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코노미스트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한국 학생들 사회에 눈뜨게 하다
-외신들의 ‘안녕들 하십니까?’ 현상 주목 릴레이
이번엔 이코노미스트다.
외신들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에 대한 관심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신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을 통해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첨단의 인터넷 인프라를 가진 한국에서 일어난 종이와 펜을 이용한 극히 원시적인 방법의 소통방법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러니에 대해 외신들이 연일 분석 기사를 게재하며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활발하게 정치적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에서 종이와 펜을 동원한 이러한 소통방법에 열광하고 있는 상황이 외신들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상으로 다가서면서 이 현상의 배경에 대한 다양한 분석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허핑톤 포스트는 ‘하이브리드 미디어’라는 신종 단어로 이 현상을 부르기도 할 정도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외신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외신들은 대부분 ‘안녕들 하십니까?’의 요인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익명성을 지적하며 실명으로 작성한 대자보가 사람들에게 더욱 큰 신뢰를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신들은 대자보 열풍의 배경으로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불안상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성을 내세운 국정원, 사이버 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규모 온라인 불법대선 개입에 대한 반발과 함께 밀양 송전탑 사태, 철도노조 파업 등 역행하는 한국의 민주주의 속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안녕하지 못한 한국’의 시대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외신들은 한 결 같이 이 대자보가 박정희의 독재시절 대학생들이 독재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던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뒤 한국의 모든 부분에서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있는 시점에 등장한 대자보 열풍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에 대한 분석도 다른 외신과 유사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적힌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한 이남종 열사의 소식도 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5일 ‘Korea’s student protests Noticing worries-한국 학생시위, 근심걱정에 주목하다, A university poster rallies the discontented-대학 대자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으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려대생 주현우씨로 촉발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을 통해 한국의 사회적 현상들을 짚어낸 뒤 현재는 대자보가 모두 내려진 상태이지만 기사 마지막에 주씨의 대자보는 ‘시작일 뿐이다’라는 말로 이 대자보 현상이 다양한 방법으로 번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정상추의 이코노미스트 기사 전문 번역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econ.st/KVXxCV
South Korea’s student protests
Noticing worries
한국 학생시위, 근심걱정에 주목하다
A university poster rallies the discontented
대학 대자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으다
Jan 25th 2014 | SEOUL
LAST month a business student at Korea University in Seoul posted a large bulletin on a wall in the university grounds. In bold black pen, Ju Hyun-woo recounted the week’s events: thousands of railway workers dismissed for striking; the suicide of a farmer in protest at the construction of electricity pylons near his village; and the conservative ruling party’s proposal to expel an opposition politician for questioning the legitimacy of the president, Park Geun-hye. Mr Ju asked readers: “How are you all feeling nowadays?”
지난달 서울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이 대학 구내 담벼락에 커다란 게시물을 붙였다. 굵은 검정 펜으로 주현우 씨는 그 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나열했다: 파업하다 해고 당한 수천명의 철도노동자들; 자기 마을 가까이에 세워지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자살한 농부; 대통령 박근혜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한 야당 의원을 퇴출하려는 보수 집권당의 제안 등등. 주 씨는 독자들에게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 라고 질문을 던졌다
Answers came in thick and fast, and most people said they were not fine. Within a few days dozens of handwritten posters—known as daejabo—were pinned up next to his, on issues ranging from high gas bills to gay rights. Now Mr Ju reckons almost 1,000 have been tacked onto university walls around the country.
대답이 대량으로 그리고 빠르게 쏟아져 들어왔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은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며칠 내에 대자보라 이름한, 손으로 쓴 수십 개의 포스터들이 그의 포스터 옆에 나란히 붙여졌고, 이 포스터들은 높은 가스 요금에서부터 동성애자 인권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었다. 이제 주 씨는 전국적으로 거의 1000여개의 대자보가 대학교 담벼락에 게시됐었다고 추측한다.
Students in Japan, America, China and Chile have followed, posting pictures of their posters on the “Can’t be OK” Facebook page, which gathered 260,000 followers in a week.
일본, 미국, 중국 그리고 칠레에 있는 학생들도 일주일 만에 260,000명의 팔로워를 모은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신들의 대자보 사진을 포스팅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Social media have long been a haven for anonymous dissenting voices in South Korea. But Mr Ju says he wanted to “take responsibility” for his poster: he signed it and stood in front of it for ten hours, engaging passers-by. Breaking with a tradition of politically charged, militant daejabo, used in the past by Korean students to demand change, Mr Ju left readers to come up with their own grievances—and answers.
한국에서 소셜 미디어는 오랫동안 익명으로 내는 반대의견의 안전한 피난처였다 그러나 주 씨는 그의 대자보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원했고, 그래서 그의 대자보에 본인의 이름을 서명하고 그 대자보 앞에 10시간이나 서서 지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변화를 요구하는 한국 대학생들에 의해 과거에 사용됐던 정치적인 사안의 전투적인 대자보의 전통을 깨고 주 씨는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불만,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생각해내도록 했다.
The group’s catchphrase, an everyday greeting, has potential to unite not just students but disgruntled workers, housewives and high-school pupils, says Park Mi, the author of a book on Korean student movements. An opposition politician has used it in a daejabo he posted in offices in South Korea’s National Assembly, promising to work harder to help those who are “not fine”. On January 1st a man calling for the president’s resignation died after setting himself on fire—a rare form of dissent associated with the heyday of activism in the 1980s against the then military dictator. (Park Geun-hye happens to be the daughter of South Korea’s longest-running dictator, killed by his spy chief in 1979.) Police found the man’s last diary entry, entitled “How are you nowadays?”.
그룹의 표어가 된 일상적인 인사는 학생뿐만 아니라 불만이 있는 노동자, 주부, 그리고 고등학생들을 결속시키는 잠재력이 있다고 한국 학생 운동에 관한 책의 저자 박미씨는 말한다. 한 야당 정치인은 국회의 사무실에 게시한 대자보에 이 인삿말을 적었고,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을 약속했다. 1월 1일 한 남성이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분신후 사망했는데, 이것은 1980년대 당시 군사 독재자에 대항하는 운동의 전성기때 반대 표시로 행해졌던 흔하지는 않던 반대 방식이었다. (박근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 집권했고, 1979년 정보부장에 의해 살해된 독재자의 딸이다.) 경찰은 죽은 사람의 일기 마지막 부분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를 찾아냈다.
The connection to the 1980s protests has awakened memories of students bringing down regimes. But Park Mi points out that the “How are you?” protest is not a revolutionary one like that in the 1980s, the aim of which was to end the dictatorship. If today’s student rebels have a cause, it is a highly diffuse one.
1980년대 시위와의 연결은 정권들을 실각시켰던 학생들에 대한 기억들을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박미씨는 “안녕들 하십니까?” 시위는 독재를 끝내려는 목적을 가졌던 1980년대의 시위처럼 혁명적인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만약 오늘날 학생 운동가들이 어떤 대의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복합적인 것이다.
For Mr Ju the biggest problem is that Koreans do not ask themselves “if they are OK”. And they put up with limitations on free expression. Police stood behind barricades in front of daejabo posted on the back gate of Seoul’s government complex on December 19th, preventing people from reading them. The education ministry warned high schools that posters could have a “negative effect on the learning environment”. Some schools have cut class discussion time; a school in Seoul’s Gangnam district destroyed a daejabo by one of its pupils (he has taken the case to the human-rights court).
주 씨가 생각했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인들이 스스로에게 “안녕한지”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표현의 자유가 제한 받는 것을 참아넘긴다. 12월 19일 경찰은 서울의 정부 청사 후문에 게시된 대자보앞의 바리케이트 뒤에 서서 사람들이 대자보를 읽지 못하도록 가렸다. 교육부는 대자보가 “면학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고등학교에 경고를 주었다. 몇몇 고등학교는 토론 수업 시간을 줄였고, 서울 강남지역의 한 학교는 한 학생이 붙인 대자보를 찢어냈다 (이 학생은 이 사건을 인권 재판소에 넘겼다).
Most participants have now taken down their own daejabo—including Mr Ju himself, whose poster will be preserved in Korea University’s museum as the “doc-ument of a democratic movement”. For Mr Ju such posters are meant to be temporary. They are, he says, “just the beginning”.
그의 대자보가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민주화 운동 문서”로 보존될 주씨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현재 자신들의 대자보를 내린 상태다. 주씨에게 그런 대자보들은 일시적인 것이다. 주씨는 대자보는 “시작일 뿐이다” 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