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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재벌·언론개혁 동시에 일깨운 NYT 보도

논평] 재벌·언론개혁 동시에 일깨운 NYT 보도
– NYT, ‘경영권 분쟁’ 보도 통해 재벌 지배구조 비판
– 한국 언론, 흥미 위주 보도 양산….개혁 난망

Wycliff Luk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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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YT(뉴욕타임스) 기사 화면

미국의 유력 신문인 <뉴욕타임스>(NYT)지가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NYT는 22일(화)자 서울발 보도를 통해 이번 분쟁을 ‘왕자의 난(war of princes)’로 지칭하며 흡사 TV드라마를 방불케 한다고 적었다. [뉴스프로 기사 참조]

NYT의 어조는 사뭇 신랄하다. NYT는 “형제간 분쟁이 한국 재벌기업에선 일반적인 일”이며 “사소해 보이는 것 같지만,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했다. NYT가 전한 재벌들의 상황은 참담하다. NYT 보도 중 한 대목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대 재벌가의 소유지분은 2.7%에 불과하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은 순환출자를 통해 회사를 서로 얽히게 해 비판론자들의 말 그대로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재벌총수의 심기에 따라 승진이 좌우되는 임원들이 각 계열사들을 관리한다.”

NYT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재벌 총수일가의 일그러진 행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지적한다. 즉, 복잡한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이라는 한국 재벌 고유의 왜곡된 경영행태가 기업 전체를 뒤흔들어 전 세계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를 꺼리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는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 아들들끼리의 경영권 분쟁으로 4개 회사로 쪼개졌고, 비슷한 분쟁을 겪은 두산과 금호그룹은 수년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순환출자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롯데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는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 있다. 이런 지배구조는 어느 한 계열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경우 나머지 계열사들마저 영향을 받게끔 한다.

종합하면, NYT의 보도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을 통해 사실상 재벌이 지배하는 한국 경제의 치부를 드러낸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재벌 개혁에 대한 필요성도 일깨운다.

NYT 보도는 한국 언론과 비교해 볼 때 보다 두드러진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한국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이를 보도하는 한국 언론들의 행태는 낙제점이었다. 한국 언론들은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갈등을 연일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취재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JTBC뉴스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혈투’니 ‘왕자의 난’이니 하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가며 흥미 위주로 상황을 전했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정확히 짚어주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정감사는 더욱 참담하다.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롯데 지배구조 문제를 다루고자 신동빈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냈다. 그러나 의원들이 던진 질문은 주제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경기를 벌이면 어디를 응원할 것인가?”라는 황당한 질문도 나왔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재벌의 지배구조와 재벌 총수들의 제왕적 경영행태에 대해서는 잠잠하다. 언론 역시 노동개혁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 효과를 홍보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불법’ 거리점거 시위를 질타하는 데 적극적이지만, 재벌 개혁을 공론화하는 데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 그나마 NYT 같은 유력 외신들의 보도를 통해 객관적인 시각을 얻는 데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신보도를 통해 재벌개혁 필요성을 절감해야 하는 현실은 언론 역시 시급한 개혁대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그러나 기존 언론들 대다수가 재벌 광고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라 개혁은 미결과제로 남을 수밖엔 없게 됐다.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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