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 준비!
S. Macho CHO
영국의 영향을 받은 호주 등 영연방국가 군인과 경찰들은 경례할 때 오른손바닥을 펴 보인다. 상대방에게 오른손에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또, 중세 기병들이 장군이나 왕에게 보고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갈 때 왼손엔 말고삐를 잡으니, 오른손을 들고 펴 보여 충성을 다짐했다는 설도 있다. 처음 호주에서 경찰을 본 게 도착한 지 몇 일이 지난 후였다. 워낙 경찰 인원이 없어서인지 또는 범죄 없는 좋은 동네여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사건현장이나 우범지역 아니면 경찰보기 어려웠다.
호주 내 경찰조직은 7개 주립경찰과 1개의 연방경찰로 구성되어 있다. 호주경찰관 숫자는 약 50,000여 명으로 인구 100,000명당 220명 정도다. 그리고, 호주 법 집행기관들에는 범죄인호송, 법원관리, 교도소운영, 차량등록검사 등이 임무인 보안관Sheriff과 쓰레기불법투기, 유기견 및 동물관리, 소방안전, 불법주차 등을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소속의 뤠인저Ranger 등도 포함되어 있다.
특수경찰대원들에게 격투기, 체포술 등을 가르치는 무술교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특수경찰대PTG는 대 테러, 증인보호, 인질구출 및 협상, 흉악범 체포 및 호송, 요인경호, 폭발물 해체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 내 특수부대다. 해마다 경찰관중에서 몇 십 명이 지원하지만, 단 몇 명만이 완전히 교육을 이수해 특수경찰마크를 달만큼 어렵다. 몇 주간 심리전, 특수전, 대 테러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관들의 체력측정과 훈련평가 등을 통해 선발된다.
우선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턱걸이 등 기본체력훈련으로 측정이 시작된다. 운동장에서는 두 명씩 짝을 이뤄 서로 동료를 어깨에 메고 빨리 달리기 측정을 한다. 일등은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하고 나머지는 또 계속 돌아야 한다. 보통 대원들 몸무게가 90kg을 넘으니 짝 잘못 만나면 큰일이다. 또 어깨에 업힌 동료도 숨쉬기 불편하니 힘들긴 마찬가지다. 교관들은 첫날부터 그렇게 계속 쉬지 않고 달리게 해서 훈련생들이 쓰러지거나 결국 구토하게 만든다.
가스실훈련은 아침부터 교육생들을 여러 핑계로 속칭 ‘뺑뺑이’를 돌린다. 시작부터 집합시간이 늦다며 선착순달리기를 시키고, 계속 팔굽혀펴기를 시킨다. 그렇게 정신 없게 만들고 최루가스가 가득한 가건물에 범인이 숨어있으니 잡아오라 밀어 넣는다. 방독면을 쓴 교육생들이 들어가 수색하고 나오면 어김없이 범인은 벌써 도망갔고 위험한 곳에서 같은 동료를 보호하지 않았다며 꼬투리를 잡아 또 팔굽혀펴기를 시킨다. 방독면을 쓴 교관들은 최루가스를 더 터뜨려 연기가 자욱한 내부로 교육생들을 끌고 들어가 계속 얼차려를 시키다 마침내 방독면을 벗긴다.
그리고, 교관들은 큰소리로 질문을 쏟아내고 교육생들은 눈을 뜨고 큰소리로 대답해야 한다. 일부 교육생은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다 교관들의 제지를 받고 바닥을 기는 기합을 받는다. 몇 분 후 밖으로 나온 교육생들은 눈물, 콧물, 침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한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양팔을 벌리고 눈에 물을 부어 최루입자를 세척시킨다. 훈련생 중 대부분은 태어나서 처음 최루가스를 경험했단다.
산속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한 조를 이룬 대여섯 명이 돌아가며 조원 한 명씩 메고서 달린다. 군복 상의와 헬멧에 이름표를 붙였다. 줄다리기도 X형태로 각 조가 서로 잡아당겨 지면 또 얼차려를 받는다. 교육생으로 통제돼 훈련 받는 건 솔직히 힘들다. 무표정한 교관들은 악마 같다. 통나무들을 뛰어 건너고, 각종 장애물다리를 뛰어 넘어 달리고, 계곡과 계곡 사이를 줄 한 가닥에 매달려 건넌다. 특이한 것은 높은 나무에 얼기설기 걸쳐진 받침대에 의지해 20m가 넘는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갔다 내려오는 걸 수 십 번 반복시킨다. 순발력을 높이고 고소공포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란다. 휴식과 식사 중에도 제자리 뛰기를 한다. 몇 일간 텐트를 치고서 야외 훈련을 받으며 식사도 군용전투식량으로 한다.
갑자기 기상시켜 깜깜한 밤에 1분내에 장비를 챙겨라 고함친다. 곧바로 장비검사 해 빠진 게 있으면 손전등을 눈 바로 앞에 비추며 다그치고 팔굽혀펴기를 시킨다. 새벽에 갑자기 기상시켜 독도법, 도피 및 탈출훈련 등을 반복한다. 역시 못하면 짝이 된 동료를 번갈아 가며 어깨에 메고 산길을 선착순으로 달린다. 이때도 역시 교관들은 뒤따라가며 큰소리로 윽박지른다. 일주일 내내 밤잠을 안 재운다.
높이 60m가 넘는 암벽등반과 급속하강 등 강도 높은 고등산악훈련이 이어진다. 하네스를 착용하고 로프를 메고 달리기를 시킨다. 항상 욕먹는 건 아니다. 잘하면 교관에게 칭찬도 듣고 짧지만 휴식도 갖는다. 이때서야 교육생들은 훈련에 적응하며 약간이나마 여유를 찾기 시작한다. 어느덧 교육생 숫자가 절반으로 줄었다. 스스로 포기하거나 교관이 퇴교시킨다.
구타는 전혀 없지만 얼차려는 있다. 두 팔 앞으로 뻗기, 위로 뻗기, 옆으로 뻗기, 누워서 양팔 양발 들기, 선착순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이 얼차려다. 교관은 귀, 눈에 가까이 대고 ‘힘들면 포기합니다!’라며 고함친다. 항상 ‘미스터.ㅇㅇ’라고 교육생들을 깍듯이 존칭하지만, 뒤에 따라오는 내용은 ‘너 때문에 동료들이 기합 받습니다!’, ‘못하면 집에 가!’, ‘의지가 없어!’ 등 자존심 긁는 말뿐이다. 교육생들은 무조건 큰소리로 대답해야 한다. 힘이 있어야 범인을 제압하는 특수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다고, 체력증강 때문에 얼차려를 하는 거다라고 말하는 것까지 교관들은 한국이나 호주나 똑같다.
교육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아침, 점심식사 때 교관들은 음식을 많이 퍼주며 빨리 먹으라고 다그친다. 바로 휴식 없이 교육대 밖으로 교관들과 두 시간씩 구보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막 거나한 식사를 끝내 뛰기 힘든데, 구보 중 길목의 상점에서 호주의 명물인 뜨거운 밋 파이Meat pie와 소시지 롤을 던져준다. 제자리 뛰기를 하며 30초 내에 다 먹어야 하고, 빨리 먹은 동료들은 동료가 다 먹을 때까지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한다.
그리고 물도 못 마시고 한동안 달리다가 교관들이 주는 빵 등을 30초 내에 다 먹어야 한다. 교육생들은 제자리 뛰기를 하며 씹지도 않고 입에 막 구겨 넣기 바쁘다. 또 동료가 다 먹을 때까지 다 먹은 대원들은 땅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계속한다. 그 옆에선 교관이 ‘너 때문에 동료들이 얼차려를 받잖아!’라며 다 먹을 때까지 귀에 고함친다. 그리고 동료애가 없다며, 동료들끼리 서로를 번갈아 어깨에 메고서 달리게 한다.
같이 달리던 교관이 ‘목마릅니까?’하면 교육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예!’한다. 목소리가 작다며 그냥 달린다. 다시 묻는다. ‘예!’ 교육생들 답이 우렁차다. 목을 축이라며 차가운 캔맥주 두 개씩 준다. 교육생들은 더 빨리 달리면서 다 마셔야 한다. 또, 중간지점에 준비된 아령을 양손에 들고 달리다가 제자리 뛰기를 하며 또 교관이 주는 캔맥주 두 개를 10초 내에 다 마셔야 한다.
그리고 바로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시킨다. 그러면 대부분 입과 코로 구토를 한다. 우리나라 군 훈련처럼 경직되고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고 서로를 보며 웃고 즐기는 분위기다. 솔직히 그 당시 호주 경찰들은 근무 중 종종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꽤 있었다. 교관은 근무 중 음주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그 당시, 운전하며 카폰을 놓다 숫자 00을 잘못 눌렀다. 바로 벨이 울려 받으니 경찰이란다. 경찰이 왜? 하며 운전 중이고 아무일 없다, 00을 잘못 눌렀다니까 긴급신고가 됐다며 자꾸 혹시 협박당하거나 납치된 거 아니냐 끊임없이 질문을 해댄다. 결국 내 이름, 자동차색상, 번호 및 위치 등을 알려주었다. 조금 후 경찰차가 뒤따라오며 내가 혼자인 걸 확인하더니 손 인사하고 간다. 호주에서 긴급신고는 000이고 경찰은 철저했다.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가족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수료증을 받고 특수경찰대로 배치된 인원은 5 명이었다. 교육기간 중 교관들은 절대로 웃지 않고 냉정하며 엄격했다. 교육 중 교관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놀러 왔습니까? ’,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 준비!’이었다.
*뤠인저Rangers, 밋 파이Meat pie 등은 현지발음에 따라 표기하였음.
**현재 호주 내 테러경계 수위 격상이유로 일부 특수훈련내용은 제외했음.
* 잡설(雜說)[~썰]
[명사] (1) 대수롭지 않은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나 여론.
(2) 정당하지 못하거나 근거가 없는 주장.
우리말 사전에 나오는 ‘잡설’의 해설이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한다.
“마초의 잡설”은 ‘역사’와 ‘신화’가 약 1,000자 내외에서 그냥 조금
가볍게 비벼진 딱 그 정도로 구상됐다고 이해하면 편할꺼다.
덧붙여서, 세상엔 신사와 숙녀 그리고 그 외 것들이 있다.
자신의 언행으로 셋 중에 하나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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