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이 되자 한다.
이하로
이 겨울
다 빼앗겨 황량한 들녁
마른 풀들이 삭풍에
서로 몸울 비비대며
불을 내자고
너와 내가 언 몸을 비벼
불을 내자 한다.
이 겨울
다 빼앗겨 버린 숲
앙상한 나무들이 동토에
서로 상처를 핥아가며
불을 내자고
더 빼앗길 것 없는
너와 내가 몸을 부벼
불을 내자 한다.
불을 내어
싹 불살라 버리자 한다.
나목에 붙어
진을 빨고 생명을 빼앗아
끝내는 세상을 황폐케 하는
저 지독한 악충들을
차라리 몸을 살라
태워 버리자 한다.
이 겨울 빈들에
마른 풀과 벗은 나무들이
몸을 비벼
들불이 되자 한다.
불꽃이 되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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