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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용병 (5) – 전쟁대행주식회사

(16)용병 (5) – 전쟁대행주식회사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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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다이아몬드Bloody Diamond’, 단어 그대로는 ‘잔혹한 다이아몬드’지만, ‘빌어먹을 다이아몬드’란 해석이 더 와 닿는다.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이 영화의 배경은 아프리카북부 시에라리온Sierra Leone. 국민들은 굶어 죽는 최빈국이지만 다이아몬드 생산량은 세계 2위다. 시에라리온 정부군훈련을 맡던 군사고문단 구르카부대가 1995년 철수하자 반군RUF은 그 틈을 노려 국토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다이아몬드 주요 생산지인 코이두Koidu까지 밀고 들어간다.

그러자, 부패하고 힘이 없던 시에라리온 정부는 남아공 용병회사EO와 급히 계약한다. EO는 유럽과 아프리카인 용병 약 300여 명만으로 막강했던 10여 만 명의 RUF을 몇 일만에 완전히 몰아내고 그 대가로 매달 보호비와 다이아몬드채굴권을 얻는다. 내전이 끝나고 평화가 왔지만, 국민들은 또 다른 강자 밑에서 손이 부르트게 다이아몬드를 캐며 착취당한다. 지금도 부패한 시에라리온정부와 피 묻은 용병회사가 간판만 바뀐 다이아몬드광산을 운영하고 있다. 그 배후엔 전세계 다이아몬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빌어먹을 유태인들이 있다는 걸 의심할 사람은 별로 없다.

2004년 3월 초 이른 아침, 표식 없는 보잉 727-100 한 대가 남아프리카의 공항을 이륙한다. 그날 오후 짐바브웨Zimbabwe 수도 하라레공항에 도착해 정체불명의 수화물을 싣는 순간 짐바브웨정보국은 탑승객 전원을 무기밀매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짐바브웨정부는 미국, 영국 등 서방세계와 적대관계다. 비행기의 최종 목적지는 적도 기니Equatorial Guinea였다. 엄청난 음모가 전세계에 드러난 순간이다.

아프리카중부 적도 기니는 인구 50여 만 명이지만 원유생산량은 세계 3위다. 1968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후 응게마대통령이 모든 국가재산을 차지하며, 반대하는 국민들은 정치범으로 몰려 불법 체포, 고문, 실종되거나 죽었다. 몇 년 후, 그는 정세가 불안하자 자녀들을 당시 친밀했던 북한으로 망명시킨다. 1979년 부사령관인 조카가 쿠데타를 일으켜 그와 측근을 군사재판에 회부 총살했다. 국민들은 그저 먹고 살게만 해주면 누가 정권을 잡던 관심이 없다. 그나마 평화와 경제회복 덕에 올해 초 30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의 개최지가 됐다.

‘웡가 작전Wonga Coup’. 이 나라를 전복시켜 석유자원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이들이 다음날 새벽 적도 기니에 착륙했다면 아마도 용병 64명은 공항을 장악하고 대통령 궁을 습격해 대통령과 그 가족을 사살했거나 제3국으로 망명시키고, 스페인에 망명중인 야당지도자를 데려와 허수아비정부를 세웠을 것이다. 아무리 작고 불안정하지만 정식국가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정부와 대통령을 만든다는 이 기상천외한 쿠데타는 EO를 운영했던 영국특수부대출신 사이먼과 남아공 32부대장교출신 닉이 주도했다.

이들은 한화 약 100억 원을 투자 받아 비행기와 무기 등을 구입하고 아르메니아조종사 3명과 전투경험이 풍부한 32특수대대출신들을 고용했다. 32부대는 1975년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당시 악명 높던 미국이 운영한 비밀공작부대다. 당시 소련과 서방의 격전지였던 아프리카의 거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장교들이 앙골라국적 흑인들을 훈련시켜 공산게릴라들과 싸웠으나 만델라가 들어서며 1993년 해체된다. 영어나 아프리카어를 못하고 포튜갈어 권인 이 부대출신들은 갑자기 직업을 잃자 이런 불법적인 전쟁터를 기웃거려야 하는 팔자가 됐다.

짐바브웨법원은 사이먼과 조종사, 용병들을 불법무기거래, 쿠데타모의, 이민법위반 등 혐의로 벌금과 실형을 선고했다. 중고 수송기와 무기, 남은 현금 등도 모두 압수했다. 닉은 적도 기니법원에서 34년 실형을 받아 82살이 되야 출소한다. 주모자들은 남아공에서 반용병법으로 또 처벌받았다. 반용병법과 불법행위자금제공 혐의를 받은 마크 대처 경Sir Mark Thatcher는 유죄혐의 인정조건 보석금으로 집행유예를 받았다.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 마가렛 대처의 아들이다.

압수된 증거 중 4쪽의 비밀계약서엔 24시간 내 현정권교체, 현정권인자들 구속 및 처형, 성공시 백인주모자들과 용병들에겐 외교관여권, 군 현역계급, 시민권, 본국송환 불체포권, 성공보수 등이 보장돼 있었다. 이 작전의 배후에는 처음부터 영국, 미국, 스페인정보기관들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다. 첩보를 입수한 남아공정부가 짐바브웨, 앙골라와 적도 기니정부에 알려줘 황당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성공했다면 주모자들은 석유재벌이 되었을 것이다. 영국 투자자 등은 이런 조그만 나라엔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이라 추측했었단다.

시끄러운 록음악과 영어, 아랍어, 욕설이 뒤섞인 무전기 송수신소리가 이어폰을 때린다. 개조한 기관총을 들고 혈액형과 회사로고가 붙은 황갈색 방탄조끼와 실탄이 든 탄입대를 두르고 허벅지에 권총을 찼다. 빡빡머리, 안 깎은 수염, 문신, 야구모자, 선글라스남자들이 껌을 씹으며 총을 난사한다. 그런데, 쓰러지는 사람들 중 여자, 어린아이 등 민간인들이 보인다. 이건 전투가 아니라 스포츠 사냥이다. 아메리카를 침략할 때 술 취한 백인들의 총알에 쓰러져간 인디언부녀자들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원주인들을 사냥하듯 쏴 죽인 영국계 정착민들이 투영된다.

이랔Iraq, 시랴Syria,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경험 많은 용병들이 전투 중 미숙한 미군병사들을 지원하고 지시한다. 현대전에서 새로운 형태의 아웃소싱 군사조직이 생겨나 나날이 변신하고 있다. 병참업무에서 출발해 민간군사경비회사PMSC(Private military & security companies)로 바뀌며 요인경호, 전투원공급, 공격대응, 저격, 근접항공지원, 시설경비, 군/경훈련, 항공감시, 폭탄탐지견교육, 운전, 통신 등을 맡는다. 정규군을 대신해 정보수집, 장비공급, 전투지원, 포로심문 등을 합법적으로 대행하며 돈을 버는 민간계약자들이다. 이들은 단순 경비원이나 고문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과가 없다면 PMSC에 지원해 경력소개서, 심리테스트, 신원조회 등을 통과한다. 근접경호, 운전, 사격, 격투기 등 3주 훈련 후 합격하면 고용계약서, 보험계약서 등 서류에 서명 한 후 민간계약자가 된다. 근무지에 투입되면 응급처치, 위성항법장치사용, 위치확인, 작전, 암호 등을 교육받는다. 각 팀들은 원활한 작전을 위해 특수부대, 델타포스, 해군특전단, 경찰/보안관 등 같은 출신들로 팀을 편성한다. 계약자들은 비정규직이다. 사망하면 보험금을 주고 계약서에 해지도장을 찍으면 끝이다. 고용보장, 은퇴, 훈련 수당 등 추가비용도 없으니 운용비용 역시 정규군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전투 중 사망, 실종돼도 전사자나 실종자 명단에 끼지 않기에 국가는 전혀 부담이 없다.

연합군임시행정처Coalition Provisional Authority사령관 17호령으로 이랔 내에서 근무하는 계약자들에게 ‘무기사용허가’와 살인면허인 ‘면책특권’을 줬다. 전투가 아니라 적을 피하는 것이 임무라 교육도 받는다. 그러나, 교전수칙은 있지만 금지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교본에는 근무 중 일정거리 이상 다가오면 고함치고, 손짓하고, 엔진과 바퀴 등에 경고사격을 하고 마지막으로 거동수상자 하반신을 조준 사격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계약자들은 자살폭탄 공격 방지를 핑계로 손짓 몇 번 후 바로 현지인에게 총을 쏘아댄다.

정규군은 전쟁 중 발생하는 민간인 학살 및 불법 행위 등은 군사법정에 세울 수 있어 행동에 분명한 제약과 처벌규정이 있다. 그러나, 계약자들이 몇 명이나 전투에 참가하는지 공식 기록도 없고, 이들의 중대한 범죄나 무차별적인 살인에 적용할 법규나 처벌할 국가기관도 없다. 전쟁중인 국가는 무능력하고 미국정부 등 원청기관은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주주인 하청업체들은 소속된 계약자들의 불법적 행위에 눈을 감고 정부와 비밀리에 수의계약을 통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수도 바그닷Baghdad에는 레드 존Red Zone과 그린 존Green Zone이 있다. 레드 존엔 현지인들이 산다. 연합군과 계약자들은 웬만하면 들어가지 않는다. 그린 존은 높은 담과 검문검색이 엄격한 출입구가 있는 안전지대다. 미군사령부와 이랔정부종합청사와 대사관, 호텔, 군부대, 상점. PMSC 등이 있어 외교관, 기자, 정부요인, 사업가, 계약자 등이 생활한다. 현재 미국, 남아공, 유럽, 호주, 뉴질랜드, 피지, 네팔, 필리핀, 남미국적인 10년 이상 특수부대, 경찰, 외국파병경험이 있는 약 1만 5천여 명의 평균 나이 40대 중반 사내들이 40여 PMSC에 근무하며 여성도 있다. 군부대 일부나 민간주택을 임대해 숙소로 사용하며 동남아와 현지인들이 요리, 세탁, 청소를 해준다. 유럽계 등은 일당이 좋아 1년에 9개월 근무하고 약 1억 원 넘게 손에 쥔다. 그러나, 구르카, 필리핀 등 동남아출신은 같은 총을 들고도 받는 돈은 1/6정도다.

전쟁터를 오가는 운송트럭운전사들과 허드렛일은 네팔, 필리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제 3국가남자들 몫이다. 원래 많은 월급과 보험을 조건으로 모집한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면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월급은 한화 1백만 원정도로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몇 달씩 밀린다. 항의하면 밀린 돈도 못 받고 바로 해고당한다. 하청의 재하청이 만연한 결과다. 저격이나 납치, 폭탄공격 등으로 죽어나가도 회사는 보험금지급을 미룬다. 아니 보험가입을 안 했다. 이들은 가족에게 돌아가지도 못하고 밀린 봉급을 받기 위해 죽음을 등에 엎고 계속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그나마 이들은 행운이다. 아직도 쿠웨이트나 두바이 등 인접국가 빈민가에는 큰 돈을 소개비로 주고 꿈에 부풀어 고향을 떠나 기약 없이 일자리를 기다리는 사내들이 늘어난다.

계약자로 전쟁을 경험했었다. 물 대신 실컷 마시던 미군식당에 쌓였던 캔맥주, 찌는듯한 낮과 너무 추운 밤, 공포에 떨던 어린 미군병사들, 이동 중 본 태극기가 걸린 한국군부대, 초경이 시작된 어린 딸을 데리고 와 흥정하던 남자 등이 생각난다. 같이 일했던 유럽친구들과 투자를 받아 페르시아만 인근 한 나라에 해상경호 PMSC를 세웠다. 해적들로부터 민간선박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사업이다. 나는 훈련 잘 받은 우리 특수부대출신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당시 정부관련기관과 상의하니 새로운 해외취업에 반가워하며 업무와 교육장소 등을 제공해준단다.

지원자들은 많았지만 영어 등 제 2외국어를 구사하는 특수부대예비역을 찾기 힘들었다. 그 중에 선발해 교육시켜 현지로 보내 적응 훈련시키기로 했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이랔에서 한국남자가 납치됐다는 소식이 떴다. 무사히 석방되길 바랬는데 얼마 후 납치단체가 그 한국인을 참수했다는 뉴스로 온 나라가 뒤집혔다. 곧바로 정부기관에서 모든 계획을 없던 걸로 하자는 연락이 왔다. 내가 출국하는 것도 강하게 만류했다. 몇 년 전 친구들은 그 선박경호회사를 처분해 평생 술 마실 수 있는 돈이 생겼다고 연락 왔다.

1949년 제네바 협정Geneva Convention에 의해 전쟁에서 민간인을 고의로 살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용병, 계약자들은 군인도 민간인도 아니니 범죄를 저질러도 어떠한 법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한때, PMSC들이 UN군 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입법 로비가 있었으나 당시 UN사무총장이던 코피 아난은 거부했다. 이 논란 많은 새로운 형태의 전투조직에 대해 1989년 국제연합용병협정UNMC(United Nations Mercenary Convention)에서 용병이용반대 안에 독일을 포함 33개국이 서명했으나 미국과 영국 등 거대한 이권이 개입된 강대국들은 아직도 서명을 안하고 있다. 2007년 10월 UN에서 새로운 형태의 용병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명시했으나 미국정부를 등에 업은 거대한 민간군사기업들은 탈법적인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음, 총소리, 포탄구덩이, 비명, 불에 탄 시체, 뒤집힌 차량, 화약냄새 등에 무덤덤해지면 납치되거나 죽을 확률도 높아진다. 현재, 반군과 민병대를 제외한 무등록 무장민간인 및 외국인 6만 여명이상이 중동전쟁터에 있다고 한다. 전쟁이 민영화되며 준군사조직이 대리전쟁을 하면서 갈수록 끝을 알 수 없는 죽이는 게임으로 치 달린다. 계약자들도 정부에 직접 고용돼 비밀작전을 하는 ‘특수요원’과 PMSC에 고용된 카우보이 ‘경호원’으로 나뉜다. 그러나, 정부와 PMSC은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모두 한 번 쓰고 버리는 재활용 안 되는 일회용 군인들일뿐이다.

용병은 돈을 받고 싸우는 ‘병사’고, 민간계약자는 돈을 받고 안전을 지키는 ‘경호원’이라 포장하지만 솔직히 모두 용병이다. 사람들은 제대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특수부대출신들이 다시 이런 일을 한다고 에둘러 짐작한다. 그러나, 계약자들 중엔 사랑하는 가족부양비용, 주택대출금, 은행융자 등을 이유로 다시 총을 든 전직 군인들 및 경찰관들이 많다.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가지만 전쟁후유증에 노숙자로 거리를 헤매거나, 적응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그들이다. 내 용병팔찌엔 특이한 그 잔상들이 쌓여있다.

남자들은 전쟁터에서 태어나 평생 용병으로 살아간다. Militia est vita hominis super terram et sicut dies mercennarii dies eius. – 구약 욥기Job 7:1

*포튜갈Portugal, 이랔Iraq, 시랴Syria, 바그닷Baghdad은 현지발음에 따라 표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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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적도 기니 원유 생산량 순위는 전 세계 38위고 인구는 160만 입니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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