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그레이스 켈리가 선택한 모나코(Monaco)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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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때 즐겨 듣던 프랑스의 가요 샹송(Chanson)이 있었다. ‘Monaco, 28 degres a l’ombre(모나코, 28도의 그늘에서)’였는데 유명했던 Jean Francois Maurice(쟝 프랑수아 모리스)란 프랑스 남자가수가 불렀다. 지도를 찾아서 보니 프랑스와 이딸리아 옆에 붙어있는 동화 같은 곳 모나코를 언젠가 꼭 가봐야지 했다.
모나코(Monaco)는 크게 4구역으로 나뉜다. 두 번째로 유서 깊은 경작지였던 라 콩다민(La Condamine)은 재래시장과 요트계류장이 있다. 1866년 카지노와 고급호텔들로 계획된 몬테-깔러(Monte-Carlo)엔 화려한 라보떼 해변(Larvotto), 몬테 깔로 스포츠 클럽(Monte Carlo Sporting Club), 블랑흔 정원(Boulingrins Gardens) 등이 있다. 모나코 빌(Monaco-Ville) 언덕은 왕궁, 성당, 정원과 해양박물관(Oceanographic Museum) 등이 있고 ‘82년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곳이다. 퐁비에유(Fontvieille)는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 땅으로 새롭게 개발된 곳이다. 항구, F-1 스타디움, 경기장, 첨단 쇼핑몰과 친환경 산업지구가 들어섰다.
프랑스에서 버스를 통하는 게 좋다. 모나코에 들어서면 도로는 대부분 일방통행으로 절벽에 붙은 도로만 돌아 돌아가면 마을과 관광지가 나타난다. 왼쪽에 앉으면 계속 절벽만 보인다. 프랑스의 보호를 받아 군대는 없지만, 경찰은 인물 보고 뽑는지 다 조각 같은 미남미녀다. 지나가다 본 여경이 꽤 미인이기에 말을 걸며 혹시 어젯밤 꿈에서 만난 거 같다니까 깔깔 웃더니 명함을 달란다. 모나코는 걷든지 순환 버스를 타든지 어디든지 갈 수 있을 만한 크기다. 특히 모나코 빌에는 미니 노면전차가 있어 노약자들도 구경하기 편하다. 해양박물관 가는 언덕길엔 엘리베이터도 있으나 천천히 걸어 올라가도 그리 힘들지 않고 좌우로 나타나는 진짜 수채화처럼 색감 있는 경치가 좋다.
정오 직전에 하는 왕궁 근위병 교대식도 외국 관광객에겐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왕궁도 내부를 개방하는데 왕실이 휴가 떠나는 휴가철에만 가능하다. 재스민 향기가 나부끼는 에즈 빌리지(Eze Village)엔 유럽 고가상표제품상점들이 즐비하다. 대대로 쌓아놓은 재산이 많아 여유 있는 귀족들과 부호들의 휴양지로 알려져 그런지 도로와 해변 주차장엔 진귀한 명차와 최신형 고급 차들이 즐비하다. 기름 판 돈이 넘치는 중동 왕자들도 빠지지 않는다. 자동차 좋아하는 남자들은 한참을 서서 여기저기 “바라만” 보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또 지중해를 바라보는 절벽, 산허리와 해변에 즐비한 고급주택들도 방문자들의 눈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면 나중엔 갑자기 신경질 나니 참고하자.
유럽 특유의 지중해성 기후로 년 중 300일 이상 따사로운 햇살을 볼 수 있어 2층 관광버스가 편하다. 항해를 마치고 항구로 돌아와 막 닻을 접는 요트가 야외 카페의 포도주 잔에 담긴 포도주와 붉은 저녁노을 사이에 걸린다. 고급주택가격보다 더 비싼 많은 부호의 요트가 유럽의 세금을 피해 정박해 있다. 평균 섭씨 16도인 봄의 푸른 하늘엔 깨끗한 희색의 구름이 떠 있고, 햇살이 강한 여름에도 저녁엔 미풍이 불어 돌아다니기 편안하다. 가을도 섭씨 20도 정도라 해변에선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 해변 바닷물이 아주 깨끗하다. 겨울인 11~2월도 평균 9~14도 밤에만 쌀쌀한 정도다.
장수국가는 일본 오키나와, 마카오, 산 마리노, 안도라 등 면적과 인구가 적은 소국이다. 모나코는 세계적인 장수국가로도 유명하다. 스트레스 없이 살기 좋은 환경, 미남미녀경찰과 기후 때문인지 평균 수명이 89세다. 2015년 통계를 보면 남성은 85세, 여성은 93살까지 사는 게 보통이란다. 주민 중 47%는 프랑스계, 16%는 이딸리아계 외 나머지 21%다. 모나코 말을 쓰는 현지인 모네가스크(Monegasque)는 16%에 불과하다. 참 살기 좋은 나라인데 현지인과 결혼하기 전에는 모나코 여권을 갖기 힘들다.
현지인 집에 식사 초대받으면 조그만 선물을 잊지 말자. 보통 유럽인들은 꽃이나 포도주가 대부분이다. 난 출장 가면 보통 우리나라 전통수저 세트, 인삼 제품, 나전칠기 등을 선물로 준비해 간다. 유럽식 식사예절이 있다. 외국 관광객이란 걸 고려해도 깃이 있는 상의와 면바지 등은 기본이다. 정시 전에 도착하고 식사가 시작되면 냅킨은 무릎 위에, 왼손에 포크, 오른손엔 나이프를 잡자. 지중해 장수 국가답게 올리브유와 신선한 채소가 빠지지 않는다. 식사 중 사업, 돈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 스포츠 등이 좋고 다리를 떨거나 트림을 하면 욕먹는다.
우리에겐 한때 박주영 선수가 있어 더 익숙했던 세계적인 축구팀 AS Monaco FC와 여성 축구팀 OS Monaco 등을 프랑스 리그에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 세계 랭킹 91위의 국가대표 럭비팀도 운영한다. 모나코는 역시 돈이 많다. 모나코 국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기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 국기와 디자인이 똑같지만, 길이에서 차이가 난다. 현지 노인에게 이 이야길 해주자 전혀 몰랐단다.
프랑스 니스(Nice) 코트다쥐르(Côte d’Azur) 국제공항에서 모나코 도심까지 헬기로 약 7분 걸린다. 타 국가와 다르게 카지노는 정장을 입고 입장료 10유로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주 고객층은 고급 차를 몰고 와 도박으로 시간을 때우는 유럽계 갑부들과 관광객들인 거 같다. 몇 년 전부터 세련된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이나 중동계가 종종 보인단다. 그런데 카지노 내에서 조그만 청량음료 한 병도 한화 2만 원 정도다. 미국 등 다른 나라 카지노에서는 아주 싸거나 무료인데 말이다. 카지노에서 근무하는 현지친구가 행운을 빈다며 카지노 칩 몇백 유로를 줬으나 다시 돌려줬다. 난 한 번도 도박을 해본 적이 없다. 내 피와 땀이 없이 번 돈은 내 돈이 아니다가 내 지론이다. 모나코의 수돗물은 안전해 그냥 마셔도 된단다. 세상에서 공짜나 일확천금은 절대 없다. 깨끗한 수돗물 마시고 속 차리자.
모나코는 2차 대전 초기 중립국을 표방했었다. 그러나 약소국이라 1942년 8월 프랑스 나치 협력자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프랑스에서 모나코로 도망 온 유대인 여자, 남자와 어린이 등 90명을 체포해 나치에 넘겨줬고 그들은 수용소로 끌려가 후에 9명만 살아남았다. 지난 8월 알베르 2세(Albert II) 현 모나코 국왕이 73년 만에 모나코 내 유대교 지도자 랍비와 유대인 인사들에게 2차 세계대전 때 자국 내 유태인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강제 추방해 미안하다고 공식으로 사과하고 약탈당한 유대인 재산의 보상신청을 승인했다. 진상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모나코 왕실은 나치 프랑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모나코 내 유대인을 보호한 노력도 있었다.
니콜 키스먼이 열연한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Grace of Monaco)’를 보면 ‘50~60년대 힘없던 모나코를 합병하려는 프랑스와 내부의 적들 사이에서 고뇌하고 외국인 왕비 그레이스 켈리(Grace Patricia Kelly)의 모습이 보인다. 행운의 상징으로 거래되는 미화 2달러 지폐로도 유명한 세계적인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왕자 레이니어 3세(Rainier III)와 결혼해 바티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였던 모나코를 일약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끌어올렸다.
나는 종종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모나코 풍광을 다시 추억했다. 모네가스크(Monegasque)와 영어로 된 이정표가 잘 발달해 지도 없이도 쉽게 목적지를 갈 수 있는 곳. 화려하지만 실속 있는 작은 군주국이자 관광대국인 비린내 전혀 없는 지중해 바닷바람도 같이 물결치는 항구. 조세회피처란 꼬리표에도 모든 국민은 관광산업으로 풍족하게 살며 기후가 좋고 군대도 세금도 없는 나라. 2005년부터 그레이스 켈리의 외아들 알베르 2세가 국왕인 바로 모나코(Monaco)다.
니스(Nice la port)에서 100번 버스로 모나코까지 약 1시간 소요. 1.5 유로/인
프랑스 에즈(Èze)에서 112번 버스로 모나코까지 약 40분. 1.5유로/인
기차는 니스(Nice Gare de Nice ville)에서 모나코-몬테칼로(SNCF)역까지 약 20분. 3.9유로/인
대한민국 여권은 프랑스, 모나코 90일 무비자.
시차 | 8시간(한국 오후 9시 – 모나코 오후 2시)
언어 | 프랑스어, 영어
인구 | 약 37,000명 (2013)
통화 | 1€(유로) = 1,250원 (2015. 12)
국가번호 | +377
인터넷 | .mc
www.visitmona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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