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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카뿔꼬Acapulco는 여관이 아니다

(26) 아카뿔꼬Acapulco는 여관이 아니다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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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킬라는 35~55 알콜도수의 멕시코 전통술이다. 여기에 파인애플 주스, 자몽 주스, 달걀흰자, 설탕과 37도짜리 럼주 몇 방울을 섞어 얼음 몇 개를 넣고 흔들어 박하 잎을 올려내면 그 유명한 14도짜리 연분홍 아카풀코 칵테일이 된다.

오래전 남쪽 지방에서 등산을 끝내고 면 소재지 한 여관에 묵었다. 방 불을 끄자 벽에 야광으로 유치하게 그린 커다란 야자수, 해변과 나체의 여인이 서툴게 빛나고, 밤새 툴툴거리는 에어컨의 후덥지근한 바람과 소음에 끝내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아침에 여관 문을 나서며 보니 상호가 아카풀코였다.

정식명칭 아카뿔꼬 데 후아레즈Acapulco de Juárez는 멕시코 게레로Guerrero주에 속한 대표적인 휴양지 중 하나다. 태평양의 서쪽에 접해있는 천연항구로 국제공항과 대형유람선이 드나드는 항구가 있어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아 24시간 열기로 넘친다. 아카뿔꼬 베이Acapulco Bay로 더 알려진 싼따 루씨아Santa Lucia와 뿌에르또 마르꿰스Puerto Marques가 유명하다. 18,000개가 넘는 객실과 쇼핑몰, 식당이 해변과 바다와 절벽이 어우러져 신혼 여행객, 연인들뿐 아니라 남녀노소로 북적인다.

아카뿔꼬가 외국인들에게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건 1950년대다. 당시 도시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고급 리조트 등을 세워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 세계 유명인들의 휴가지로 주목받았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재클린의 신혼 여행지였고, 엘리자벹 테일러, 프랭크 시나트라, 브릿짓 바르도Brigitte Bardot,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항상 즐겨 찾는 휴가지, 영화 타잔, TV 시리즈 러브보트 등 각종 영화의 단골 촬영지였다.

1960년대부터 꾸준히 투자가 이어지며 많은 숙박시설과 위락시설 등이 들어서며 1990년대 멕시코 시티와 잇는 고속도로가 뚫린다. 그러자, 아카뿔꼬는 마약 조직들 간의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는 무대로 변해 밤낮으로 강력범죄에 젖어들자 관광산업이 위축된다. 2009년 마약조직 두목 하나가 다른 조직에 의해 도심 한복판에서 살해되자, 도시는 지하갱단들 간의 살육전이 이어져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란 불명예를 얻는다. 2014년 아카뿔꼬의 살인 범죄율은 104/100,000명으로 기록됐다.

아카뿔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아즈텍의 한 무리인 나후아스Nahuas가 이주해 오면서부터다. 1521년 스페인 함대가 최초로 상륙해 싼따 루씨아Santa Lucía로 명명한다. 평화롭게 살던 원주민들은 졸지에 노예로 전락한다. 도시는 곧 아시아와 아메리카의 주요 중계무역항으로 발전하면서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Sir Francis Drake 등 악명 높은 해적이 활개 치기 시작한다. 해적들이 쫓겨나 안정되나 싶으니 지진과 독립전쟁으로 도시가 파괴되지만, 곧 파나마에 금광이 발견되며 다시 활기를 찾는다.

아카뿔꼬의 아이콘은 휘어진 해안선 ‘라 꼬쓰떼라 La Costera’다. 빠빠가요Papagayo, 따마린도스Tamarindos, 이까꼬스Icacos 등 유명한 해변들 뒤로 줄줄이 서 있는 각양각색의 호텔과 리조트는 언제라도 몇 발자국 뛰어가면 바로 태평양 바다다. 꼰데싸Condesa 동쪽 끝은 동성연애자들만 아는 놀이터다. 쏘깔로Zócalo는 두 개의 분수가 있는 도심광장이다. 이곳엔 항상 아카뿔꼬의 특별한 문화가 담긴 지역특산품이 손님을 반긴다. 성당 앞으로 다양한 식당과 선술집이 이어지고 포장마차도 한몫한다. 약 40 pesos(3,000원)면 멕시코전통 요리에 배부르다. 저녁 8~11시엔 머리에서 발끝까지 은으로 장식한 아즈텍전통복장의 남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니 열기로 넘쳐 사람들은 공연이 끝나도 쉽게 광장을 떠나지 못한다.

‘협곡’이란 뜻인 ‘라 께브라다La Quebrada’ 절벽 다이빙은 1934년부터 35m 높이 가파른 절벽 위에서 양팔을 벌린 사내들이 아래 바닷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으로 아카뿔꼬의 명물이다. 워낙 유명하기에 악명 높은 마약 갱단들도 다이빙선수들은 건들지 않는다. 오후 1:00, 7:30, 8:30, 9:30, 10:30에 절벽 반대편 전망대에서, 또는 절벽 바로 앞에서 La Perla restaurant에서 아카뿔꼬 칵테일과 마리아치의 음악을 들으며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입장료 200 pesos/인이다. 밤에는 조명이 켜지고 선수들은 횃불을 들고 뛰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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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카뿔꼬를 갔던 건 광고촬영 때문이었다. 미스 코리아를 전속모델로 국내 여성의류 광고를 찍기 위해서였다. 당시 멕시코 시티에서 만난 일본 광고팀도 아카뿔꼬로 간다기에, 우린 멕시코 시티에서 촬영을 빨리 끝내고 그림이 되는 장소를 먼저 선점하기 위해 밤에 아카뿔꼬로 향했다. 우리가 생각한 촬영지가 타 광고에 먼저 나오는 건 광고주에게 욕먹는 걸 떠나 자존심 문제다. 그렇게 차량으로 달려 새벽 3시쯤 아카뿔꼬 초입 언덕에서 보니 저 아래 아카뿔꼬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불야성이다. 우리도 호텔에 도착하니 잠자기도 어중간해 술집에서 다 같이 동이 틀 때까지 술과 분위기를 마셔댔다.

동트자마자 잽싸게 장소를 물색해 며칠 후 촬영을 마치고 우연히 또 만난 일본팀, 그들은 우리랑 상관없는 해변 끝에서만 찍었단다. 아카뿔꼬를 떠나 멕시코 시티로 돌아오는 밤. 다들 긴장도 풀리고 밀려던 잠에 푹 빠져있는데 깜깜한 고속도로 중간에 갑자기 차가 선다. 눈을 뜨자 버스 문이 열리며 검은 복면의 연방경찰Policia Federal복장 사내 두셋이 올라와 검문한다. 닳아 번질번질한 기관총구가 바로 눈앞이라 크게 보인다. 경찰은 동양아가씨들이 보이자 질문이 많다. 한국에서 온 촬영팀이고 모델이 미스꼬레아라니까 보잔다. 맨 뒷자리에서 자는 여자를 가리키자 곧 가 보더니 말없이 차에서 내린다. 밖의 검은 사내들도 ‘미쓰 코레아’ 소리를 들었는지 급히 차로 올라와 한 번씩 보고 내려가더니 귀찮다는 듯이 빨리 가라고 총으로 차를 두들긴다. 자다 깨서 긴장했던 우리는 고맙다고 손까지 흔들고 뒷자리의 미스코리아를 보니, 얼마나 피곤했는지 침을 흘리며 늘어져 자고 있었다. 경찰들이 우리를 빨리 보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카뿔꼬의 시내버스는 다 개인소유다. 덕분에 실내외장식이 제각각으로 개성이 넘치지만, 행선지만은 앞창에 잘 보인다. 보통 오전 5~오후 10시까지 운행하며 파랑/흰색 버스가 약 5 pesos/인, 노랑 에어컨 버스는 6 pesos/인. 택시는 많지만, 항상 흥정이 필수다. 폭스바겐 파랑택시 약 25~30 pesos, 에어컨 택시 10 pesos/인, 호텔에서 불러주는 관광택시는 흥정의 수고는 덜지만 50~ pesos. 큰 행사가 없으면 교통체증이 없고 생각보다 시내도 그리 복잡하지 않아 렌터카도 괜찮다. 호텔 주차료도 하루 약 U$3~4 정도고 기름값도 한국보다 싸지만, 문제는 교통경찰이다. 교통위반을 이유로 영수증 없이 현금을 받아간다. 수상택시는 가까운 섬 이슬라 데 라 로꿰따Isla de la Roqueta까지 왕복 U$4/인이고, 쎄레따 해변Caleta Beach에서는 왕복 U$7/인이면 투명한 유리바닥 유람선도 타볼 수 있다.

멕시코 시티Mexico D.F.와 아카뿔꼬 사이는 약 380km다. 4차선 고속도로 아우또피아 델 솔Autopista del Sol을 이용하면 승용차로 약 5시간 걸리고 원하는 곳에서 휴식할 수 있어 편하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야간에 복면을 쓴 무리 ‘요치나파’가 나타난다. 이들이 게레로 주 내 고속도로 요금소를 점거하면 직원들은 사라진다. 검은 복면의 사내들은 한동안 요금소를 지나가는 차량을 세워 검문한다. 이들은 살해되고 실종된 요치나파Ayotzinapa교육대학생 가족, 친구들인데 통행세를 절반만 받거나 돈이 없다고 하면 그냥 보내준다. 돈을 빼앗거나 위협하기보단 진실을 알리려는 목적이 강하다. 2014년 9월 마약 갱단조직과 결탁한 게레로 주 이괄라 시장은 자기 부인의 연설을 방해하려 시위하는 대학생 43명을 경찰이 체포하고 갱단들이 살해해 시신을 불태우도록 지시했다. 불에 타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며 사건이 드러나자 도망간 시장부부는 연방경찰에게 체포되고 여파로 주지사가 사퇴하고 지역경찰은 연방경찰에 의해 강제로 무장해제당하고 시장 81명 전체가 부정부패 혐의로 수사 받고 재판에 넘겨진다.

고속버스는 아요치나파도 안 만나고 안전하고 빠르다. 약 5시간 걸린다. 멕시코 시티 떼미날 수르Terminal Sur 고속터미널에서는 공항처럼 탑승하기 전 승객들 소지품과 몸수색을 철저히 한다. 회사에 따라 비행기 일등석같이 편안한 좌석에서 예쁜 승무원이 주는 가벼운 간식과 음료수를 즐기며 최신영화도 볼 수 있다. 고속버스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또 다른 맛이다. 아카뿔꼬 시내엔 세 곳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Estrella de Oro와 Estrella Blanca버스가 운행한다. 요금은 고속버스회사에 따라 편도 약 400~520 pesos(26,000~38,000원)/인 정도. 학생증을 보이면 할인도 된다.

멕시코국제공항에 내리면 수화물 검사가 특이하다. 승객이 직접 버튼을 눌러 녹색불이 켜지면 아무리 큰 가방이라도 그냥 밀고 나가고, 빨간불이 켜지면 가방을 다 풀어헤쳐서 이 잡듯이 아주 샅샅이 검사한다. 공항에서 수화물 속에 넣은 물건이 종종 없어지니 귀중품은 꼭 몸에 지녀라. 멕시코 시티에서 아카뿔꼬 후안 알바레즈Juan N. Álvarez국제공항까지 비행기로는 약 45분 걸린다. 왕복 약 U$200(22만 원)/인 정도. 공항에서 아카뿔꼬 시내까지 차로 약 40분. 차량에 따라 왕복 약 U$ 23~50(27,000~58,000원)/인이다. 공항과 호텔을 운행하는 차에서도 귀중품은 직접 챙겨라.

숙박업소는 배낭여행자용부터 최고급까지 다양하다. Fiesta Americana Villa가 방도 크고 발코니 전망도 좋고 해변도 가깝고 특히 아침 식사가 아주 다양하다. Las Brisas는 펜션처럼 모두 독채로 되어있고, 독채마다 작은 수영장이 딸려 있다. Ritz Acapulco, Mayan Palace Acapulco, Hotel Boca Chica도 시설과 식당이 고급으로 휴식하기 좋다.
두 곳의 요트 클럽과 스쿠버다이빙센터가 여러 곳 있다.
50m 번지점프대가 있으나 2008년 점프 중 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있어 추천 안 한다.

꼭 먹어봐야 할 멕시코 요리다.
뻬스까도 아 라 따야Pescado a la talla- 멕시코식 도미요리다.
쎄비체Ceviche- 생선이나 해산물을 라임 주스 양념에 절여 연하게 만든 것으로 또르띠야와 같이 먹는다.
뽀조레 궤레렌쎄Pozole guerrerense- 돼지고기나 닭고기 옥수수 죽에 상추, 고추, 양파, 레몬, 박하 등을 얹은 것.
뚜바Tuba- 사과와 호두를 넣은 발효시킨 코코넛으로 만든 음료 등이다.
Barra de Coyuca, Barra Vieja, Costera Miguel Aleman 등엔 솜씨 좋은 식당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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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뿔꼬 여행은 즐겁다. 그러나 해피엔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모르는 사람이 접근하면 무조건 검지를 세워 흔들며 ‘노, 그라시아스No, Gracias’하고 미소를 보내라. 효과 있다. 마얀 플레이스Mayan Palace과 꼬쓰테라 125Costera 125 쇼핑몰 주위에 많은 호객꾼과 푸른 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친절하게 다가와도 상대하지 마라. 마약, 약물과 매춘은 불법이라는 걸 항상 생각해라. 한 번의 실수로 몸도 상하고 돈도 잃는다.

경찰은 시민을 보호한다지만, 너무 믿지 마라. 섣불리 경찰과 엮이지 마라. 짙은 색 제복의 연방경찰은 그나마 좀 낫다. 하지만 역시 100% 믿지 마라. 밤에 운전하다 경찰이 차를 세우면 절대로 한적한 곳에 세우면 안 된다. 멕시코에서는 제일 조심해야 될 게 경찰이고 그 다음이 갱단이다. 멕시코 경찰과 감옥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대부분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내엔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고 친절한 흰색 셔츠에 검은색 모자와 반바지의 관광경찰Tourist Police, 바닷가엔 중무장한 해병대원Marina이 곳곳에서 24시간 순찰을 하여 매우 안전하다.

아카뿔꼬에 마약 관련 강력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범죄자들 간의 영역 다툼이지 관광객이나 외국인들은 목표가 아니다. 현지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고 폭력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외국 관광객들에겐 타지에서 흘러온 호객꾼, 외국인 좀도둑들이나 부패한 경찰들이 더 위험하다. 현지인과 불필요한 접촉 안 하고 값비싼 장신구 안 하고 관광객들이 많은 번화가에서 관광하면 안전하다. 가장 기본적인 여행자 주의사항만 지키면 범죄와 만날 확률이 줄어든다. 많은 나라와 같이 멕시코도 정치문제가 심각하다. 정치적인 대화엔 가만히 입 다물고 있어라. 경찰 친구가 해준 조언이다.

그때 ‘미쓰 꼬레아’는 지금도 인기 있는 영화배우로 결혼해서 잘 살고, 현지가이드 했던 선배는 현재 국내 모 대학 중남미학과 교수님이 되셨다. 첫 아카뿔꼬 광고 평이 좋아서 이후로 난 몇 번 더 아카뿔꼬에 갔었고, 그래서 우연히 어려움에 부딪힌 한국 관광객들을 도울 수 있었고, 현지 항공사승무원, 관광경찰 아가씨랑 친해져 한동안 즐거울 수 있었다. 어쩌다 잔잔하게 붉어가는 석양이 보이면 아카뿔꼬 분위기가 떠오른다. 지금 멕시코에서는 Triangulo del Sol관광행사로 아카뿔꼬, 타스코Taxco, 익스타파Ixtapa, 지후아따네호Zihuatanejo를 하나로 묶어 홍보한다. 2015년 3월에 열린 아카뿔꼬 관광박람회Tianguis Turistico Mexico Acapulco 땐 ‘환영’ 한글 홍보 플라카드가 길거리에서 반긴다.

우기가 아닌 11월~2월이 섭씨 27~30도로 여행하기 좋다.
한국이 15시간 빠르다. (아카뿔꼬 오전 1시=한국 당일 오후 3시)
1페소(MX Pesos) = 75원. U$ 1= 16페소.
*Acapulco아카풀코로 표기하나 현지발음대로 아카뿔꼬로 표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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