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굶어봐라 그러면 달콤한 축제가 열리리라~ Ramadan & Hari Raya Eid al-Fitr

(25) 굶어봐라 그러면 달콤한 축제가 열리리라~ Ramadan & Hari Raya Eid al-Fitr

S. Macho CHO

rok-hid @ inbox . ru

얼마 전, 터키를 여행하던 한국인들이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터키 야당 대표가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별할 수 없다며 동양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태국으로 넘어왔다가 체포된 위구르족 수백 명 중 100여 명을 태국 정부가 중국으로 강제송환해 국제 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중국 정부가 무슬림인 위구르 소수민족의 라마단을 금지하면서부터 다. 명백한 종교탄압이다. 유목 민족인 위구르족은 튀르크어 계열의 언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믿고 오래전 터키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약 1,000만 명이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 거주하나 중국인이 아닌 중앙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하다. 20여 년 전부터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원해왔지만, 중국은 강력하게 저지해왔다.

이슬람력은 1년이 354/355일이다. 금식달인 라마단Ramadan은 태양이 기울며 첫 번째 초승달이 뜰 때 시작된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이다. 라마단은 축제다. 구약을 보면 유대인도 즐기는 축제라고 적혀 있다. 라마단 동안 무슬림은 원칙적으로 해가 뜬 낮 동안엔 먹고 마시는 건 물론 흡연과 부부관계도 금하고, 원칙적으로 침도 삼키면 안 된다.

하루 세끼에서 점심을 제외한 두 끼만 먹는 것으로 단순하게 보이지만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에 먹고 해가 진 후인 늦은 저녁에 먹으니 올해처럼 여름철에 라마단이 시작되면 무더운 날에 하루 15시간 가까이 침도 못 삼키고 굶는 고통이 한 달 동안 수반된다.

그러나 라마단은 성스러운 종교적 행사로 금식하는 동안 인내, 겸손, 희생정신을 배운다.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고, 올바른 삶을 위해 기도하며, 욕심을 자제하며 자신을 정화한다.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 일어나 기도를 드리고 아침 식사, 수후르Suhur를 먹고 목욕을 한 후 깨끗한 옷을 입고 향수를 뿌린다. 무슬림용 향수는 무알코올이다. 라마단 27번째 밤은 코란의 첫 번째 구절에 나온 계시인 ‘능력의 밤Laylat al qadr’이다. 하느님이 수많은 날 중 이날을 손꼽았기에 이날 드리는 한 번의 기도가 가장 효험 있다고 무슬림들은 믿는다.

종교색이 짙은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는 라마단 기간 중 관공서 업무시간과 상점 영업시간 등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민간기업, 정부기관 모두 청구서도 발행할 수 없고 요금, 세금 등도 유예된다. 라마단 동안엔 집 주위와 크고 작은 식당, 쇼핑몰, 빌딩 등의 외벽과 실내에 성탄절처럼 형형색색의 불을 밝힌다. 각 지역 동네에서 저녁마다 열리는 라마단 바자Ramadan bazaars에서도 여러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라마단엔 12살 이하 어린이나 환자는 금식을 안 해도 된다. 임산부나 집을 떠나 비 이슬람국가로 단기 여행 중인 무슬림은 먹고 마실 수 있다. 그렇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금식을 못 했다면 나중에 그 횟수만큼 금식을 하거나 종교시설, 봉사단체에 돈이나 음식을 기부해 죄를 씻는다.

‘슬라맛 하리 라야Selamat Hari Raya’는 ‘라마단을 잘 마쳐서 축하한다’는 인사다. 대부분 가정은 전통 음식을 뷔페식으로 차려놓고 손님을 받고 친척과 지인 집을 방문한다. 이드 알 피뜨르Eid al-Fitr는 ‘금식을 끝내는 진수성찬’이란 뜻이다. 각 지역에 따라 말레이어는 ‘하리 라야 푸아사Hari Raya Puasa’, 아랍어는 ‘이드 알 피뜨르 يد الفطر’, 중국어는 ‘카이 재 제开斋节’, 터키에서는 ‘슈거 피스트Suger Feast’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 무슬림들이 금식을 끝내는 가장 중요한 종교적 축제다. 해가 뜬 시간에는 금식하는 단식은 29~30일간 진행되고, 대륙마다 시차가 있으나 이때만큼은 대부분 성지 메카Mecca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표준시간을 따른다.

이드 알-피뜨르는 라마단 달이 가고 10번째 달, ‘샤왈Shawwal’의 첫째 날이라고 예언자 마호메트가 공표했다. 이날 아침은 대추야자 몇 개로 식사를 대신하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돈과 음식 등을 기부한 후, 모스크에서 특별기도, ‘살랏Salaat’을 드리며 축제를 시작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가능한 한 많이 기부하고, 탁비랏Takbeerat을 암송하며 신의 위대함을 느낀다. 이때는 모든 지인, 이웃과 모르는 손님들에게 축복을 빌어주고 음식을 제공한다. 여기저기서 ‘이드를 축하한다Eid Mubarak’, ‘즐거운 이드Eid Said’ 등 서로에게 축복을 비는 아랍어 인사말이 들린다. 대부분 이슬람국가에서는 라마단이 끝나는 하리 라야 이드 알-피뜨르Hari Raya Eid al-Fitr에 모든 관공서와 학교 등이 3일간 휴가에 들어간다. 첫날엔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방문해 음식을 나눈다. 일부 식당과 상점들도 이때만큼은 문을 닫고 고향으로 향한다. 다음날부터는 공원, 극장, 백화점 등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각 가정에서는 오랜만에 친인척이 다 함께 모여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요즘은 요리하기 번거롭다고 밖에서 사다 먹는 세대가 늘어난다. 텔레비전에서는 인기 있는 드라마, 영화, 유명인사 대담프로가 종일 돌아간다. 해가 진 후에는 가족, 친인척, 친지, 지인들이 모여 성대한 식사 속에 이야기꽃을 피운다. 청소년들은 한밤중까지 가로등 밑에서 축구와 농구를 하느라 시간을 잊는다. 이드 알-피뜨르는 사람들이 저녁에 모스크에 모여 서로 만나며 소개받고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소통하는 시간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두바이 등으로 관광과 쇼핑을 즐기거나 근해 홍해 등으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여자들은 모처럼 남자들로부터 값비싼 선물도 받는다. 비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슬람국가대사관, 외교공관, 모스크 등에서 전통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을 초대해 이드 알-피뜨르를 알린다.

하리 라야Hari Raya는 흡사 동남아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의 무슬림과 비 무슬림 모두에게 우리나라 추석 같은 최고의 명절이다. 무슬림은 가족, 친구, 지인 등 서로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조상의 묘를 찾고, 모스크에서 기도를 드리고, 친구, 친척 등과 전통음식을 나눠 먹는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이웃과 어렵고 궁한 사람 등에게 음식과 금전을 베푸는 기회로 삼는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에서는 하리 라야 축제 기간 중 총리관저, 왕궁, 장•차관, 유명인사의 대문을 활짝 열고 모든 방문객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다. 브루나이에서는 왕과 인사를 나누면 왕이 약 100만 원 정도의 하사금을 나눠 주기에 왕궁에는 온종일 알현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때 왕에게 소원하는 쪽지를 건넬 유일한 날이고 왕은 대부분의 소원을 들어준단다.

어디나 어릴수록 명절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린이들은 이때만큼 친척과 어른들로부터 ‘이드-에-야Eid-ey-yah’라는 특별한 용돈도 받아 새 옷을 입고 또래들과 놀이동산 등을 찾아 모처럼 시간을 보낸다, 이게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원래 중국인들이 설 명절에 약간의 돈을 빨간색 봉투에 담아 어린이들에게 나눠 주던 오랜 풍습을 인도인들이 따라 해 힌두교 신년축제 디파발리Deepavali 때 어린이들에게 노란 봉투에 용돈을 담아 주었다. 그러자, 말레이인들은 하리 라야 때 초록색 봉투에 용돈을 담았다. 노란색은 인도인들이 좋아하고, 초록색은 이슬람의 상징이다. 그러자, 은행에서는 각 종교 명절 때쯤엔 헌 지폐를 빳빳한 새 지폐로 교환해 주고 은행과 기업들은 모든 종교가 다 사용할 수 있게 청색 돈 봉투를 무료로 나눠준다.

무슬림 지인들을 둘러보면, 40대 세대도 맞벌이 부부는 한 가정당 자녀가 평균 2~3명 정도고, 요즘 신세대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자녀를 많이 안 낳는 분위기지만, 자녀가 5~7명인 가족도 흔하다. 그러니, 여러 가족이 모이면 아이들 수가 장난이 아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차례로 다가와 오른손등에 입을 맞추고 자기 이마에 가져다 대며 ‘살람Salaam’ 인사를 하면, 나이 어린순으로 불러 돈 봉투를 하나씩 주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많으면 15살쯤되면 희비가 엇갈린다. 손님들에게 받고 또 부모 따라 친척 집 등에 가서 받는 봉투를 다 모으면 꽤 짭짤하다. 그래서 이때만큼은 부모를 따라 이곳저곳 인사 다니기 바쁘다. 나도 한국이나 외국에서 하리 라야에 지인들의 초대를 받으면 나름대로 새 돈과 돈 봉투 20~30개 정도를 준비해 마음 편히 아이들의 ‘살람’을 받는다.

사람들은 종교를 떠나 질병 치유, 식생활개선, 체질개선, 금주 금연, 피부관리 등의 목적으로 금식원이나 단식원을 찾고 있다. 금식이란 일정 기간 물, 음식 등을 금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24시간 또는 며칠간 금식한다. 금식에는 금연과 함께 남녀 간의 성교도 포함된다. 7일간의 금식은 육체를 건강하게 하고, 14일 금식은 정신을 맑게 하며, 21일간 금식은 혼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적당한 금식은 지구의 오염도 줄이고 심신을 신선하게 해준다.

이슬람교 종파의 하나인 바하이즘Bahaism는 1863년 바하 알라Baha Allah가 창시한 세계평화와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신앙이다. 바하이교는 ‘정신과 신체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바하이력 아라Ala달인 3월 2~20일간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한다. 그러나 처방받은 약은 허용된다. 임산부, 환자, 월경 중인 여성, 여행자를 제외한 15세~70세 사이 남녀교인은 누구나 금식해야 한다. 금식은 이기와 세속에서 절제를 상징한다.

금식은 힌두교Hinduism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금식은 4월과 10/11월, 두 번 한다. 교인은 월, 목, 토요일 등 상황에 따라 알맞게 금식한다. 마리암만Mariamman여신을 믿는 인도 북서부와 남부지방에서는 보통 화요일이 금식일이다. 해가 떠 있는 낮에 음식은 금하지만, 물을 마시는 것은 허용한다. 목요일에 금식하는 북부는 하누만Hanuman신을 믿고 해가 있는 동안에 우유와 과일까지는 먹을 수 있다. 노란색 옷을 입고 인도 요리용 버터Ghee를 첨가해 음식도 노란색이다. 금식 기간에는 닭, 달걀, 어류, 육류는 금한다. 그러나 요구르트와 우유, 녹말이 함유된 고구마, 감자와 땅콩, 과일 등은 허용된다.

유태교Judaism의 금식은 연 6일간이다. 이유는 일곱 번째 날인 사밧Shabbat은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임신부나 환자를 제외한 모든 13살 이상 남녀는 종교지도자 랍비Rabbi의 인도에 따라 해가 떠 있는 낮 동안엔 금식한다. 시크교Sikhism는 15세기 말에 펀잡에서 구루 나낰Guru Nanak이 창시했다. 시크교도들은 자신들을 열 번째 지도자 나낰와 그 뒤 9명 후계자의 제자로 여긴다. 금식에 대해선 자유롭다. 불교의 스님들은 심신을 위한 계율을 따라 저녁 식사를 안 하는 금식수련을 한다. 일부 정교회 수도사들은 천사를 기리기 위해 매주 월요일은 금식한다.

이슬람권의 축제 이드-알-피뜨르는 기독교 국가들의 성탄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기간에 무슬림은 지역사회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수입의 10% 이상을 기부한다. 모스크 등에서는 쌀, 기름, 설탕, 소금 등을 모아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가장 중요한 이슬람교의 5대 원칙은; 유일신Shahada, 하루 5번 기도Salat, 종교적 기부Zakat, 라마단 금식Sawm, 메카 성지순례Haji다. 무슬림들은 코란에 쓰인 대로 알라의 뜻에 따라 라마단 마지막 날까지 종교적 기부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슬람교의 하리 라야는 ‘축제의 날’이란 뜻이고, 한 달 동안 태양이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성스러운 달, 라마단의 마지막 날이 이드 알-피뜨르 ‘단식종료제’다. 무슬림의 중요한 두 가지 축제 중 하나는 이슬람력 12월 10일인 희생절 ‘이드 알-아다Eid al-Adha’고, 또 하나는 하리 라야 이드 알-피뜨르다. 2015년 7월 17~18일은 한 달간 진행됐던 금식월 라마단을 끝내고 전 세계 17억 무슬림의 신성한 축제 하리 라야 이드 알-피뜨르가 시작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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