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국가균형발전선언 12주년을 기념하며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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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 대한민국 헌법 제 123조 2항.
2016년 1월 29일, 국가균형발전선언 12주년을 기념 행사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렸다.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기념식과 심포지엄으로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자치단체장과 학술심포지엄 참가자 및 주요 내빈, 사람사는세상 회원 등 400여 명이 함께했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백지화 위기 등 진통이 있었지만 90% 가까운 국가기관이 이전하면서 세종시가 기틀을 잡았다. 앞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정비하는 등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은 한 정권의 운명을 건 대모험이었다. 백척간두에서 이 일을 추진한 지도자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은 축사에서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가 다음 정부에도 계속해서 살아있었다면 양극화가 해소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미래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국가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삶의 질이 중요하다. 도시가 인구수나 규모로 경쟁하던 시대는 갔다. 서울시는 한국전쟁 이후 건설된 많은 사회적 기반시설이 50년 이상 되어 교체해야 할 노후하수관이 전체의 30%나 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런데 보수정부 들어 서울의 재정자립도가 90%에서 80%로 떨어졌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형평성에 있어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큰 틀을 고치고 나면 정책이 뒤따라가야 하는데, 요즘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공동체’다. 삶의 질을 공동체가 채워주는 ‘상생공동체’가 중요하다. 지역 없는 도시, 농촌 없는 도시 있을 수 없다. 모든 도시가 서울을 닮을 수 없듯, 서울도 각 구마다 다른 발전의 길이 있다. 지방분권, 균형발전의 핵심은 정체성에 맞는 내용물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시를 방문한 스웨덴의 페르손 전 총리가 ‘온 국민에게 해당하는 복지비용을 지방정부에 부과하지 말라’고 했는데, 깊이 공감한다.”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꿈과 애정이 서린 세종시에서 국가균형발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귀한 자리다. 지방분권이 오히려 중앙집권으로 회기하는 이때, 지방 분권과 분산을 위한 협업이 더 가열차게 진행돼야 한다. 기운이 전국으로 나눠지면 좋은 것이다. 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세종시를 좋은 곳으로 만들어 참여정부의 선택이 옳았다는 본보기가 되겠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필두로 아직도 살아남아 발현되고 있다. 제도를 먼저 만들고 구체적 실천의지가 있었던 점에서 과거 정부와는 달랐다. 따라서 제도화를 통해 지방분권운동을 펼쳐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화 시대, 분권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 지역으로 발전시켜 그 지역주민의 수요에 맞게 특성을 살려나가야 한다. 세종시를 세종시답게 만들기 위한 계속해 나갈 것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는 ‘지방’이라는 단어를 조례에서 다 뺐고 분권이라는 단어도 가능한 쓰지 않고, 대신 ‘지역주권’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기조 아래 균형발전의 나머지 세세한 부분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강원도는 기업·혁신 도시와 귀농귀촌 인구로 해마다 인구가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균형발전의 핵심이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자리, 주택, 교육이다. 강원도는 효도주택과 도립대학 등록금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 할 걸로 생각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평화와 번영의 돌파구가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거창한 제도와 정책보다 땅 위의 평범한 사람이 꿈을 갖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균형발전선언의 철학이 ‘공정한 기회 보장’이라는 시대정신으로 발전하길 원한다. 우리가 이룰 균형발전은 땅과 물질만이 아닌, 기회의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은 전원생활을,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도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균등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 불공정 구조가 지속하는 한, 균형발전 정책이 미래로 가기 어렵다. 참여정부는 시대적 의무를 다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오늘의 과제를 철저히 재정비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 관 주도형 규제 정책으로는 안 된다. 균형발전 철학의 목표와 정책을 시장친화형, 세계화 눈높이로 바꿔야 한다. 신균형발전전략을 펼쳐서 수도권 불이익을 해소하고 지역의 경쟁력도 높이는 방법을 중앙정부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술심포지엄은 2004년 국가균형발전 선언 이후 혁신도시를 비롯한 주요 추진분야의 성과와 미래 과제를 짚어보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균형발전정책의 흐름을 크게 조망한 2세션은 유재일 대전발전연구원장이 사회를, 김수현 서울연구원 원장과 이상선 균형발전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첫 발제에 나선 홍성호 충북발전원 연구위원은 “혁신도시는 국토균형발전의 시대정신이 얽혀있는 유기체인 동시에 발전 지역의 꿈을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했던 지역사회의 염원이 담긴 장소”라며 “현재 1단계인 이전 공공기관 정착 단계에서 산·학·연 정착단계인 2단계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5년 정도 늦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성과로는 2013년을 전후해 혁신도시 전체 인구가 7만 명 이상 증가한 것과 2015년에 12.7%까지 상승한 지역인재 채용률 등을 꼽았다. 다만 “개발 위주의 자본 중심 도시화가 우려되고 인접 지역과 경제·문화·정치적으로 분리된 이중 도시 구조가 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혜란 대전발전연구원 위원은 “참여정부를 계기로 지자체의 과학기술예산과 연구개발 인력이 증가하는 양적 확대가 나타났지만, 2009년 이후부터는 다시 수도권-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심화돼 지방이 기술혁신거점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성과가 늘지 않는 것은 현행 중앙정부 주도 시스템이 효율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타개책으로 중앙-지방 정부 파트너십 개선과 산·학·연 개별 주체가 시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지방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구축, 과학기술이 지역 주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방안을 제안했다.
김수현 원장은 “서울 인구가 곧 900만 선을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균형발전정책의 성과라기보다는 전세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젊은 층이 빠져나가는, 건강하지 않은 인구감소로 보인다. 한때는 서울 인구수가 우리나라 경쟁력의 상징인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개발주의 시대의 성장논리에서 벗어날 때다. 혁신도시를 바라볼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 차원에서 도시의 질적인 성장, 네트워크 성장, 연대의 성장을 고민할 시기”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이상선 대표는 “무엇보다 행정수도 건설계획이 정치적 논란으로 무산되고 변질되다 보니, 세종시조차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수도권 주변의 신도시와 다를 바 없어 보여 안타깝다. 균형발전정책, 혁신도시를 계획대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은 결국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가치를 정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통해 정책을 재구조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세션은 균형발전정책을 바라보는 각 지방정부의 눈높이와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시간엔 서울시가 2015년 지역상생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추진한 여타 지자체와 교류·연계협력사업 경험이 발표됐다. 정희윤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개 광역지자체 중심에서 벗어나 22개 기초지자체까지 교류협력 대상을 늘리고 사업 분야를 확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공무원 주도로 이루어져 민간참여가 부족하고, 개별사업과 정책이 지속성을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서울시는 앞으로 연계협력을 희망하는 지자체의 수요를 중심으로, 우수 사례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조례 제정 등 제도화를 통해 협력사업을 뒷받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진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자원의 수요관리와 효율적인 배분이 중요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급 확대에 치중하던 과거 개발시대 관념과 물은 공공재라는 명목을 내세워 중앙부처에서 수자원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하천을 직접 관리하는 지자체와 유역 주민들이 배제되어 있다. 중앙부처 내에서도 국토교통부, 환경부, 기상청, 농림수산부, 행자부, 국민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등 수개 부처에 물 관리 업무가 쪼개져 있어 중복투자와 비효율이 초래되고, 도·농간 불균형 현상과 각 자치단체와 주민들 사이에 물의 이용과 관리의무를 두고 심각한 갈등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 조직의 물 관리 기능을 유역 자치단체에 이양하고, 물 관리기능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현수 충남발전연구원장은 “금강에 큰빗이끼벌레가 출몰해서 충남도가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관리권이 수자원공사에 있다. 좋은 항구와 갯벌을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도 이미 화력발전소가 있고 한국전력이 관리해 통제권이 전혀 없는 형편”이라며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지방의 자원을 지역의 미래를 위해 활용하도록 권한을 주지 않으면 균형발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석 강원도지역분권추진위원장은 “중앙정부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17개 지방단체의 연대와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고루 잘 사는’ 혹은 ‘균형’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모든 지자체들의 요구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더불어’ 가는 방향으로, 각 지자체에 자기결정권을 돌려줌으로써 선택에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불균형 문제를 풀어야 국론분열과 지역주의에 갇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대통령이 정책을 선포 후 12년이 흐른 지금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이후 정권의 무관심과 사업 재검토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80%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지역발전의 거점을 짓는 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도시의 발전이 지역 주민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각 지역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시너지를 발휘하는지가 균형발전정책을 성패를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담은 가치를 다시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2008년 2월 참여정부 국가 균형발전위원회는 ‘혁신도시 건설은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기획한 정책이다. 혁신도시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국가균형발전에 있다. 따라서 향후 혁신도시를 둘러 싼 모든 정책은 혁신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의 촉매 역할을 원활히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혁신도시는 국민들이 경제와 산업과 삶의 형태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입니다.” – 2006년 2월 21일 노무현대통령의 혁신도시 건설 보고서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내용을 참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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