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구나 아이야
이하로 기자
아이야
벚꽃이 우수수
빗줄기에 떨어지는구나.
아이야
떨어진 벚꽃이
바람을 따라 떠나는구나.
아이야
어서 나오렴.
어서 떠날 수 있게
물에 몸을 가볍게 하렴
물에 젖은 무거운 몸으론
떠나갈 수가 없으니……
돌아보면
너무 많은 무거운 짐을
너에게 주렁주렁
달아두었었구나.
1등급이 아니더라도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그저 환한 웃음으로
엄마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기만 한다면…….
그까짓 1등급이
그까짓 명문대가 무슨 소용이라고……
1등이 아니면 살수 없는 이 잘못된 세상
명문대가 아니면 인간으로 살 수 없는 이 악한 세상
아이야 미안하구나.
이런 국가에서 태어나게 해
이런 사회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아이야
이런 어른들을
부디 용서하지 말거라.
하지만 아이야
짧은 꿈같은 여름밤
반딧불이처럼 돌아오렴
돌아와
4.16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무엇이 너희들을
그 차가운 물 속에 가두었는지
밀해주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을 가두어버린
그 아귀의 손길이 무엇인지
알기까지는
우린
너희를 위한 만장을
드리우지 못하는 것을……
아이야 돌아오렴
그렇게 돌아와
우리 마음 속에
꺼지지 않는 퍼런 불꽃을
밝혀 놓으렴.
못난 우리가
포기하지 않게.
비겁한 우리가
용서하지 않게.
아이야
이 광기어린 국가가
이 무책임한 사회가
이 무기력한 어른들이
너희를 차가운 바다에
가두고 말았구나.
미안하구나. 아이야.
하지만 돌아와다오.
영혼이라도 돌아와
부끄러운 우리가
너희 목숨의 몫을
차가운 가슴으로
받아내게 해다오.
아이야
얼마나 추웠니?
얼마나 무서웠니?
미안하구나 아이야.
아이야 미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