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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이리 이리 만 (Iree Iree Man), 킹스턴

(36) 이리 이리 만 (Iree Iree Man), 킹스턴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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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한겨울인데 킹스턴 공항에 내리니 카리브 특유의 청량한 햇살에 눈이 부시다. 단지 너무 강렬한 게 마음에 좀 걸렸다. 야외촬영을 위해선 너무 강한 광선보다는 구름이 적당히 있는 게 좋기 때문이다. 봄 신상품 상업광고 촬영지로 여기까지 왔으니 날씨가 잘 받쳐주고 일정대로 진행만 매끄럽게 된다면 웃으면서 떠날 수 있다. 앞으로 2주간은 비 예보가 없었다는 가이드의 말에 카페 테라스 뒤로 보이는 킹스턴 거리는 카리브 특유의 원색 생동감이 넘실거린다.

자메이카는 쿠바 밑과 아이티 왼쪽에 있는 섬나라다. 카리브 해의 관광산업이 왕관이라 칭한다면 자메이카는 왕관 꼭대기에 달린 가장 큰 보석이다. 바다낚시, 스쿠버다이빙, 래프팅, 하이킹 등 움직이는 해양 스포츠와 야외 활동의 천국이다. 호텔 밖으로 나서며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가장 높은 블루 마운틴 정상을 향해 하이킹도 갈 수 있다. 해안을 벗어나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대서양의 바닷속은 생각보다 잔잔하고 무지개 빛깔 물고기들은 지천으로 널려있다.

폴 클래이머(Paul Clammer)란 작가는 ‘내가 자메이카에 대해 아는 거라야 70년대 말 일어난 내전이나 밥 말리(Bob Marley)의 마지막 음반이 전부였다. 그러나, 댄스홀이 즐비한 자메이카의 킹스턴 거리를 걸으면서 가슴 깊이 전달되는 특별한 묵직한 리듬과 역동하는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느꼈다. 정글 속의 폭포들, 부드러운 럼주와 매콤한 자메이카 명물 치킨 요리 등은 내 오감을 순식간에 잡아챘다’고 “왜 나는 자메이카를 사랑하나(Why I love Jamaica)”에서 밝혔다.

수도 킹스턴(Kingston)은 섬의 동남쪽 해안에 있다. 정치와 경제의 중심이자 영화, 음악과 예술도 같이 박동치는 문화의 심장이다. 카리브 바다와 2,100m가 넘는 블루 마운틴이 공존하는 이곳은 백만여 명이 활기차게 생활하는 카리브 해에서 몇 안 되는 큰 도시이다. 시는 기존의 ‘다운타운’과 ‘뉴 킹스턴(‘New Kingston)’으로 개발된 ‘업타운’으로 나뉘어 있다. 시내를 돌다 보면 개신교도들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인지 성공회, 오순절, 안식일, 침례파, 여호와의 증인 등 다양한 건축양식과 아프리카 특유의 종교적 신비주의자들 라스타파리안(Rastafarian)교회가 보인다. 가톨릭 성당, 유대교 예배당, 이슬람 모스크와 불교 사찰 등 다양한 종교 색깔이 충돌 없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섬 밖의 대부분 지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적 갈등과 대비된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천연 항인 킹스턴 부두는 길이가 16킬로나 된다. 여기에 각종 이벤트, 행사, 결혼식으로 다양한 인종들이 일 년 내내 북적이는 그랜드 포트 로열 호텔 마리나 앤 스파(Grand Port Royal Hotel Marina & Spa)가 있다. 이십만 원이면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등 각종 영화의 배경으로 명성을 얻은 이 그림엽서의 배경 같은 곳에서 둘이 하룻밤 뒹굴 수 있다. 앞바다는 포트 로열(Port Royal)이다. 바다 밑은 17세기 악명 높던 해적들의 피난처였다. 1692년 지진과 거대한 해일이 몰아쳐 2,0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도시의 반이 물에 잠겼단다. 해적들이 약탈해 모았던 많은 금은보화도 이때 바닷속으로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도 보물 사냥꾼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와 저마다 부푼 꿈에 벌써 흥청거린다.

음악이란 자메이카인들에게 삶 그 자체다. 밥 말리(Bob Marley)는 세계가 낳은 자메이카의 보석이다. 이 작은 섬나라에서 가수 겸 작곡가인 그가 세계적인 음악가로 빛낼 수 있던 것은 서아프리카 선조 특유의 리듬과 흑인의 천부적 음악적 재능이 더해진 것 아닐까 싶다. 밥 말리 박물관은 레게의 전설인 그를 기리는 곳으로 가구, 의상, 기타 등 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사회정치적인 영향력이 있어 인류평화를 위해 많이 노력한 덕에 1981년 4월 자메이카 정부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으나, 한 달 후 부인과 세 아들을 남기고 36세로 요절했다. 박물관은 그가 암으로 죽기 전까지 살던 집이자 음악 작업을 했던 스튜디오로 정신 나간 암살미수범이 쏜 총알 자국도 뚜렷이 남아있다.

데본 하우스(Devon House)는 자메이카에서 흑인 최초로 억만장자가 된 조지 치벨(George Stiebel)이 지은 대표적 건축물이다. 분위기와 디자인 등 19세기 유럽양식을 본떴다. 더위 먹거나 체했을 때 효과 있는 타마린드 주스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소문난 유명한 자메이카산 블루마운틴 커피도 적당한 가격에 사고 음미할 수 있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도 있다. 여왕에 충성해 자메이카를 대영제국의 식민지로 만드는 데 일조한 한 리처드 홉에서 이름을 딴 홉 보타니칼 가든(Hope Botanical Gardens)은 카리브 해에서 가장 큰 식물원으로 홉 동물원과 같이 있다.

자메이카의 음식은 서아프리카 전통 양념과 카리브 고유의 맛이 뒤섞여 마치 구세계와 신세계 두 곳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 같다. 적(jerk)은 특별한 매운 양념에 저민 닭고기다. 생선과 쌀, 얌 등과 같이 먹으면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코코넛, 사탕수수, 과일 등 모든 것으로 시원한 주스를 만들어 낸다. 지는 석양과 럼주 한 잔은 리듬에 맞춘 무희들이 붉은 구름 위에서 전신을 흔들어 대는 것 같다. 나무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열대과일들과 맛깔 난 음식, 음악과 포도주는 마음마져 취하게 한다.

미국의 영향으로 호텔, 식당 등은 팁 10%~15%를 따로 줘야 한다. 그러나 요즘엔 안 받는 호텔이나 택시도 늘어난다. 식대 U$4~, 택시 US$2~, 호텔 U$50~ 등으로 예상하면 쉽다. 킹스턴 외 가 볼 만한 곳은 스페인어로 ‘8개의 강’이란 뜻인 오초 리오스(Ocho Rios),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5위인 네그릴 해변(Negril Beach), 몬테고베이(Montego Bay), 그리고 북동해안 자메이카에서 3번째로 큰 항구도시인 포트 안토니오(Port Antonio)가 있다.

자메이카는 인구 3백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영국식 크리켓, 미국식 야구와 권투, 유럽식 축구로 열광하는 카리브 해의 붉은 정열의 화산이다.

2012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 금메달 쉘리 앤 프레이저 (Shelly-Ann Fraser)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 올림픽 금메달 6관왕인 우사인 볼트(Usain Bolt)가 태어나서 먹고 자란 곳이다. 작년 4월, 카리브 공동체 정상회의로 킹스턴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웨스트 인디 대학(the University of the West Indies) 강당에서 볼트 특유의 우승 자세를 볼트와 함께 취해 카리브 해 국민을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좋은 지도자는 인상 쓰고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협박하지 않고 국민이 편안하게 미소 짓게 해주는 사람이다.

지구상의 인구 1백만 명 이상 대도시들은 대부분 범죄율이 높다. 킹스턴도 비켜날 수는 없어 살인율이 꽤 높다. 중미대륙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살인율이 높은 곳이다. 특히 밀매된 총기가 많아 총기 살인율은 2012년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국가다. 시장, 길거리에서 외국인들 대상으로 강절도, 현금, 금품갈취가 빈번하고 우범지역에서는 돈을 노린 납치도 발생한다. 경제 악화, 실업률 증가, 마약 유통 등으로 치안이 불안해 백인, 동양인 등 외국인의 경우 위험 대낮에 단체 차량으로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고, 우범 지역출입, 야간 단독행동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지카(Zika) 바이러스, 뎅기(Dengue) 열병과 세균성 소화기 질환을 조심하자. 수질은 좋아 수인성 전염병은 걱정 없다.

자메이카는 흑인계가 90%로 주류고 그 외 백인계, 인도계, 중국계 등 다양한 혼혈도 많아 인종차별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자메이카인들은 개방적이라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자메이카는 카리브 해 연안국가 중에서 쿠바 섬과 히스파니올라 섬에 이어 3번째로 큰 섬이다. 그리고 영연방이었기에 카리브에서 드물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그러나, 파투아(Patois)라는 자메이칸 영어는 변형된 영어를 사용해 처음 한동안은 알아먹기 힘들다. Jamaica man을 우리는 자메이카 맨로 발음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자마이카 만으로 말하는 건 쉬운 예다. 보통 ‘아기’를 바비 마따(Baby madda), ‘I want that’을 아이-만 완 닷(I-man waan dat), ‘좋아’는 이리(Iree) 등이다. 그런데, 몇 일 같이 어울리며 따라 하다 보니 희한하게도 내 혀에도 착 감긴다.

내가 호주에서 처음 아가씨랑 극장에서 본 영화가 ‘Planes, Trains & Automobiles’였다. 스티브 마틴과 존 캔디가 주연한 1987년 작 코미디 영화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국내 제목은 비행기, 기차 다 빼고 그냥 ‘자동차 대소동’이다.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1994년 심장마비로 죽은 존 캔디를 한국사람들은 종종 미국 배우인 잭 블랙과 혼동한다. 어쨌든 ‘자동차 대소동’에서 두 주인공이 모텔 방 냉장고 위의 술을 꺼내 마시며 자메이카 발음을 흉내 낸다. ‘난 자마이카로 갈려(Me, I’m going back to, uh, Jamaica), 자마이카, 친구, 자마이카로 가자. 럼주나 마시자(Jamaica, man. Go to Jamaica. Have some rum, man). 그래, 좋아 좋아 친구(Dig it. Iree, iree, man)

주민들의 맑은 미소, 아프리카색채의 축제들, 끝없이 이어지는 해변, 중독성 강한 적요리, 자메이카의 레게(Reggae), 영원한 우상 밥 말리, 봅슬레이팀 실화영화 쿨러닝(Cool Runnings),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 우사인 볼트, 검정 녹색 노란색이 교차한 국기.. 자메이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처음 자메이카를 갔다 온 후 난 자메이카에 빠져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킹스턴 해변 근처에 조그만 선술집을 운영하면서 중고 요트를 사다 쉬엄쉬엄 수리해 카리브 섬나라들을 여행해 하나하나 돌아보자 계획했다. 그런데 그놈의 “여유’는 도대체 언제나 생기려나.

대한민국 여권은 90일 무비자
비행| 뉴욕, 밴쿠버, 마이애미 등 경유(약 2일 소요)
면적| 10,991㎢(제주도의 약 6배)
시차| -14시간(한국보다 하루 느림)
인구| 295만 명(2013년)
언어| 영어, 파투아(Patois)
날씨| 평균 섭씨 24~28도.
환율| J$(자메이카달러) 121 = U$ 1 (2016년 2월 현재). U$를 같이 사용.
정보| www.visitjamaica.com

*해외에 비상사태가 생기면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운영하는 영사콜센터를 참고하자.
www.0404.go.kr, 무료전화 +800-2100-0404, 앱도 있다.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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