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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닭나라

닭나라

S.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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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동네에 영양센터라고 있었다. 전기 열로 빙글빙글 돌려 구운 통닭을 파는 곳이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누런 봉투를 들고 오시면 고소한 통닭냄새가 벌써 집안을 휘감는다. 당시엔 영양을 공급하는 ‘남의 살’중 비싼 소, 돼지고기는 생일, 제사 아니면 못 먹고 그나마 어쩌다 맛볼 수 있는 귀한 고기였다. 닭은 소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지방이 적고 담백해 소화가 잘되며, 싸고 쉽게 구할 수 있고 영양가도 높다.

닭은 꿩과에 속하는 가축화된 새 종류로 고기와 알을 얻을 수 있다. 척추동물인 닭은 잡식성이다. 항상 흙을 파헤치며 낱알, 풀 등은 물론 벌레, 지네, 작은 뱀, 심지어는 어린 쥐까지 잡아먹는다. 사육되면서 날개는 퇴화돼 날지 못하지만 발은 더욱 튼튼해져 잘 달린다. 사육화 된 닭들은 멀리 날지는 못하지만. 위험에 처하면 울타리를 넘거나 나무 위 등에 날라 올라가기도 한다. 우리에 넣고 키우면 귀소본능도 있어 잘 도망가지도 않는다.

수탉은 긴 꼬리와 다른 털 색 등으로 같은 종 암탉과 구별된다. 닭대가리 위와 턱에 톱니 모양의 붉은색 살 조각, 닭벼슬이 있으나 수탉이 더 크다. 닭은 무리를 이루어 살며 생후 6~7개월이 되면 번식능력을 갖는다. 수탉들은 먹이를 보면 큰소리로 울어 암탉들을 챙긴다. 암탉들도 먼저 날개를 펴고 춤을 추며 주위를 도는 수탉에게 교미의 기회를 준다.

암탉은 년간 150~220개의 알을 낳고 본능적으로 배 밑에 넣고 온도와 습도를 맞춰 품어 부화시킨다. 품는 동안에는 둥지를 잘 떠나지 않는다. 그냥 낳은 알은 무정란이고, 교배 후 낳은 알은 수정이 가능한 유정란이다. 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둘 다 영양가는 똑같고 구별할 수 있는 방법도 거의 없단다. 달걀의 색은 암탉의 털 색에 따라 다르다.

인간들이 ‘키울 수 있는 새’, 닭을 사육한 건 기원전 6,000년 전 중국남부에서 시작됐단다. 기원전 약 3,000년 닭은 북유럽, 터키, 그리스 등 유럽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몇 백 년 후엔 인더스Indus 강 유역으로, 그리고 한참 지나선 페키니아인들을 통해 지중해를 거쳐 스페인 등 서유럽까지 건너간다. 유럽에선 로마제국 때가 절정을 이뤘다가 중세로 접어들며 닭보다 소, 돼지, 양이 더 많이 사육된다.

중동에 소개된 건 기원전 15세기경 이집트에서 ‘매일 알을 낳고 싸움 잘하는 새’라고 알려지면서부터 다. 그리고 이집트 나일강, 지중해를 맞닿은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등을 통해 아프리카인들도 닭을 기르기 시작한다. 남미엔 청란계 Araucanas 토종 닭이 있다. 꼬리가 없고 양쪽 귀에 털 뭉치가 있고 청녹색 달걀을 낳는다. 지금 칠레의 중서부지역과 아르헨티나의 남서부 지역의 원주민 마푸체Mapuche 인들이 기르기 시작했다.

수천년 전, 베링 해나 태평양을 건넌 아시아인, 폴리네시아인이나 남미원주민들이 유럽에서 들여온 게 아닌가 싶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토종 닭도 녹색 닭이다. 2007년 남미 칠레 중남부 지역에서 발견한 닭뼈를 탄소연대측정법으로 검사하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약 13,000년 전 닭이고, 자바 섬이나 선사시대 폴리네시아 섬들의 닭과 연관 있다고 나왔다.

사람모양을 한 거대한 석상 모아이Moai로 유명한 이스터Easter 섬은 칠레에서 서쪽으로 약 3,600km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다. 그곳에서도 유전자검사DNA를 분석한 결과도 인도네시아, 중국 등 동양계유전자와 폴리네시안 등의 두 가지 유전자가 발견돼 먼 옛날 그들과 교류가 있었음이 증명되었다.

‘닭아 닭아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서럽지 않으나, 의지 없는 우리 부친 어찌 두고 가잔 말인가.’ 효녀 심청이 중국 남경뱃사람들에게 팔려가는 날 새벽, 닭 우는 소리를 듣고 탄식하는 대목이다. ‘삼국유사’의 혁거세와 김알지의 신라신화 등 설화나 무속신화에서 수탉 울음소리는 천지개벽이나 임금, 영웅의 탄생을 암시했다.

닭 울음은 하루가 새롭게 시작됨의 상징이다. 사실 닭은 아무 때나 운다. 단지 뇌하수체에 있는 멜라토닌 홀몬이 빛에 민감해 새벽 동이 트는 걸 먼저 감지해 우는 것뿐이다. 삼국유사에서 백제의 멸망을 예시하는 것도 닭이며, 고구려 무용총 천장에도 닭 한 쌍이 그려져 있고, 경주 천마총에서도 수십 개의 달걀이 든 단지가 발굴됐다. 이런 것으로 볼 때 닭은 삼한시대부터 많이 사육된 것으로 보인다.

궁중에서는 한 해가 끝날 때 잡귀를 몰아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의식에 닭을 제물로 바쳤다. 12간지 동물 중 10번째인 닭은 오후 5~7시, 음력 8월, 서쪽을 지키는 신이다. 선조들은 닭이 다섯 가지 덕을 가졌다고 했다. 닭벼슬은 문文, 발톱은 무武, 용감성은 용勇, 먹이를 보고 무리를 부르는 인仁, 새벽에 울어 때를 알리는 신信이라 했다.

또한 닭은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상징이기도 했다. 설날이나 대보름날 새벽에 우는 첫 닭의 울음소리로 한 해 농사의 풍, 흉작을 점치기도 했다. 부정적인 면도 있다. 암탉이 저녁에 울면 집안이 망하고, 밤중에 울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 등 여성을 천시할 때 비유되기도 했다. ‘닭대가리’는 욕이다.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닭대가리”를 ‘기억력이 좋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닭은 기억력이 나빠 뒤돌아 서면 잊어먹어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고 한다. 또, 동공조절을 못해 밤엔 앞을 보지 못하기에 어두우면 무조건 잔다. 그래서 육계양계장은 불을 꺼 계속 잠만 자 살찌게 하고, 산란계양계장은 항상 불을 켜 잠을 안 자고 계속 알을 낳게 한다. 닭은 혀가 기능을 못해 미각이 거의 없고, 물도 찍어먹고 고개를 쳐 들어야 목으로 넘길 수 있다.

닭의 모습과 습성 등은 자주 그림으로 옮겨졌다. 닭벼슬이 관직을 의미하자 모양이 닮은 맨드라미와 함께 그려져 입신출세를 상징했다. 또 다산은 석류와 함께, 부귀는 모란과, 장수는 국화와 함께 그려 의미를 표현했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중요한 혼인에서도 닭은 빠지지 않았다. 길조라고 여겼기에 혼인날 초례상에는 반드시 닭을 올렸고, 신랑신부는 닭을 가운데 두고 백년가약을 언약했다. 민속놀이 중 닭끼리 싸움을 붙이는 투계 등은 현재까지 전해 내려온다.

달걀, 계란 어느 게 맞는 단어일까? 달걀은 닭이 낳는 알에서 나온 순수 우리말이고 계란鷄卵은 한자로 둘 다 맞다. 닭은 조류독감AI를 포함 약 38개의 질병에 걸린다. 닭에 얽힌 어휘도 많다. 꿩 대신 닭, 닭똥 같은 눈물,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버리긴 아까우나 쓸모 없는 계륵鷄肋, 하찮은 재주도 쓸모 있는 계명구도鷄鳴狗盜, 많은 사람가운데 뛰어난 인물인 군계일학群鷄一鶴 등이다. 정치인 김영삼은 독재정권의 탄압에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 항거했다.

닭은 버릴 게 거의 없다. 세계인들은 닭을 약 3,200가지가 넘는 방법으로 요리해 먹는다. 매년 약 450억 마리의 닭들이 전세계에서 소비되고 있다. 기네스 기록에 따르면 16년이나 산 닭이 있다지만 평균적으로 5~9년 정도 산다. 월드워치 연구소Worldwatch Institute에 따르면, 74%의 닭들과 68%의 달걀들이 비좁은 공장형 양계장에서 생산되고 있단다. 환경, 위생, 인도적으로 닭들도 자유롭게 사육될 권리가 있다. 환경과 사회에 바람직한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erism를 생각하면 식용목적으로 사육되는 닭들도 자유로워야 한다.

유기농으로 키워지는 닭들은 질병저항성도 강하고 영양가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14주가 지나야 가공되기 때문에 생산비가 높고 공급에 한계가 있다. 공장형 대형양계장에서 키워지는 닭들은 6주 정도에 가공된다. 양계업자들은 자기네 방식이 자연을 보호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환경을 생각하는 시설이라 주장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창업하고 또 문을 닫는 곳이 치킨전문점이란 말이 있다. 닭을 튀기거나 구워 판매 또는 배달하는 곳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 퇴직한 남자들이 가볍게 접근하는 사업도 치킨전문점이 우세하다. 동네를 걷다 보면 막말로 한집 건너 한집이다. 2년 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 우리나라 3대 프랜차이즈 업종수가 대략 편의점 25,000개, 치킨전문점 31,000개, 교회 56,000개란다.

치킨전문점보다 교회가 많다. 2013년 대한양계협회에 의하면 국내 달걀을 낳는 산란계는 6,200만 마리, 도축용인 육계는 9,600만 마리란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닭은 하루 평균 130만 마리로, 한해 약 4억 8,000만 마리라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이라 가정할 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사람이 평균 10마리 정도를 먹어 치우는 꼴이다.

사내가 어떤 여자를 닭이라고 불렀다가 명예훼손으로 재판을 받았다. 판사는 죄가 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내는 ‘그러면 닭한테 공주님이라 부르면 법에 저촉되냐’ 묻자 판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사내는 그 여자에게 “공주님!”하고 불렀다.
*홀몬Hormone은 현지발음에 따라 표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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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닥박사 학위논문이니 닥공주 열심히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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