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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소너에서 만난 여인들

20. 소너에서 만난 여인들

S. Macho CHO

rok-hid @ inbox . ru

20.sauna

수천 년 간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살아오던 인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뜨거운 수증기와 물을 이용해 건강을 지킨다는 것이다. 기원전 200년경 인도의 대부분 주택엔 한증하는 공간이 있었단다. 오래전부터 중동 남자들은 뜨거운 수증기가 있는 방에 모여 제례의식 등 중요한 일 등을 논의해왔다. 중동의 무슬림들에게 둥근 지붕형태의 한증탕은 삶의 일부분인 함맘Hammam이었다. 남미 아즈텍Aztech족은 신전 근처에 돌이나 벽돌로 만든 방을 만들어 그 안에서 증기를 쏘이며 심신을 안정시켰다는 기록도 보인다.

프랑스와즈Françoise de Bonneville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인들이 모여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공중목욕탕의 시초라고 책‘배스The book of the Bath’에 썼다. 고대에선 나체의 남녀가 같이 목욕했다. 로마시대는 목욕문화의 최고조였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의 목욕문화를 받아들여 하루 3천여 명이 같이 목욕할 수 있는 탕을 만들고 온수를 공급했다. 당시 로마인들에게 목욕탕은 수영장, 정원, 도서관, 극장, 놀이공원 등을 합쳐놓은 가장 인기 있는 오락시설이었다. 영국 섬머셋Sumerset에 바쓰Bath란 인구 9만여 명의 풍경 좋은 도시가 있다. 서기 60년경 로마인들이 그곳 강가에 목욕탕과 사원을 세운 게 도시이름의 기원이라지만, 구전에 따르면 그곳엔 이전부터 큰 온천이 있었다고 한다. 가장 큰 목욕탕은 카라칼라Caracalla 제국 때 남녀의 자유로운 혼탕 카라칼라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녀가 나체로 혼탕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란 법이 생기며 서기 320년경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고, 그 후 남녀 모두 대중탕출입이 전면 금지된다. 중세유럽 로마시대에 대중탕은 남자들이 토론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된다. 그러다 보니, 대중탕 간다는 핑계로 사창가를 들락거리는 남자들이 생겨 대중탕이 한때 사창가를 의미하는 곳으로 왜곡되기도 했다.

터키식 욕탕은 빅토리아시대 때 유럽에 소개되며 가장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터키식 탕의 원조는 건식인 함맘이다. 함맘은 원래 무슬림 남녀 모두에게 고급스러운 사교장소였다. 남자들에겐 사업모임 장소였고, 상류층 여자들에겐 외출수단이었다. 초창기에는 남녀혼탕이었으나 혼외정사가 일어나고 집단적인 퇴폐장소로 변해가자 이슬람법에 따라 남녀를 분리하게 되었다. 남녀가 분리되자 이번엔 동성애 문제가 생겼다. 남자안마사가 여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하맘도 있는데 이 경우 여자는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남자들은 수건 한 장으로 몸을 가리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방에서 땀을 흘린다. 그리고 뜨거운 방으로 가서 소년안마사들인 테락Tellak에게 전신목욕과 안마를 받은 후,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고 당시 가격표와 봉사내용 등 기록이 남아있다. 테락들은 성 노동자들로 그리스인, 아르메니안, 유태인, 레바논인, 로마인 등 당시 인근 국가에서 팔려왔다. 18세기 중엽 테락들은 일부 오트만제국 병사들의 동성애 상대이기도 했다.

2차 대전 후, 패망한 일본에 주둔한 미군에게 여성들이 안마와 매춘을 했던 터키탕이 성행했었다. 그 터키탕문화가 후에 국내로 들어와 한동안 매춘의 대명사가 됐다. 1980년대 중반 터키정부가 한국정부에 공식적으로 터키탕이란 단어사용금지를 요청했다. 터키정부는 터키탕이란 단어를 계속 사용하면 터키 내 사창가를 코리아라고 부르겠다고 항의했다. 그 후, 국내 ‘터키탕’은 하는 짓은 같으나 ‘증기탕’으로 명칭만 바뀌었다. 터키여행 중 함맘에 갔었다. 남녀로 구분된 입구로 들어서자 신발을 보관하는 비닐봉투를 준다. 우리나라 대중탕같이 옷을 벗어 사물함에 넣고 열쇠로 잠근다. 휴게실의 다른 사람들은 속옷을 입고 그 위에 큰 수건을 두른다. 욕실 중앙의 미지근한 대리석 탁자에 누워 땀을 낸 후, 물통의 더운물을 몸에 뿌린다. 안마실로 가자 콧수염 난 털 많은 남자안마사가 온몸에 허브오일 머서쥐Massage를 정성껏 해준다. 샤워실과 탈의실에 문이 있어 동성이지만 타인의 나체를 볼 수 없는 이슬람식 구조다. 휴게실엔 목욕을 마친 속옷차림의 남자들이 터키인들이 즐기는’차이Çay’를 마시고 쉬고 있다. 함맘엔 어린 테락도 없고 전문적으로 때 밀고 안마해주는 무표정한 남자안마사들만 보인다. 현지인 말에 따르면, 터키식 대중탕인 함맘은 도시에선 점점 사라지며 노인들이 많은 지방에나 가야 볼 수 있단다.

목욕문화가 터키에서 시작되었다면, 소너는 반대로 달군 돌에 물을 뿌려 뜨거운 증기를 만드는 습식시설의 작은 공간이다. 핀런드Finland의 대명사 사우나Sauna는 외국에선 ‘소너’라 발음해야 알아먹는다. 핀런드어로 ‘작은 목욕탕, 어부들의 통나무집’이란 뜻이다. 핀런드인들에게 소너는 인생의 모든 것, 만병통치약 그 자체로 ‘소너는 빈자의 병원’, ‘핀런드의 약’이란 속담까지 있다. 남녀 모두 나체로 편하게 앉아 섭씨 90도 이상의 열기를 즐긴다. 불을 피워 고온으로 달군 돌에 물을 뿌려 증기를 발생시켜 그 열기로 몸을 뜨겁게 해 땀을 낸다. 그리고, 자작나무 가지 등으로 몸을 가볍게 두들겨 안마한 후 냉수샤워를 하거나 눈밭에 뒹굴며 몸을 식혀 온몸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옷을 벗고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강추위에서 오는 피로를 푸는 건강법이다. 소너는 오래전 원주민들이 땅속에 구덩이를 판 주거공간에서 유래했단다. 아직도 핀런드인들은 집에서 가족이 다 함께 즐기는 가장 중요한 생활로 소너를 꼽고 있다. 핀런드 내에만 공식적으로 2백만 개 이상의 소너가 있으나, 핀런드소너협회는 약 320만 개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현재 핀런드 총인구는 약 540만 명이다.

과테말라 등 중남미 고산지대엔 여러 형태의 소너가 있다. 아즈텍어로 ‘목욕하는 공간’인 테마스칼Temazcal은 전통적으로 나무대신 진흙과 돌로 둥글게 공간을 만들어 땀을 빼는 장소로 대중적이다. 원주민들에게 조그만 출입구의 테마스칼은 자궁, 기초, 지구의 축소판이라는 종교적 의미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목욕하는 곳으로 이용되었다. 이곳에선 산파들이 출산을 돕거나 주술사들이 다양한 약초와 뜨거운 바람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다. 방 한쪽의 뜨거운 물이 흐르는 조그만 연못과 돌로 실내온도를 높였다. 물위엔 다양한 꽃들과 식물성 기름이 떠 있어 그 향기로 환자를 치유했다. 최근에 정글 등에서 발견된 테마스칼은 보수된 후 현대인들이 심신과 정신을 치료하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너는 대부분 종교 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비슷한 형태지만 다양하게 불려진다. 아프리카의 시푸투Sifutu, 고대 로마의 터미Thermae, 중동의 함맘, 중미 아즈텍의 테마스칼, 마야의 줌풀체Zumpulché, 미즈텍의 니이히Ñihi, 러샤Russia의 반야Banya, 에스토냐Estonia의 사운Saun, 유태인의 쉬비츠Shvitz, 쉬든Sweden의 바추Bastu, 인도네시아 카로족의 어쿱Oukup, 일본의 무시부로Mushiburo, 한국의 목욕탕, 찜질방 등이다.

2005년 하버드의대 Harvard Medical School 보고서에 의하면, 섭씨 85도가 넘는 건식 소너는 신체에 좋은 효과를 준다. 인간의 피부는 단 몇 분 내 섭씨 약 40도로 빠르게 올라가기에 이때 땀이 많이 배출된다. 맥박도 30% 이상 빨라져 심장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피를 공급한다. 피는 혈관을 타고 피부로 직접 도달할 수 있어 면역체계와 지구력을 강화하고 머리카락에 윤기까지 준다. 신진대사촉진, 스트레스 해소에 큰 효과도 있다. 근육완화, 독소배출, 혈액순환, 심신의 이완과 앨러지Allergy, 천식 등에도 좋다. 육체적 활력을 되찾고, 긴장이 완화되며 머리가 맑아진다. 근육과 관절 등의 통증과 고통을 진정시킨다. 털구멍과 땀샘으로 몸의 독소들을 배출한다. 숙면을 유도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만든다. 기분전환, 긍정적 효과, 심장혈관강화도 기대된다. 칼로리를 소비하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태국의 임산부들은 몇 시간 전부터 천막으로 만든 소너에서 출산을 준비한다. 여러 약초를 달인 뜨거운 증기가 출산모의 기력을 빠르게 회복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도 ‘소너는 체온을 올리고 어떤 질병도 치료할 수 있다’라고 했다. 2천여 년이 지난 현대의 과학자들이 그것을 사실로 증명했다. 소너는 수천 년 간 가장 효과가 큰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장시간 소너는 가려움증 등 피부염이 있는 사람들에겐 안 좋다. 인간에겐 체내일정량의 수분이 필요한 데 땀을 많이 흘리면 노폐물과 함께 수분도 빠져나가 허약자에게 현기증과 탈진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물을 자주 마시며 피부보습제를 바르고 5분 이용/10분 휴식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뜨거워진 혈관은 혈액순환엔 좋으나 뇌혈관까지 확장되면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소너 등에서 강제로 빼는 땀은 수분과 미네랄, 칼륨 등도 빠져나가 큰 다이어트 효과는 없다. 음주 후 입장을 금지하고 노약자들과 심장질환자는 이용 전 의사와 꼭 상의한다. 과식하거나 진정제, 각성제 등 복용 후에도 위험하다. 어지럼증과 몸이 이상하면 즉시 소너에서 나와야 한다. 소너시설 대부분은 전기, 나무, 가스와 태양열을 이용해 온도를 조절한다. 방식은 습식, 건식, 훈증식, 증기식과 적외선 등이며 굴뚝 없는 방에 돌을 쌓아두고 돌을 달궈 그 열기로 온도를 올리는 훈증식이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다.

유럽출장 중 일화다. 앤트웦Antwerp 한 호텔에 묵을 때, 무심히 소너에 들어가다 나체의 여자들을 보고 기겁해 뛰어나왔다. 곧바로 직원에게 남성용 소너를 물으니 남녀혼탕이란다. 큰 마음먹고 다시 가보니, 나체의 남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들어가 앉긴 했는데 바로 옆 맞은편 나체의 아가씨들이 수건도 없이 눕거나 앉아있으니 시선처리가 제일 힘들었다. 샤워를 하려니 옆 칸에서 샤워하던 나체의 아가씨가 미소를 보낸다. 다음날부터 일 끝내면 관광도 안 하고 무조건 호텔로 돌아와 소너로 향했다. 먼저 인사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여유도 생겼다. 처음 보는 아가씨와 나체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기분이 묘했다. 가끔 수건으로 어색하게 앞을 가리는 서양인남녀도 있는데 거의 미국인 등 타국인들이다. 우리나라 한 그룹 유럽지사에 출장 간 남자직원이 호기심에 소너에 갔다가 우연히 지사장부인과 맞닥뜨렸다는 실화도 있다.

독일출장도 소너가 있는 호텔로 정했다. 여긴 10유로인가 이용료를 냈다. 기대하고 가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뿐이다. 다음날도 노인들뿐이다. 몇 군데 다른 호텔 소너들을 돌아다닌 끝에 물 좋은(?) 곳을 찾아냈다. 아가씨들이 많았다. 한 번은 누웠다 일어나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동양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유럽인들 틈에 동양인은 둘 뿐이었다. 날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기에 혼자 우리말로 중얼거리자 후다닥 뛰쳐나간다. 한국여자였나 보다. 동양여자가 조심스럽게 옆에 앉기에 대화해 보니 여행 온 일본아가씨였다. 식사도 거르고 죽치고 있었더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도 난다. 너무 오래 소너에 있으니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유럽출장 때 오랜 친구네 소너에 초대받으면 친구부인, 아들딸들과 자연스럽게 웃고 마시고 떠들 수 있으니 나도 독일어 권 유럽식 소너에 꽤 익숙해진 거 같다.

쉬든, 러샤 등은 남녀가 구별되거나 혼탕이라도 사우나도 수영복을 입는 게 일반적이다. 영국에서 ‘소너’간판이 있어도 실제로는 성 매매업소인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이발소’간판이 있어도 이발은 안 하고 심야에만 불법 매춘하는 것과 같다. 일본에선 혼탕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으나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프랑스, 영국 등은 남녀분리가 일반적이다. 동성끼리는 나체로 출입하는 곳도 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독일, 벨점Belgium, 오스트리아, 쉬스Swiss, 스칸디나비아 일부 등에서는 남녀혼탕이 많다. 참 좋은 나라들이다. 한국목욕관리협회에 등록된 대한민국의 목욕탕, 사우나, 찜질방 수는 서울 969곳 포함 총5,882곳이고, 목욕관리사는 3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머서쥐Massage, 핀런드Finland, 앨러지Allergy, 이딸랴Italia, 러샤Russia, 에스토냐Estonia, 쉬든Sweden, 앨러지Allergy는 현지발음에 따라 표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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