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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하늘에서 뛰어내려봤어?

(12) 하늘에서 뛰어내려봤어?

S. Macho CHO

Capture 마쵸칼럼(12)

명색이 비행기인데 중식당 철가방 같다. 휘발유냄새가 진동한다. 맨 앞 조종석 외엔 의자도 없고, 그냥 철판바닥에 앉아 안전벨트를 형식상 허리에 두른다. 비행기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 웅웅거리는 엔진과 프로펠러의 진동이 그대로 기체를 타고 옆 동료 몸에서 몸으로 전달된다. 경험 많은 이들은 실없는 농담과 노래를 합창하며 긴장감을 풀지만 초보자들은 여전히 긴장된 눈으로 억지미소를 만든다. 10여분 후 점프마스터가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착지 지역을 확인하니 점프고도 약 5,000m가까이 접어든 거 같다. 찬 바람이 밀고 들어와 점프복 속 사타구니 솜털까지 곤두세운다. 사람들은 엉거주춤 일어나 먼지 터는 시늉으로 긴장도 같이 털어낸다. 서로 등에 멘 낙하산을 마지막으로 점검해준다. 헬멧의 턱 끈을 한번 더 조이고 방풍안경에 침을 문질러 서리를 방지한다. 담배필터나 귀마개로 두 귀를 틀어막고 하품하듯 입을 크게 벌려 기압으로 막힌 귀를 뚫어본다.

점프마스터가 신호를 준다. 망설임 없이 앞서 밖으로 뛰어나간 동료는 곧 저 밑으로 까마득해진다. 줄어든 중량과 기압차이로 비행기는 한번 철렁 파도를 탄다. 손바닥이 땀에 젖고 심장은 빠르게 쿵쾅거린다. 세찬바람과 소음이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든다. 한 명씩 나갈 때마다 그 무게에 비행기는 조금씩 흔들리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뛰어내리는 사람은 마구 흔들리는 기체에서 이탈해야 되는 두려움이 배가 된다. 출구 밖으로 한 발을 내디디면 쏴~악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몸이 순식간에 기체 밖으로 빨려나가 공중으로 던져진다. 난 종종 마지막으로 점프하며 이런 공포를 즐겼다. 갑자기 다가 온 세찬 소나기바람과 뒤엉켰다. 안정된 자세라면 복부가 지상을 향해야 되는데, 내 복부는 하늘을 보고 있다. 안전을 위해 동료들과 수신호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몇 초 후 자세는 안정됐으나 나보다 늦은 속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얼굴을 따갑게 때린다.

시속 약 200km의 속도로 낙하하니 공기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거칠게 당긴다. 저 건너 우리가 뛰어내린 비행기가 조그맣게 보인다. 어쩌다 보니 고도계의 바늘은 빠르게 약 600m를 지나간다. 고장 난 게 아니라면 600m 바로 아래는 땅바닥이란 말이다. 지상의 건물들과 움직이는 자동차들이 서서히 자세히 보인다. 조그만 파일럿낙하산을 힘차게 빼 던졌다. 곧 낙하산이 펴지며 하네스에 고정된 몸이 세차게 위로 끌어 올려진다. 바람에 꼬였는지 완전하게 안 펴진 낙하산이 불안하다. 비상낙하산을 펴기엔 고도가 너무 낮다. 멀리 여러 색의 낙하산들이 보인다. 곧 땅이 갑자기 급하게 솟구쳐 오르더니 내 몸을 휘갈긴다. 박수와 환호가 들린다. 앞서 착지한 동료는 넋이 나가있다. 곧, 먹구름과 소나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또 강렬한 햇살과 파란하늘에 낙하산들이 점처럼 보인다. ‘스카이다이빙 중 땅 위의 개미가 보이면 너는 이미 늦었다’란 서늘한 농담이 생각난다.

1797년 프랑스의 가네린A . Ganerin이 직접 만든 낙하산으로 열기구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안전하게 착지한 것이 최초 기록이다. 그 이후 진화를 거듭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미 외국에서는 새로운 스포츠로 소개되었다. 원래 낙하산의 목적은 열기구나 비행기고장 시 조종사들의 탈출수단 또는 다수의 군인들을 짧은 시간 안에 적진 한가운데로 침투시키는 수단이었다. 민간인들이 레저스포츠로 즐기는 스카이다이빙도 원래 군 특수부대원들, 산불 등을 진화하는 특수소방대원 등의 이동훈련이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보통 비행기, 열기구, 헬리콥터를 이용하며 5~100명까지 탑승할 수 있고 기체 좌우, 후미 등 이탈출구도 각각이다.

일반적으로 원형인 군용낙하산을 이용하는 400m 이하 공수강하 시는 가슴에, 네모난 낙하산을 사용하는 1,000~5,000m 이상의 고공강하HALO 시는 등에 비상낙하산을 착용한다. 고공강하 시, 안전을 위해 자동산개장치AAD라는 작지만 꽤 비싼 장비는 미리 맞춰놓은 고도를 지나칠 경우 주낙하산이 자동으로 펴지게 한다. 또, 정해진 고도에서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리는 작은 장비를 헬멧 귀 쪽에 장착하고, 손등 또는 가슴에 시계모양의 고도계도 찬다. 고도 약 3,000~5,500m높이로 날고 있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140km 속도로 낙하한다. 그러나, 거꾸로 서거나 머리를 아래로 향하면 곧 가속도가 붙어 시속190~300km로 약 40~70초 자유낙하 할 수 있다.

그 동안 서로 팔 다리를 잡고 움직이며 여러 모양도 만들고 앞뒤로 돌기 등 묘기를 부린다. 보통 50m 하강하는데 1초가 걸린다. 지상 600~900m상공에서 조그만 파일럿낙하산을 공중에 던지면 그 끝에 연결된 주낙하산이 등의 하네스 팩에서 빠져 나와 펴진다. 그 후 시속 15~30km의 속도로 하강하며, 몇 분 후 지상으로 안전하게 착지한다. 낙하산은 몸무게에 따라 크기가 나누어 진다. 낙하산을 펴고 더 짜릿한 하강속도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 몸무게보다 작은 낙하산을 이용한다. 활공과 회전속도가 더 빠르지만 위험성도 늘어난다. 스카이다이빙도 자격증이 있어야 세계 어디서든지 인정받고 즐길 수 있다. 10회 이상 점프하고, 필기시험도 합격하고, 직접 사용할 주낙하산을 접어 하네스 팩에 넣을 수 있어야 기본자격증을 준다. 점프할 때마다 개인일지에 장소, 기구, 고도, 시간 등과 증인의 서명을 받아 기록한다.

스카이다이빙Skydiving! 단어 그대로 공중에서 자유낙하를 즐기다가 낙하산을 펴고 안전하게 지상으로 착지하는 레저스포츠다. 주말이면 종종 아침 일찍 친구들과 스카이다이빙 센터로 달렸다. 멀리 하늘에서 각양각색의 낙하산들이 펴지며 공기마찰음이 들리면 곧 이정표가 보인다. 스카이다이버들은 종교, 인종과 관계없이 금방 친해지고, 새로운 장비와 행사, 사고 등 서로가 알고 있는 새로운 소식을 교환한다. 대부분 스카이다이빙센터는 경비행기들과 민간공항활주로를 같이 이용한다. 그러나 스카이다이버들과 경비행기조종사들은 서로를 썩 환영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낙하산들이 다 착지할 때까지 경비행기는 활주로에 대기하고, 훈련기들이 하늘에 떠 있으면 잠시 스카이다이빙이 중단된다. 서로 엉키니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네스 팩, 주낙하산, 비상낙하산, 헬멧, 낙하복, 고도계 및 기타 안전장비 등으로 비용이 보통 약 2,000만원이상 든다. 보통 1회 비용은 약 10만원~20만원으로 비행기종류, 낙하 고도 등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스카이다이버들 사이엔 ‘낙하 횟수가 많을수록 사고확률과 이혼이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다.

스카이다이빙카메라맨은 헬멧 또는 신체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낙하하기에 최소 400회 이상 경력자만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 대회나 광고, 영화촬영 시, 헬멧과 몸에 캠코더를 몇 개씩 장착한 카메라맨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카메라맨들은 낙하속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팔과 옆구리 사이에 지느러미모양의 탈 부착이 가능한 특별한 낙하복을 입는다. 친한 동료는 1991년 호주에서 세계최초로 ‘스카이 서핑Sky Surfing’코카콜라 TV광고로 상도 받고 유명해졌다. 테스트 다이버란 직업도 있다. 이들은 신제품이 개발되면 직접 메고 낙하하며 상태나 특성, 환경 등을 실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주낙하산, 비상낙하산, 그리고 실험용 낙하산을 멘다. 하늘에서 실험용 낙하산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주낙하산을 핀다. 그러나, 실험용과 주낙하산이 엉켜 비상낙하산으로 겨우 착지 하는 것도 본 적 있다. 대부분 낙하산제조회사에 근무하거나 경력 많은 사람들이고 위험한 일인만큼 보수도 높다. 팩커Packer는 비상낙하산 등을 접을 수 있는 자격 있는 사람들이고, 리거Rigger는 장비를 보수, 정비하는 전문가들이다.

진귀한 체험으로 삼고 싶거나 생일축하 등 기념으로 텐덤Tandem 스카이다이빙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탠덤 다이빙은 낙하산을 멘 전문강사 앞에 연결된 초보자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약 50초간 자유낙하를 경험하고 낙하산을 펴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이다. 1회 점프, 비디오/사진, 수료증 등 30~40만원 정도다. 대다수 스카이다이빙센터들은 주말 저녁엔 항상 술 파티가 벌어져 시끄러운 음악과 술에 푹 젖은 남녀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장난기 있는 스카이다이버들은 호기심에 구경 온 아가씨들에게 나체로 탠덤 다이빙하면 무료라며 꼬드긴다. 여자들은 술김에 남들이 자고 있을 새벽 첫 비행기에 몰래 타기로 약속한다. 다음날 이른 아침, 요란하게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음에 잠이 깨면 막 날라 오르는 비행기가 아침햇살에 반짝인다.

조금 후, 스피커로 ‘신사숙녀 여러분, 아가씨들의 누드를 놓치지 마라’는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술이 덜 깬 남녀들은 기다렸다는 듯 숙소에서 나와 눈을 비비며 왁자지껄 활주로 잔디밭으로 모여든다. 먼 하늘을 올려다보면 손톱보다 작은 여러 색의 낙하산들이 펴지며 곧 공기 가르는 소음을 토해낸다. 몇 분 후, 전문강사와 나체아가씨들이 땅과 가까워져 오면 카메라든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든다. 앞사람은 두 다리를 들어 뒤쪽의 마스터가 두 발로 균형 잡고 착지하게 도와야 한다. 다리를 들면 안전벨트 때문에 벌어진다. 남녀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착지한 아가씨들은 큰 타월로 몸을 가리고 숙소로 뛰어들어간다. 조금 후 다 같이 모여 낄낄거리며 나체스카이다이빙비디오를 본다.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또 하나의 이유다.

처음 낙하산 타다 죽는 사람도 있고, 10,000번 넘게 뛰어내렸어도 멀쩡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고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초보자, 경험자, 또 전문가도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사고확률이 낮다지만 유명한 스카이다이버들이 자신의 직업인 스카이다이빙 중에 목숨을 잃는다. 대표적으로 1994, 95년 스카이 서핑 세계챔피언 미국 럽 해리스Rob Harris는 청량음료 ‘마운틴 듀Mountain Dew 007’ 시리즈 광고를 찍다가 낙하산고장으로 죽었다. 스카이 서핑은 공중에서 서핑보드를 타는 스카이다이빙기술이다. 동료들은 29살로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를 추모하는 재단을 만들었다. 또, ‘리복 스카이 서핑Reebok Sky Surfing’ 광고로 유명한 프랑스 기야동Patrick de Gayardon도 결국 미국 하와이 하늘에서 38년 인생을 마감했다. 날개 달린 새로운 낙하복을 입고 실험 중이었다. 그는 스카이 서핑과 날개 달린 낙하복 개발자 중 한 사람이었다.

좀 더 극단적인 공포를 원하는 사람들은 낙하산 없이 점프한다. 워낙 위험한 행위라 프랑스 등 유럽 몇 나라 외엔 엄격히 불법이다. 낙하산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동료가 전달한 낙하산을 자신에 연결한 후 펴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이다. 프랑스 한 스턴트맨은 몇 번의 성공에 고무되어, 이번엔 낙하산을 가진 동료와 서로 다른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으나 구름 속에서 동료와 만나지 못해 결국 떨어져 죽었다. 그 상황은 비디오로 생생하게 남겨져 있다. 가끔 스카이다이버들이 자살의 한 방법으로 스카이다이빙을 선택하기도 한다. 가끔 스카이다이버들이 낙하산을 펴지 않고 떨어져 죽었는데 나중에 보니 가슴속에서 유서가 발견되기도 한다. 스카이다이버가 죽으면 유언에 따라 화장한 후 동료들이 하늘에서 스카이다이빙으로 큰 원을 만들며 그 재를 공중에 뿌리기도 한다. 위험하게 보이는 레저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사고율은 추측보다 매우 적다. 전세계에서 매년 평균 37명이 스카이다이빙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약 200여 개의 스카이다이빙센터에서 5,000,000번 점프하니 사고수치는 1/1,000점프 정도로 0.0075%에 불과하다.

2014년 10월 24일 스카이다이빙 세계신기록이 깨졌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구글Google사 부회장 앨런 유스터스Alan Eustace가 특수복을 입고 대형 헬륨풍선으로 2시간 올라가 고도 41km상공에서 고리를 끊고서 낙하해서 4분 27초 만에 지상에 안착했다. 당시 평균 낙하속도는 시속 1,300km였다. 신기록도전은 극비였고 성공한 후 공개되었다. 지난 기록은 2012년 오스트리아 스카이다이빙 스턴트맨 바움가트너Baumgartner의 고도 39km였다.

스카이다이빙을 안 해본 사람들은 묻는다. 어차피 땅으로 떨어질 거 왜 그 높은 곳까지 돈 주고 올라가서 뛰어내리냐 고. 그들은 모른다, 낙하 중 지면이 끌어당기는 중력과 증가되는 가속도의 짜릿함,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경치의 중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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