위를 뒤덮고 경찰들은 조여오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의 영결식 아침 광화문 입구에서 남대문까지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 인파의 노란 물결로 가득히 메워졌다. 난 출장에서 오자마자 시청 앞에서 시민들에게 종이 모자와 음료수 등을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했다. 전광판으로 영결식장이 생중계됐고 이명박이 나오자 사방에서 야유와 욕이 들렸고 일부는 고개를 돌렸다. 대나무는 흉기라며 만장 깃대는 플라스틱만 허용했고 경찰들은 안전을 이유로 그마저 통제했다. 노제 인파는 경찰추산 13만 명이 넘었다. 그때까지도 언론에서는 ‘사망’과 ‘서거’가 같이 언급되었다. 독재자로 여대생 옆에 끼고 양주 마시다 총 맞아 죽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청 앞에서 노제를 지내고 떠나는 운구 행렬 뒤로 많은 추모 객들이 뒤따랐고 서울역 앞쯤이었나 상주 노건호 씨가 가서 부탁한 뒤에도 앞길을 막은 경찰의 봉쇄는 한동안 풀리지 않았다. 난 일부 시민들과 시청 앞으로 되돌아와 쓰레기 등 뒷정리를 했다. 방송차 위에서 중계하던 여 아나운서가 흐느끼던 모습,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치던 경찰 간부와 경찰, 눈물을 흘리며 촬영하던 카메라맨과 기자, 서로 손잡고 울던 수녀님들이 기억난다. 맑은 그 날 아침 시청 앞 하늘에 한동안 무지개가 걸렸다.
“더 이상 정치사찰은 없을 것입니다. 표적 수사도 없을 것입니다. 도청도 물론 없을 것입니다.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세무사찰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 권력을 위한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한 봉사기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2003년 4월 2일 임시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국정연설 한 대목을 들으면 그는 우리에게 과분한 존재였다.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놔놓고 나 국방 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까?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2006년 12월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문제’에 관한 유명한 연설이다.
노무현재단은 5월 1일 ‘대통령 사저 특별관람’ 행사로 서거하기 전까지 1년 3개월 동안 지냈던 봉하마을 사저를 일반에 공개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의 사저는 노 대통령이 퇴임 당시 수구세력이 거품을 물고 떠들던 아방궁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공간이었다. 주간조선은 ‘92년 120만 원짜리 2인용을 호화요트로 왜곡해 법원으로부터 2,000만 원 명예훼손 판결도 받은 건 한 예다. 우리는 수구 언론과 기득세력에 의해 난도질 당해 희생당한 한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5월 한 달간 노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서울과 비롯해 전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서울에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지하 서울메트로미술관 1관에서 추모전시회가 열린다.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어린이 정책과 성과 등 관련 콘텐츠가 전시된다. 특히 어린이날과 7~8일에는 명계남 배우, 도종환 국회의원,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가 일일 도우미로 참여해 전시 해설과 특강을 진행한다.
8일은 ‘깨어있는 시민 남산 둘레길 걷기’ 행사가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 이호철 전 참여정부 민정수석, 웃음 강사 박재준이 함께한다. 14일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 토크 콘서트가 있다. 평론가 진중권의 사회로 은수미, 김광진 의원의 ‘시민의 참여와 민주주의 주제’ 토크 1마당,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와 김경수 김해시 당선자의 ‘깨어있는 시민은’ 토크 2마당, 가수 이상은과 이한철의 공연도 마련됐다.
봉하의 5월 행사는 더욱 다양하다. 어린이날, 그리고 매 주말에는 ‘봉하야 놀자’라는 주제로 다양한 생태체험 행사가 열린다. 사저 특별관람은 매 주말 오전 11시, 오후 1시30분, 오후 3시 등 매일 세 차례로 나누어 사전 예약한 관람객과 현장신청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사저 관람 및 해설이 이뤄진다. 특별관람은 주말 안내해설 프로그램 중 하나로 관람객들은 사저관람을 마치고 이어 봉하마을을 돌며 전반적인 설명을 들은 뒤 묘역에서 단체 참배의 시간을 갖는다.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대상 각종 생태체험 행사를 가진다. 친환경 차밭체험, 가족화분 만들기 등 우리 가족 텃밭교실, 논생물 관찰과 미꾸라지 잡기 행사가 예정이다. 외에 봉하마을 일원에서 숲늪들체험, 봉하놀이터, 봉하그리기 대회가 마련됐다.
사저 앞 추모의 집에서는 5월 한 달 동안 ‘노무현의 시대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시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5월 19일 저녁 7시에는 ‘김제동 봉하특강’을 준비했다. 생태문화공원 잔디밭에서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로 대통령을 기억하며 민주주의와 시민, 사람에 대한 강연을 가질 예정이다.
노무현재단의 각 지역위원회가 준비하는 전국의 지역행사도 풍성하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노랑콘서트가 21일 오후 6시 부산 시민공원에서 열린다. 이은미, 십센치, 이한철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또 광주에서는 ‘소통의 기억, 보관, 연결’이라는 주제로 전시회 예정. 이밖에 대전-세종-충남, 대구-경북, 울산, 전남, 전북 지역위원회 주최의 추모콘서트와 사진전시회가 진행된다. 해외 LA에서도 추도식과 명사특강이 준비된다.
노무현 대통령 7주기 공식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에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잔디밭 공연장에서 엄수된다. 시민, 재단 회원, 주요정당 관계자, 재단 임원, 참여정부 인사 등이 참여한다. 공식 추도사와 재단의 첫 후원회원의 추도사, 유족대표 인사말, 그리고 추모공연이 약 1시간가량 이어진다. 참석자를 위한 봉하열차는 오전 7시 20분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새마을호로 영등포, 수원, 천안, 대전에 정차한다. 상행선은 오후 5시에 진영역을 출발한다.
봉하마을은 추모방문객을 위한 점심도 제공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방앗간 마당에서 진행되며 약 1,300여 명 분이 준비된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했으니 많은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장폐수로 오염된 화포천을 살리기 위해 봉하마을 주민 및 지지자들과 함께 직접 쓰레기를 주우며 정화를 위해 노력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나 불법낚시 근절을 위해 ‘화포천 지킴이’를 만들어 관리했다. 그 결과 되살아난 화포천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로 완전히 탈바꿈해 2009년 국토해양부로부터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됐다. 또 멸종위기의 동•식물을 포함해 600여 종의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학습의 장이 되었다. 훗날 이곳에 국내에선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황새가 일본 도요오카시에서 건너와 정착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친환경 오리농법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전수해 현재 거의 모든 봉하마을 주민들은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장군차를 마을의 특산물로 만들었고, 일주일에 6일은 시간을 정해 전국에서 오는 관광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근황을 전하거나 즉석에서 노래를 열창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 퇴임 대통령이 이렇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퇴임한 대통령이 자전거 타는 모습이나 밀짚모자를 쓰고 방문객과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 등이 자주 방송과 언론을 탔다. 퇴임 후 고향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퇴임 대통령의 새로운 모델이 신선했다. 노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은 한해 70여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노무현은 1946년 9월 1일 경남 김해시에서 태어나 2009년 5월 23일 62세로 서거했다. 1975년 30세에 제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와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1988년부터 선거에 7번 나왔지만 단 3번만 당선됐고 그 중 마지막은 2002년 제 16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였다. 최초로 사병 출신 대통령이었고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직 재임 중 탄핵 소추 당했지만, 다시 대통령 직무에 복귀했다. 국내 정치인 중 최초로 팬클럽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기 내내 부동산 시장과 증시가 활황을 보였고 경제성장률은 4.42%로 OECD 평균성장률을 웃돌았다. 참고로 이명박 2.9%와 박근혜 2.6%다.
해마다 5월이면 전국 각지와 외국에서 노무현 대통령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이제는 추모보다는 우리 모두 노무현 정신을 계승해 진정한 ‘사람 사는 세상’의 기초를 다질 때가 아닐까 싶다. 기득세력이 아닌 정의가 이기는 친일파가 청산된 사회가 사람 사는 세상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 관련 기사에 달린 한 누리꾼의 댓글이다. ‘퇴임 이후 서거하시기 전까지 1년 3개월 동안 노무현 대통령 살해할 시나리오 짠 연놈들 반드시 복수할 거다.’
노무현재단 www.knowhow.or.k
봉화장터 http://bongh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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