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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時論] ‘말’을 살해하는 정권이라니.

[시론 時論] ‘말’을 살해하는 정권이라니.

이하로 기자

jajuminbo

또 하나의 ‘말’이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

독재자 박정희에 의해 살해된 ‘말’, ‘민족일보’에 이어 이번에는 그의 딸 박근혜에 의해 ‘자주민보’라는 ‘말’이 살해당했다. 그들의 주장은 종북신문 하나를 폐간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주민보는 논평을 통해 “남북 평화 통일 염원을 무참히 짓밟고 민주주의에 사형집행을 감행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자주민보의 폐간은 그 신문의 논조와 성격과는 관계없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사법부에 의해 언론이 죽임을 당한 것,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박근혜 정권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통해 정당을 죽였고 자주민보 폐간을 통해 언론에 대한 살해를 감행하는 막가는 독재정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 ‘종북’이라는 주홍글씨는 곧 죽음을 이르는 단어에 다름 아니다.

그 시대가 민주적인 시대인지 독재 시대인지를 가름할 수 있는 척도는 ‘말’이 자유로이 흐르는가?’로 알 수 있다. 근대 사회에 들어서 말은 ‘언론’이라는 형태로 우리들에게 형상화됐고 언론은 곧 그 사회의 민주주의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었다. ‘말’의 흐름이 차단되고 언론이 막히면 곧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막혔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것을 증명하듯이 독재정권은 언제나 언론을 통제하고자 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제하려 했던 정권은 언제나 비참한 종말을 맞이했다. 흐르는 물을 막다 둑이 무너지면 범람한 물이 무섭게 쓸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론을 탄압한 정권은 그 종말이 언제나 비참했다.

박근혜 정권은 민족일보를 폐간하고 언론을 통제하다 비참한 종말을 맞이한 자신의 아비 박정희의 종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어김없이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려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현 정권은 예전의 정권보다는 더욱 영악하게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탄압이나 폐간, 보도지침 같은 드러나는 통제보다 경제적, 정치적 압력 등을 통해 길들여 나간다.

큰 틀에서 대중적 영향력이 큰 비교적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한겨레나 경향 같은 언론들도 자기검열의 강화와 통제로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 언론의 실상이다. 그렇게 진보언론들조차 마치 ‘가두리 양식’처럼 정권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알아서 움직이며 생존을 보장받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그들이 정해놓은 선을 벗어나는 언론은 자주민보처럼 ‘종북’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살해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이번 사태를 통해 보내고 있다. 그렇게 정권에 의해 통제된 언론은 오염된 ‘말’에 다름 아니다. 현 한국의 언론 상황은 오염된 ‘말’이 넘쳐서 온 세상을 적시고 올바른 ‘말’을 원하는 민중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는 것과 같다. 마치 홍수가 난 것처럼 물은 넘쳐나지만 정작 마실 물이 없는 것과 같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제대로 된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을 자유롭게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언론의 당연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 속에서 제 역할을 하는 언론을, ‘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언론의 비판과 견제가 사라진 정권이 가는 길은 오직 한길 부패한 정권밖에 없다. 부패한 정권이 가는 길은 비참한 몰락밖에 없다. 언론통제는 박근혜 시대에 와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1980년대 언론이 심각하게 막혔을 때 신군부의 정치적 억압이 극심한 가운데 1985년 한국 자유언론의 상징인 고 송건호 선생을 주축으로 ‘말’이라는 잡지가 탄생했다. 송건호 선생은 ‘말’ 창간사에서 “우리 시대 말다운 말의 회복을 위한 싸움이 결코 단순치 않음을 예감한다”며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거대한 암초와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송건호 선생의 이 선언은 부끄럽게도 오늘날 한국의 상황에서도 절절하게 가슴을 후빈다. 자주민보의 폐간은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말’의 회복임을 알려주고 있다. 자주민보의 폐간은 곧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반증임에 다름 아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타도를 위해서는 ‘말’의 회복이 필요하며 ‘말’의 회복이 곧 박근혜 정권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주민보’의 폐간은 ‘통일 지향 언론’이 이 정권하에서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흡수통일이 아닌 그 어떤 민족화합적인 통일도 그들은 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박근혜 정권은 통합진보당 해산에 이은 자주민보의 폐간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에게 다시 한 번 충고한다면 ‘말’을 막아 아버지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말’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 ‘말’은 막을수록 더욱 범람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범람한 말은 부정한 정권을 쓸어버리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제 ‘말’을 회복할 때다.

독일의 동포 언론 ‘풍경’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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